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토지보상제도 개선안은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
0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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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지난달 7일 정부는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토지보상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문제의 토지보상비 규모는 2003년에 10조원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06년에는 23조 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07년에도 토지보상비는 혁신도시, 수도권 신도시 등의 개발로 20조~30조원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제안한 토지보상제도 개선안의 문제점을 분석하기로 한다.
첫째, 정부는 지주에 대한 토지보상 기준시점을 현행 토지개발 ‘지구 지정일’(사업인정 고시일)에서 ‘주민 공람·공고일’로 1년 정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지보상 기준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토지의 자유시장 가격보다 낮게 보상되는 토지의 대가를 더 낮게 후려치는 것이다.
토지보상을 전후하여 토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그 동안 토지가 규제로 용도가 제한되어 있다가 그런 규제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규제철폐로 인하여 회복되는 토지의 가치가 한꺼번에 시장가격에 모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사람들의 기대나 예측이 언제나 정확한 것이 아닐뿐더러 기대의 형성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로 통제된 시장에서 자유시장으로 바뀌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토지의 자유시장 가치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아파트를 지어 팔았을 때 그 가치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최종 구매자가 분양을 받았을 때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개발자, 아파트 시공자 등도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토지의 용도 규제 변경 또는 철폐로 인하여 규제된 상태에서의 토지가격이 규제가 없어진 상태에서의 자유시장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토지보상 기준시점을 지구 지정일로부터 1년 정도 앞당기는 것은 지주에게는 예전보다 더 많은 할인을 강요하는 것이고 토지개발자 등에게는 더 많은 프리미엄을 주는 방법이다.
둘째, 정부는 ‘부재지주’의 경우에 토지보상금 중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현금 대신에 채권으로 보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부재지주란 토지 개발지구 지정일 1년 전부터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지주를 말한다. 정부의 이러한 보상방법은 지주에 비해 소위 부재지주를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기 이전에 채권을 파는 경우에 높은 할인율로 할인하여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보상에 대한 이러한 차별을 감안하여 양도세 감면을 현금보상의 경우에 비하여 크게 해왔다. 현재는 현금보상의 경우에 양도세 감면은 양도세액의 10%이고 채권보상의 경우에 감면폭은 15%이다. 정부는 개선안에서 현금보상의 경우에 양도세 감면폭을 현행대로 두고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는 채권보상의 경우에만 감면폭을 20%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현금보상의 경우에, 토지를 개발기관에 팔아서 개인이 받는 ‘순(net) 보상금액’은 전체 토지보상금에서 순 양도세액을 뺀 것이다. 채권보상의 경우에, 개인이 받는 순 보상금액은 전체 토지보상금에서 순 양도세액(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 혜택은 10%로 추정되는 데, 발표된 개선안의 내용만으로는 정확하지 않음)과 채권 할인금액을 뺀 것이다. 두 경우를 비교하면, 채권보상을 받는 지주는 현금보상에 비해 채권 할인금액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채권보상은 현금보상에 비하여 명백히 차별적인 것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에, 순 보상금액은 전체 토지보상금에 원래의 양도세를 빼고 감면된 세금(양도세의 20%)과 채권이자율(연 4.75%)을 더한 것이다. 현금보상금을 만기까지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순 보상금액은 전체 토지보상금에 원래의 양도세를 빼고 감면된 세금(양도세의 10%)과 현금보상금에 대한 이자를 더한 것이다. 두 경우에서 공통요소를 소거하고 나면, 현금보상의 경우에 현금보상금에 대한 이자가 남고, 채권보상의 경우에 10%의 양도세 감면과 채권이자가 남게 된다. 어느 쪽이 유리할지를 결정하는 요소들 중에서 중요한 것은 현금보상금의 크기와 양도세액의 크기이다. 문제는 채권 보유가 유리한 경우에도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경우는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내용과 상관없이 양도세 감면폭이 다른 것은 차별임이 분명하다.
셋째, 농지가 수용된 지주들이 주변지역의 농지를 구입할 때만이 양도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것을 소위 ‘대토’라고 한다. 대토를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세 면제만을 목적으로 대토를 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대토로 인한 불필요한 토지수요가 발생하여 개발 주변지역의 토지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대토는 양도세로 인한 지주의 반발을 무마할 수는 있겠지만 토지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좋은 제도가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토지보상제도의 개선안은 규제의 일종으로서 소득재분배, 차별, 불필요한 토지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전용덕(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