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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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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실업률이란 지표의 맹점Ⅱ

0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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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규

지난해 12월 본란에서 실업률이란 지표의 맹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업률이란 일하고자 하는 사람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하지 못하는지를 나타내는 분자와 분모로 이루어진 비율이다. 따라서 분자나 분모 또는 양자 모두가 바뀔 경우 실업률은 변한다. 하지만 실업률의 변화는 분자와 분모 어느 것이 얼마나 바뀐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이럴 경우 실업률의 변화가 실제 체감경기의 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소개한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과 더불어 실업률이란 지표의 또 다른 맹점인 실업의 분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를 보면 OECD 회원국에 비해 실업률이 경기변동에 덜 민감하게 반응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실업률의 변화를 실질경제성장 중에서 장기적 추세를 제거한 부분(즉, 경기변동 부분)에 대해 선형회귀분석을 하면 계수가 -0.24 정도 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다. 이는 실질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실업률이 약 0.24%포인트 올라감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일한 분석을 OECD 회원국에 대해 적용하면 실업률은 평균 0.34%포인트 올라간다. 미국의 경우 0.42%포인트, 스페인의 경우 0.69%포인트까지 올라간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과의 연계(labor force attachment)가 약한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런 근로자들은 실직을 할 경우 실업자로 노동시장에 머물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실업률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100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5명이 실업자인데 경기가 나빠져 5명이 추가로 실직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들이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강해서 노동시장에 남아 구직을 한다면 실업률은 10/100=10%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물러난다면 실업률은 5/95=5.3%가 된다. 즉, 경기가 나빠져 기존 실업자만큼의 추가실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0.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약한 근로자가 많은 경우 실업률은 체감경기와 괴리를 보일 수 있다.

한편 실질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참여율은 약 0.11%포인트 하락한다. 이는 2008년 1월 기준으로 약 4만3,000명의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물러남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상당수 OECD 회원국의 경우 노동시장참여율은 경기변동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노동시장과의 연계가 강한 근로자가 많고 그들은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서 쉽게 노동시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구직활동을 지속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나라 실업률의 변동을 살펴볼 때는 이와 같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실업률의 또 다른 맹점 중에 하나는 실업의 분포 즉, 누가 얼마동안 실업상태에 놓여 있었는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20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항상 10명이 실업에 놓여 있는 두 개의 경제 A와 B를 상정해 보자. 경제 A의 경우 다달이 번갈아 가며 새로운 10명이 실업자가 되고 기존의 실업자는 다시 취업이 된다고 하자. 그리고 경제 B의 경우에는 기존의 10명이 1년 내내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실업률은 두 경제 모두 10/120=8.3%이다. 과연 경제 전체로 봐서 어느 경우가 덜 고통스러울까? 근로자들이 위험기피(risk-averse)적인 간단한 모형하에서 확률적 우위(stochastic dominance)를 이용하면 경제 A의 예상 효용이 경제 B의 예상 효용보다 더 높음을 보일 수 있다.

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경제 A의 경우 근로자들은 1년 가운데 1개월은 실업상태로 지내야 한다. 따라서 11개월치 임금으로 12개월을 살아야 한다. 경제 B의 경우 취업자는 1년 내내 취업 상태지만 일단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되면 실업은 1년 동안 유지되고, 이 경우 1년 동안은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실업자가 될 확률이 10/120이기 때문에 평균 소득은 여전히 11개월치 임금이다. 두 경제 평균 소득은 동일하다. 하지만 위험기피적인 근로자들은 실업에 처하게 되는 경우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차라리 1년에 1개월씩 실업에 처하게 되는 경제 A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실업률은 두 경제 모두 동일하다. 그러면 두 경제의 차이를 보여주는 노동시장지표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실업자들이 실업 상태를 벗어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나타내는 평균 실업기간(mean duration of unemployment) 또는 평균 구직기간(mean duration of seeking for work)이다. 경제 A의 경우 평균 실업기간은 1개월이고, B의 경우에는 12개월이다. 평균 실업기간이 길수록 실업의 고통이 일부 근로자에게 집중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업률이 같다면 평균 실업기간이 긴 경제의 후생이 더 나빠진다. 간단히 말해 동일한 분량의 실업이라는 고통이 일부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이들이 실업상태를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균 실업기간은 실업이 가져오는 일종의 분배의 효과를 가늠케 해주는 지표이다. 이런 측면은 실업률이란 수치로는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히 평균 구직기간은 1999년 3.5개월에서 2006년 2.8개월로 안정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나 60세 이상 고령자, 20∼29세 청년, 중졸 이하의 저학력자, 그리고 취업 경험이 없는 신규 인력의 경우 2003년 이후 평균 구직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실업의 고통이 더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평균 구직기간의 감소가 구직의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계층의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감으로써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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