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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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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경제계산과 기업의 크기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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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기업은 얼마만큼 커질 수 있을까? 하나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은 물론 나라 전체의 기업을 흡수·합병하여 이른바 공룡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의 태동 이유를 처음 설명한 코스(Coase)에 의하면 시장거래의 한계비용과 내부거래의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점까지 기업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코스는 암묵적으로 시장이 잘 발달된 경제를 상정함으로써 거래를 내부화하는 데 따른 경제계산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코스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용이 시장거래 비용보다 작은 한, 모든 거래가 내부화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거래를 내부화한 단 하나의 거대 기업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로스바드(Rothbard)는 미세스(Mises)의 경제계산 개념을 이용하여 자유시장에서 이러한 거대 기업이 출현할 수 없음을 보이고 있다.

경제계산이란 시장정보, 특히 자본재의 시장가격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생산 방법의 상대적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재가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소비자는 무수히 많으므로 소비재는 언제나 시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정보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을 전제로 하는 시장이 존재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주의가 멸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유재산권이 없어 시장, 특히 채권시장이나 주식시장과 같은 자본시장이 생길 수 없어 자본에 대한 시장정보인 자본의 기회비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러한 경제계산 개념을 기업의 크기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거래가 내부화될수록 중간재 시장이 그만큼 사라지고, 그에 따른 경제계산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점은 외부시장이 전혀 없는 경우를 보면 명백해진다. 중간재로 사용되는 생산물에 대한 시장이 없어 시장거래가 없고, 모든 거래가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면 어느 누구도 그 생산물에 대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생산이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각 단계에서 투입되는 중간재의 가격을 알 수 없다면 각 단계별로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없고, 따라서 각 단계에서 이윤을 얻고 있는지 손실을 보고 있는지를 계산할 방법이 없다. 즉 기업이 어떤 생산 방법이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한편 방해받지 않는 자유시장에서 기업은 언제나 이윤을 극대화하는 생산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을 가지므로 거대 기업이 모든 거래를 내부화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즉 거래비용 외에도 경제계산 비용이 존재하므로 시장에서 기업이 커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모든 기업이 하나의 거대 기업에 흡수·통합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시장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이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경제계산 비용이란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 확대되는 데에 따른 불합리성, 잘못된 자원배분, 손실, 궁핍 등으로부터 유발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제 언제나 시장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코스의 이론과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로스바드의 경제계산 개념을 묶어 기업의 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시장거래가 내부화 될수록 중간재 시장이 그만큼 사라지고, 이에 따라 시장거래 비용과 내부거래 비용, 그리고 경제계산 비용이 함께 증가한다. 따라서 기업의 크기는 시장거래 비용이 내부거래 비용과 경제계산 비용을 합한 것과 같아질 때까지 커진다. 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어 시장거래의 내부화에 따른 경제계산 비용이 무시할 정도로 작다면 코스의 기업이론과 같게 된다. 반면에 시장이 잘 발달하지 못한 경우, 내부거래 비용이 시장거래 비용보다 작다고 하더라도 내부화로 요소시장이 축소되는 데 따른 경제계산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여 기업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일반 사람들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상거래에 따른 모든 이익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국가가 모든 자원을 ‘국가’라는 하나의 기업에 강제로 내부화하지 않는 한, 자유시장에는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기업이 활동하도록 하는 자율 메커니즘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영용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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