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실업률이란 지표의 맹점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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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규
예전엔 경제성장률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은 실업률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제성장률보다는 실업률이 실제 경기를 더 잘 느끼게 해주는 지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최근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1월 3.6%이던 실업률이 지난 10월에는 3.0%가 되었다. 그런데 비교적 낮은 수준의 실업률이 유지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은 왜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필자는 실업률이라는 지표를 볼 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실업률이란 지표가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실업률이 분자와 분모로 이루어진 비율이라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 실업률이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즉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분자에는 실업자의 수가 들어가고 분모에는 실업자와 취업자의 합인 경제활동인구의 수가 들어간다. 따라서 실업률의 변화에는 분자가 바뀐 영향과 분모가 바뀐 영향 모두가 반영된다. 그런데 실업률은 분자와 분모 어느 것이 얼마나 바뀐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실업률의 변화를 살펴볼 때 유의할 사항이다.
간단한 예로 전체 인구는 150명, 이 중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100명인 경제를 생각해 보자. 현재 100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10명이 일자리가 없어 실업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면 실업률은 10%이다. 불행하게도 경제 상황마저 나빠져 앞날이 어둡다고 생각해 보자. 10명의 실업자들은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좀처럼 일자리가 나타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10명의 실업자 중 5명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육아, 가사, 학업, 취업준비 등의 비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더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아니다. 이 경제의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95명 중 5명만이 실업상태에 있으므로 5.3%로 현저히 낮아진다. 이런 경제에 사는 사람들은 과연 실업률이 낮아진 것처럼 체감경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이런 경우 고용률이란 다른 지표를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 중에서 취업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위 경제의 고용률은 여전히 60%로 변함이 없다. 미흡하지만 체감경기를 느끼기에는 실업률보다 더 나은 지표가 아닐까 싶다. 좀 전문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미국 노동통계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작성하는 노동력 저활용 대체지표(alternative measures of labor underutilization) 중 U4라는 지표도 살펴볼 수 있겠다. 이 지표는 기존의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를 합한 것을 실업자라고 새로 정의하고 산출한 실업률이다. 즉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노동시장 여건상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조사기간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실업자로 간주하고 계산한 실업률이다. 위 경제의 경우 기존의 정의에 의한 실업자 5명과 구직 단념자 5명을 합해 여전히 10명의 실업자가 있다. 따라서 U4는 여전히 10%로 계산된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실업률을 살펴볼 때 고용률이나 다른 대체지표들도 함께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난 2007년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실업률과 구직단념자의 숫자는 다행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률은 60.4%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여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수준 역시 낮아 2006년 OECD 15세 이상 인구의 평균 고용률 68.5%에 비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지난 1년 사이 3만7천 명이나 늘었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낮아진 실업률만 보고 안심하기엔 올 겨울이 조금은 춥게 느껴진다. 모든 대선 주자들이 일자리 창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OECD 15세 이상 인구의 평균 고용률에 도달하려면 우리에겐 여전히 약 31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를 긍정적으로 표현하여 우리나라 국민 중 추가로 약 315만 명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엄청난 규모의 뛰어난 노동력이다. 그리고 노동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과감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대선 주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다음 기회에는 실업률이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 중 고통의 분담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