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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무역조정지원제도 과연 필요한가?

08.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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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이 한·미 양국에서 모두 표류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한국, 그리고 대선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미국에서 한·미 FTA 비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정치인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한·미 FTA의 비준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따져봐야 한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던 말이 있다. 피해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철저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FTA로 인한 피해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현 단계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체결한 한·칠레 FTA 이후 「무역조정지원법」,「FTA농어업특별법」등의 무역자유화에 대한 보완대책이 이미 수립되었고 한·미 FTA 체결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보완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보완대책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무역자유화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리 정치권의 성격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FTA와 같은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집단에 대한 보상 논리로 등장한 것이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제도이다. 무역자유화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면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효율적인 부문으로 경제 내의 자원이 재배분되어 경제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또한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도 경쟁의 압력에 따른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는 효율성 증대를 통해 전체 후생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종사자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이러한 비용은 정책 변화에 따른 것으로 국가에서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무역조정지원제도의 기본논리이다.

무역조정지원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고, 그 기원은 다자간 무역협상인 케네디라운드에서의 관세인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근로자들을 보상해 주기 위해 1962년 수립된 무역조정지원(TAA) 프로그램이다.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는 무역자유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산업의 근로자들의 전직 및 재취업을 돕는 것이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히려 이 프로그램이 소득보조금으로 기능하여 근로자들의 취업유인을 제한하고 무역자유화로 인해 실업상태에 놓인 근로자들의 재취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무역조정지원은 무역자유화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극복하고 보호무역의 정치적 이득을 약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은 대내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피해산업에 대해 과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무역조정지원은 지대추구행위를 유발시키는 또 하나의 정책수단이 되고, 무역자유화의 경제적 이득을 반감시키게 된다. 따라서 무역조정지원은 무역자유화 추진 과정에서 대내협상수단으로서의 의미와 상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무역조정지원제도가 수립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 정치적 역할과 존재 의의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FTA의 추진과정에서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 및 보완대책을 제시하는 대내협상의 방식이 아니라 FTA 체결 이후 협정내용에 근거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FTA농어업특별법」의 경우 한·칠레 FTA 체결 이후인 2004년 3월에 제정되어 협상과정에서는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비준과정에서의 진통으로 인해 농업부문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행해졌다. 또한「무역조정지원법」도 2006년 제정되었으나, 한·미 FTA 후속대책으로 법을 개정하여 지원대상을 서비스업 전반으로까지 확대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무역조정지원은 새로운 FTA의 체결이 있을 때마다 지원대책이 추가되는 사후적 보상의 성격이 강하며, 사전적 대내협상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방식은 과도한 보상을 유도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의 구조조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무역자유화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없다.

지금과 같이 사후보상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가 무역자유화와 그에 따른 원활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와 같은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사후 보상기능은 무역자유화의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무역조정지원이라는 제도에 대해 처음부터 재검토해 보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통상정책의 결정과정에서 무역자유화는 일부 소수의 기득권세력이나 대기업에만 이득을 주고 다수의 서민과 중소기업, 농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는 식의 잘못된 포퓰리즘의 영향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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