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물가안정목표제와 통화정책
08. 4. 30.
4
김창배
2008년 초의 한국경제는 소위 ‘이명박 효과’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만만치 않은 위험요인들로 인해 불안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우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 국내 시중은행 수신 감소 등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주택금융 및 건설시장의 취약점을 고려할 때, 금리의 상승세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 고금리로 인해 약 90%가 변동금리 대출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전체 대출의 약 12%를 차지하는 저신용 주택담보대출, 10만 가구를 상회하는 미분양 주택, 80조5천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및 유동화 규모 등의 취약점이 악화될 경우 2008년 실물경제의 위축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에서는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물가 급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07년 배럴당 61달러였던 WTI 국제유가가 지금은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소맥가격도 2007년 부셸당 468센트에서 2007년 말에는 885센트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로 인해 국내 수입물가는 10월 이후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며 급등했고, 2007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5년 5월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재진입했으며 12월에는 3.6%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목표 상한선인 3.5%를 넘어섰다. 물가 상승은 소비 구매력 위축을 통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기업채산성 악화 등을 초래해 경제 활성화의 주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위험 요인들로 인해 통화당국의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즉 국내경기 불안, 환율 절상추세 등을 고려하면 콜금리 목표를 인하해야 하지만 통화 및 대출 증가세 지속, 국내 물가 상승압력 등의 콜금리 목표 인상 요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해 12월 한은은 200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물가안정 목표의 상한선에 근접하는 수준인 3.3%로 전망했다. 반면 성장률은 2007년보다 낮은 4.7%로 전망하였다. 정책금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진퇴양난의 국면 속에서 중앙은행의 속성상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올해 안에 다시 정책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다음의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2008년 물가상승률 상한선은 3.5%를 좀 넘어도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는 2007~2009년의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0.5%에서 유지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200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상한선보다 1.0%p 낮았기 때문에 2008~2009년에는 연평균 4%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고유가 등 비용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에 대해 통화긴축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칫 실물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의 주택 및 건설시장이 금리상승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부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제에 물가안정 목표치의 상향조정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물가안정목표제는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에 부합되는 적정 인플레이션율 등을 반영 … 단기적인 경제상황 변동에 대응하여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물가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3.0±0.5%가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에 부합’되는지 살펴보자. 국제유가의 세자릿수 시대의 도래가 눈앞에 있고 중국의 인플레이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가 2~3% 상승에 그친 것은 내수부진과 환율절상 때문이다. 이제는 내수활성화가 핵심 성장목표가 되고 있고 추가적인 환율절상도 수출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현재의 무리한 물가안정 목표를 고수할 경우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며,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무리한 물가관리정책도 재등장할 수 있다. 향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7% 경제성장률을 약속했다. 취임 첫해라는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최근 2008년 성장률 목표는 6%로 하향했다. 하지만 대다수 연구기관들의 전망치 평균(약 5%)에 비해서 여전히 높은 목표치이다.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2008년 성장률 6%가 목표치가 아닌 실적치로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