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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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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서비스산업 정책, 산업구조변화 촉발할 수 있어야

0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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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할수록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의 경우 생산, 부가가치, 고용 등에 있어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70%,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4~5년 동안 제조업의 취업자 수는 감소한데 비해 서비스산업의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 현재 전체 취업자 중 서비스산업 취업자의 비중은 66.7%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실질성장률 면에서 볼 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 이후(2000~2007년) 제조업의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8.17%에 달했지만 서비스산업은 4.33%에 불과하였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과 큰 폭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2분의 1 수준이며 업종별로는 크게는 4분의 1 수준까지 격차가 나는 부문도 있다.

서비스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성장과 고용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그 동안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참여정부 때에는 1, 2, 3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이 발표되었고, 새 정부 들어서는 지난 4월 2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1단계 계획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2단계(2008년 9월), 3단계(2008년 12월) 계획을 추가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체감할 수가 없다. 물론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제시된 여러 정책 방안들의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산업의 몇몇 중요 부문은 공공 영역이어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강하고, 정책에 따라 업계 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부문도 많아 그 동안 ‘산업의 효율성’이 우선시 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세제 혜택, 자금 지원, 부분적 규제완화 등의 정책은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즉 교육·의료 부문 등에 영리법인 허용, 내국인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주로 자격증이 필요한 시장)의 개방 등 과감한 개혁이 시도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산업의 변화를 가져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 틀의 변화는 격렬한 반발과 논쟁의 촉발로 정부 입장에서는 취하기 부담스러운 선택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고착화된 비효율적 산업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부족하나마 지금의 수준으로 성장한 근본은 자금 지원·세제 혜택 이런 것이 아니다. 1980년대 초 시장 개방과 대기업의 진입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지금의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작사·극장 등 업계 및 영화인들의 반발도 있었고 일시적인 산업 침체도 있었지만 결국 산업적으로는 영세업자 중심, 주먹구구식 영화 제작에서 탈피하여 현재의 구조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서비스산업을 선진화하고 성장 동력화하기 위해서는 구조변화가 필요하고, 이러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서비스산업의 각 부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업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진입 규제·영업 규제 등이 많다. 이런 규제들은 사회적 목적을 위한 경우도 있지만 관련 종사자들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강제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요즈음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이 부문을 구성하는 주요 업종들은 자격증(변호사·변리사·회계사 등)을 필요로 한다. 이 자격증을 이용한 지대(rent) 추구가 각종 경쟁제한적 규제를 통해 실현되고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보몰의 병(Baumol's disease)'이라고 한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상당히 오래되고 구조적인 원인에 의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이 이렇다면 그 처방도 문제의 핵심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장애물을 뛰어넘어 구조변화를 이룩하지 않고서는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산업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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