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지난자료

KERI 지난자료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전문가 칼럼

좋은 기부, 나쁜 기부

08. 5. 2.

1

김정호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부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 또는 ‘경쟁적 기부(competitive philanthrophy)’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기부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부자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기부는 좋은 일이다. 내 돈을 풀어서 고통 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 즉 자발적 자선은 주는 사람의 마음부터 풍요롭게 해준다. 어려운 이를 도와주고 난 사람들은 그날 밤부터 그렇게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다고들 말한다.

기부는 받는 사람의 마음도 물론 따뜻하게 해준다. 가난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자발적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열심히 벌어서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기부를 할 때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부로 인해 부의 창출 기반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길게 보면 가난을 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조나 자선보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기부가 시장경제를 흔들어 놓는다면 기부의 기반 자체를 허무는 셈이 된다.

불행하게도 자선단체의 종사자들 중에는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에 대해서 적대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불쌍한 사람을 돕기 이전에 그 단체의 종사자들에게 월급을 주는 일이고, 시장경제에 적대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자신의 기부금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부를 창출해 준 시장경제를 허무는 일에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경제성장의 기회는 줄고 기부자의 의도와는 달리 가난은 오히려 늘게 될 것이다.

그 돈이 얼마나 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컴퍼니‘가 미국의 자선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2003년 기준) 자선단체의 운영비 및 모금액 중에 최소한 1천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부금이 불쌍한 사람을 돕기 전에 자선단체 임직원의 밥그릇을 채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부금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부자의 의도를 벗어나는 현상은 미국의 거의 모든 재단에서 벌어져 온 일이다.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세워진 록펠러재단·포드재단·맥아더재단은 가장 대표적인 자선 단체들이다. 재단의 창립자인 세 사람은 모두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들 재단의 돈은 시장경제를 증오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통제되어 갔다.

록펠러재단만 해도 그렇다. 록펠러가 재단을 설립하면서 원칙으로 삼았던 것은 그 돈으로 자선을 베풀되 받는 사람의 의타심을 유발하거나 낭비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장경제를 보완할 목적으로 재단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사람들은 록펠러가 돈의 사용처에 간섭하지 못하게 장벽을 쳐갔다. 그러면서 그 돈은 진보진영의 자금줄이 되어 갔다.

기부자들도 이런 현상들을 깨닫고 해결책들을 찾아가고 있다. 첫 번째 현상은 소위 사회적 기업가들의 등장이다. 기부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대신 스스로 가난구제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이버증권트레이딩회사인 사이버코프(CyberCorp)의 창업자였던 필립 버버(Berber)씨는 자신이 직접 "실낫희망재단(A Glimmer of Hope)“을 운영하면서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빈민구제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부는 바로 자기가 경영해야 할 사업이다. 단지 그 성과가 자신의 사적인 이윤이 아니라 자기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형태의 자선을 ‘성과지향형 자선(Performance Philanthrop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올린(John M. Olin)이라는 사업가는 기부금의 사용처를 시장경제연구로 못을 박고 기부대상 선정에 직접 관여했다. 미국 유명 로스쿨에 개설된 모든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 프로그램들은 올린재단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리티지재단(Heritage)·미국기업연구소(AEI)·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 등이 모두 올린재단의 지원 대상이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재단의 돈이 진보진영의 손으로 흘러들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신이 죽고 나면 일정 기간 내에 모든 기금을 소진하라고 유언했다는 사실이다. 1953년 창설된 재단이 2005년에 해산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기부금을 출연하더라도 기부자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부가 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기부금이 기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쓰일 가능성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이 기부한 8천억 원도 이미 기부자인 삼성의 손을 떠났으며, 현대가 내는 기부금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많은 장학금들이 시장경제를 허무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출되곤 했다. 기부자들은 시장경제의 옹호자들이지만, 그들이 기부한 돈은 그 기업을 공격하던 사람들의 손으로 들어가서 시장경제의 뿌리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선을 베푸는 부자들도 자신의 기부가 자유기업주의를 보완하고 또 그것을 확고히 하는 데에 사용되는지를 잘 확인해 봐야 한다.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베푸는 일에도 정성이 필요하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kch@cfe.or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