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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지방재정의 자율성, 무엇이 문제인가? - 지방세의 가격기능을 살려야 -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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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만수

정부는 국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공공재를 주민에게 제공한다. 지역적으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선호를 갖는 주민이 존재한다면 정부를 계층화하여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정부구조를 갖추어야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에서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 지방정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구성된 다단계 정부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기능의 배분과 그 기능을 수행할 재원의 배분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원배분문제가 제기된 것은 심각한 수직적 재정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조세수입은 총조세수입의 20% 수준에 불과하며 지방정부 세출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중앙정부로부터 상당한 이전재원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지방재정이 열악하다는 주장은 주로 많은 자치단체들이 자체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것,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다는 것, 그리고 지방교부세 배분 후에도 기준재정수요액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 등을 근거로 든다. 이러한 주장들은 지역간 경제력의 불평등한 배분이 불가피한 현상임을 수용하지 않고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혹은 정부관료가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통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반면에 일부 연구들은 지방재정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주로 OECD 국가 등 국제비교 자료를 이용한 회귀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이 결론도 OECD 국가들의 지방정부 비중은 적어도 평균적으로 적정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한계가 있다.


재정의 수직적 불균형 여부를 판단하려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지방정부 재정의 자주성을 총량 개념으로 파악한다.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조세수입측면에서 지방정부의 과세권한을 확대하여 국가의 총조세수입에서 지방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방세가 어떠한 모습을 가져야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는 부실한 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물음에 대해 시공을 초월한 하나의 확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본원리는 중앙정부에게 공평한 소득분배와 거시경제안정을 위한 세원을 할당하고 공공서비스의 편익에 대한 가격기능으로서 조세는 그 공공서비스의 범위에 따라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게 세원을 적절히 할당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자주성은 지방정부의 총재정지출과 동일한 규모의 세원을 확보할 때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추가적 제공을 위한 추가적 세수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한계에서의 재정자주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다양한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의존적인 것은 지방교부세를 지방세의 가격기능이 작동할 수 없도록 배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노력으로 조세수입을 확대하면 일정기간 후에 이를 반영하여 지방교부세의 교부액을 감소시키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주민들의 저항이 심한 자체수입을 확대하기보다는 중앙정부로부터 의존재원을 얻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지방교부세 배분의 문제들은 인센티브제도에 의해 부분적으로 교정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개선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지방세제 자체도 지방정부의 공공서비스 편익을 반영하는 가격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법인의 이익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례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방정부가 주민세 법인세할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전남 광양시와 같은 일부 지방정부의 재정이 특정기업의 경영실적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오히려 법인의 규모 혹은 종업원수 등을 과세표준으로 삼아야 편익에 대한 가격기능이 작동하게 된다. 주행세는 유류사용량에 과세하면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도로 등 공공서비스의 대가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도입 당시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동차세액에 비례하도록 배분함으로써 가격기능을 억제한다.


재산세는 대표적인 지방정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방정부가 누진세율로 과세토록 하여 부동산을 한 지역에 집중보유한 사람과 여러 지역에 분산보유한 사람 사이에 불공평을 초래할 뿐 아니라 편익과세의 역할도 제약한다. 더욱이 재산에 대한 조세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주택보유에 대하여 기초자치단체가 재산세와 도시계획세, 광역자치단체가 지방교육세와 공동시설세, 중앙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를 과세하는 등 최대 여섯 개의 세목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재산보유에 대한 과세의 재정책임이 불분명하게 되어 편익과세원칙은 더욱 멀어진다.


지방자치제를 본격적으로 실행한지 10년이 넘었다. 이제 지방재정을 총량에 근거하여 논의하기보다는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방세는 편익과세원칙에 충실하면서 추가적인 지출을 스스로 조달하도록 하는 한계에서의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주만수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msj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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