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위기극복의 비결 여전히 규제개혁에 있다
09. 4. 27.
0
이주선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규제개혁, 민영화, 세금감면, 교육·대북·외교정책 등 다방면에서 새 정부임을 느낄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 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와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리나라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 위기로 세계의 수많은 유수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각국 정부가 은행 등 금융기업들의 국유화나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을 논의하는 것들을 보면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위기 또는 시장경제시스템의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현 정부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내세운 "친기업적(business-friendly)" 규제개혁과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정책도 흘러간 옛 노래로 치부하거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공산주의 독재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을 포함한 일부 극단적 좌파가 정권을 장악한 나라들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국가경쟁력 강화의 수단이다. 비록 미국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정부개입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러한 변화가 시장경제체제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그리고 규제개혁과 민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개혁의 대대적인 왼쪽 전환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이다. 심지어 미국보다 더 정부개입적 성격을 가진 프랑스·영국·독일을 포함한 EU 각국도 위기 국면을 지나가고 있지만 규제개혁의 정책 우선순위를 높여 “보다 우수한 규제(better regulation)"의 시행을 위한 다양한 규제관리 정책의 공조를 OECD·EU 등을 통해서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규제개혁이나 민영화 등 정부개혁 수단들은 보수주의나 자유주의 이념의 산물로 치부되기보다는 행정품질 제고의 보편적 수단으로 인식되어 정권의 진퇴와 상관없이 각국 정부가 수행하는 일관된 정책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동향으로 볼 때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왔던 중요 규제에 대한 개혁을 획기적으로 시행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현 시점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물건 파는 것만으로는 국민소득 3~4만 달러를 넘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유력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크게 보면 현재 우리가 팔 수 있는 것으로는 물건 외에 땅·돈·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과 기업은 물론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이 땅에서 돈을 벌고 쓰는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지금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600조원을 넘어서는 부동자금도 돈이 되는 ‘돈 장사’의 중요한 밑천이 돼야 한다. 또한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길러 세계시장에 파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땅·돈·사람을 팔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건파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구축된 과거의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고 이 개혁의 핵심에 수도권규제, 금융규제, 교육규제의 개혁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부가 시행하는 규제개혁은 현 난국의 타개뿐만 아니라 향후 새롭게 전개될 국가 간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기초이다. 그러므로 규제개혁위원회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이 범정부적으로 규제개혁을 위해서 다 방면에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이고도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등록규제의 3배를 넘어서는 14,000개 이상의 미등록규제를 모두 등록하고 이 가운데 불합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폐지·개선하는 것은 물론, 정부내 규제개혁 담당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인 조율 없이 중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규제개혁 업무들을 효과적으로 정비하여 인력과 자원을 핵심 규제개혁과 규제관리에 투입하는 것은 우리의 재도약을 위한 선행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zrh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