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채권시장 발전을 위한 단기금융시장 개선방안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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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석
채권시장의 선진화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발전의 전제조건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의 확대 등으로 국채발행량이 증가하여 시장규모가 확대되었고,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국채발행의 정례화, 통합발행제도의 도입, 국채만기의 다양화 및 장기화 등 여러 제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취약한 유통시장, 지표금리의 부재, 국채시장 및 장기채 시장의 미발달 등과 같은 문제점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채권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채권시장 제도의 개선뿐 아니라 단기금융시장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콜시장과 Repo시장이다. 콜시장은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기관간에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은행간 지준조절시장인 국내은행간 시장과 비은행금융기관간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었지만, 1996년 한국자금중개(주)의 설립을 계기로 통합되었다. 그 결과 콜시장의 규모는 확대되었고, 콜시장 참가자는 예금업무의 취급여부나 지준예치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콜시장에서 자금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콜시장은 특히 제2금융권의 영업자금 조달시장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게 되었다. 한편 Repo시장은 금융기관이 보유채권을 담보로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서, 콜시장과 기능은 유사하지만 그 규모가 작고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형국이다.
2002년말 현재 명목GDP 대비 단기금융시장의 규모비율은 우리나라가 26.6%인데 반해 미국은 43.1%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한 단기금융시장에서 콜시장과 Repo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고객 Repo를 제외한 경우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낮은 11% 정도이다.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단기금융시장의 문제점은 첫째, Repo시장도 콜시장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콜시장 중심으로 운영되어 콜거래의 규모가 기관간 RP거래규모의 약 8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형 금융기관이 단기자금거래에 대해 신용위험을 중시하지 않고 무담보거래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Repo시장보다는 편리한 콜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Repo거래 시에는 조세 및 질권설정과 관련된 거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둘째, 콜시장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과부족 조절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비은행금융기관의 영업자금 조달시장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수행함으로써 콜시장을 통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의 자금사정에 따라 콜금리가 변동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RP시장을 통해 공개시장조작을 하여 목표 콜금리를 유지시키는 한, 한국은행이 간접적으로 비은행금융기관에 낮은 금리로 영업자금을 공급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셋째, Repo시장에서는 조세 및 질권설정 등에 관한 제도가 미비하고 Repo거래에 대한 규제가 일관성이 없는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채권유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동성이 높고 신용위험은 낮은 자금과 증권을 조달할 수 있는 단기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단기금융시장에서도 특히 Repo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Repo시장의 활성화는 채권시장 발전에 필요한 채권딜러 금융과 스왑, 선물 등과 같은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Repo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Repo거래제도의 개선과 함께 현재 단기시장의 중심이며 대체시장인 콜시장에 대한 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우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목표금리로 유지하는 한, 외국의 경우처럼 콜시장의 참가자를 지준예치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비은행금융기관들은 다른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 즉 콜시장의 기능을 은행간 지준과부족 조절시장의 역할로 제한해야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유효성과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 이때 콜시장 참여가 규제된 비은행금융기관은 제2의 콜시장을 형성하거나, 아니면 Repo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채권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고 채권유통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물론 콜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금융기관을 Repo시장에 흡수시키기 위해 Repo시장 자체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채권의 시가평가, 담보관리, 조세제도 등 하부구조가 마련되어야 하고 Repo 대상 증권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Repo거래의 안정성 및 시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삼자간 Repo 거래를 확대시키는 제도를 구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