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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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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업이윤, 기술혁신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되어야

08.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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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요즘 고유가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심화된 물가 상승압력과 순탄치 못한 국내외 정치상황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등의 답답한 뉴스가 거의 매일 전해진다. 더구나 이러한 경제난국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뉴스는 무더위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그나마 150달러를 육박하던 유가가 최근 며칠 동안 하락하며 130달러를 하회하고 있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완전한 하락세로 보지 않으므로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처럼 해외요인에 의해 물가가 급등하며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버텨야 한다”는 것이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의 견해이다. 우리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급등하는 유가로 인한 공급 충격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에너지 절약’ 밖에는 없다. 유가 급등에 의해 같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이 감소하여 한국경제의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한 것이므로 재정지출 확대 등에 의한 수요 진작을 꾀하는 대책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그렇다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한 공급곡선을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어떨까? 수요곡선에 이동이 없는 한, 공급곡선을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생산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 원유가격이 급등 이전의 수준으로 하락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유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기술혁신에서 찾아야 하고, 이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없다. 현재의 기술혁신 수준은 과거 수년에 걸쳐 기업들이 수행한 연구개발투자의 결과이다. 같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과거에 생산할 수 없었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석유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발굴 등 많은 신기술의 개발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노력해 오지 않았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공급 충격을 극복하고 경제를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 시각 보다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기술혁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해외요인에 의해 나빠진 경제상황을 단기적으로 타개하겠다고 무리한 수요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엉킨 실타래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버티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이 뒷받침될 때 과감한 연구개발투자가 이루어지고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연구개발의 결과로 기술혁신이 나타난다. 결국 공급 충격을 극복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고양할 수 있도록 제반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은 기업가정신에 의해 달성된 기술혁신에 대한 보상이어야 한다. 기술혁신으로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차지하는 이윤은 정당한 것이고, 그 정당한 이윤을 극대화한 기업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아닌 축하와 격려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정책보다도 기업이윤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사회구성원의 머리와 가슴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술혁신을 담당해야 할 기업은 부단한 연구개발투자와 함께 기업 활동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회복하여 기술혁신에 의해 창출된 정당한 이윤을 정경유착 또는 부정한 행위의 산물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는 경쟁의 결과에 근거하여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판단하고 처벌하며 인위적으로 시장구조를 개편하는 일이 아니라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구조적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끝으로 국민들은 과거 정부와 기업들의 행태로 인해 고착된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기업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기술혁신을 통해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에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술혁신에 의해 변화된 생산방식에 적합한 인적자본을 배양할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 계발을 통해 기업의 변화된 인력수요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skim67@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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