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언론 자유와 재산권 보호
08.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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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지난 8월 12일, MBC는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결정을 수용하여 공식 사과했다. PD수첩의 보도로 인하여 우리 사회는 한때 큰 혼란에 빠졌고,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었다. 여기서는 ‘언론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권리(human rights)’는 재산권으로 수렴된다는 점을 들어 이번 MBC PD수첩 사건과 관련된 이슈들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법정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담당판사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가. 물론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판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재산을 사용하여 불만을 표현해야 할 것이고, 그런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되어야 한다.
앞의 예제는 누군가 극장에서 거짓으로 “불이야!”라고 고함친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기 때문에 “불이야!”라고 ‘고함칠 자유’, 즉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의 판사 휴고 블랙(Hugo Black)이 ‘언론의 자유는 재산권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관점을 이용하여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언론의 자유라고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우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어디서나’ ‘자유롭게 말할 권리(right to freedom of speech)’를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어떤 장소를 빌려서 연설할 수 있는 권리다. 앞의 예제에서 보듯이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아무데나 들어가서 마음대로 고함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right to freedom of the press)’, ‘자유롭게 집회나 시위할 권리’ 등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언론의 자유와 같은 인간 권리는 재산권에 기초를 두거나 수렴되게 해야 하고 재산권을 넘어서는 ‘추가적인(extra)’ 자유롭게 말할 권리는 없다. 그러므로 재산권과 분리하여 언론의 자유 등을 권리로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런 요구는 필연적으로 권리라는 개념을 혼동하게 할 수 있다. 극장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그런 예이다. 반면에 인간의 권리가 재산권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경우라면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때 재산권이란 ‘사적(private)’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면 MBC는 사적 재산인가.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총주식의 70%, 정수장학회가 30%를 보유하고 있는 공영방송 기업이다. 명목상으로는 공영방송이지만 MBC 초기에 방송문화진흥회가 보유한 주식이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는 점에서 국영방송인 KBS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결국 MBC는 국민의 재산으로써 사적 재산권의 원리가 적용될 수 없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재산이라는 말은 국민이 ‘명목상’ 소유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 재산은 ‘실질적으로는’ 사실상의 ‘점유자’가 소유자이다. 물론 점유자도 재산을 맡고 있는 기간에 한해서 소유한다. 이 점이 사적 재산의 경우와 다르다. 그러면 MBC의 점유자는 누구인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등이 MBC에 영향력을 미치지만 사실상의 점유자로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집단은 MBC 임직원이다. 결론적으로 MBC는 명목상의 주인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MBC 임직원이 소유자이다.
이제 MBC의 해명방송(보도 이후 60여일)과 사과방송(106일)이 ‘그렇게도’ 늦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신속한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하는 MBC의 명목상의 주인인 국민의 요구는 MBC의 실질적 소유자인 MBC 임직원에 의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소유자와 실질적인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권리는 향유하고 권리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 일’이 MBC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MBC PD수첩의 보도를 실수로 인정하더라도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그런 크나큰 실수를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이대로 용납할 것인가도 따져보아야 한다. MBC PD수첩의 보도가 왜곡이든 실수이든 정당한 재산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언론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호해야 함을 앞에서 보았다. 다시 말하면 언론의 자유를 논의할 때 내용의 왜곡이나 실수가 핵심이 아니라 ‘재산권의 소지 여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MBC의 재산권은 ‘명’과 ‘실’이 분리되어 있는 이중 구조이다. 그런 분리는 제기한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MBC의 경우는 ‘누구의’ 언론 자유를 보호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MBC 임직원이 명실상부하게 MBC를 소유하고 있다면 소유자인 MBC 임직원이 ‘자신들의’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MBC는 비록 명목상이지만 국민의 소유이다. 재산권 소유의 형식적인 면만을 본다면 MBC의 소유자인 ‘국민의’ 언론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므로 MBC 임직원이 자신들의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재산권 소유의 형식적인 면만을 고려한다면 재산권적 기초가 없는 것이다.
앞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MBC를 명실상부하게 ‘민영화’한다면 그런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MBC의 소유자는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직원의 왜곡이나 실수를 방지하고자 할 것이다. 민영화하면 보도 내용의 왜곡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보도 내용의 왜곡이 민영방송 기업에 미칠 영향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에 KBS의 탄핵방송과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국·공영 방송에 의해 제작되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민영화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실수를 하더라도 빠르게 대처하여 방송의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완전하게 허용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입힌 피해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자유와 피해의 구제는 별개의 것이다. 그런데 현행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규는 행위자의 ‘의도’를 중시한다. 그래서 검찰은 왜곡·과장을, MBC는 실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행위자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어떤 행위가 객관적으로 피해를 준 것인가, 즉 행위자의 동기(motivation)보다는 행위의 ‘객관적 본질(nature)’에 의존하여 불법을 판단하는 일은 언론 자유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와 대립을 해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분석한 언론 자유와 재산권 간의 관계는 각종 인간 권리에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재산권을 확립하는 것이 재산의 국·공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음을 첨언해 둔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