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재산권 보호를 통해 R&D 투자를 증대시켜야
09.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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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화
연구개발(R&D) 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71~2004년 기간 중 연구개발 투자의 축적이 한국경제 성장에 기여한 바는 30.6%였다. 이것은 일본에 비하면 낮지만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 수준도 높은 편인데, 2009년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GDP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5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특허생산성은 1위였고, 내국인 특허 취득건수도 3위를 기록하였다. 선진국 경제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는 부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연구개발을 직접 지원하거나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대부분의 경험적 연구들에서 연구개발 투자의 사적 수익률은 사회적 수익률보다 상당히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연구개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반영하여 1980년대 초 미국의 민간기업 연구개발비에서 정부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2.4%에 달하였다. 비록 이보다 비중이 낮기는 하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나 투자가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에 대한 계량 분석에 따르면 정부 재원의 연구개발 투자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는 낮을 뿐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도 않았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민간의 투자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최근에 이르러 정부의 투자가 민간의 투자를 보완한다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투자의 효율성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80년대 이후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줄고, 민간 투자가 늘어난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그 효율성이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나 연구 집단으로 하여금 비효율적인 지대추구 행위를 하도록 유인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또한 일부 국책사업에 대한 투자성과는 투자비용과 적정 이윤을 보장하면서 정부가 구매를 한다. 그래서 대규모 국책사업의 수주는 안정된 수입을 보장한다. 이러한 안정된 수입이 민간 기업이나 연구 집단의 비효율적 지대추구 행위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사업은 생산성보다 정부의 가치를 반영하기 마련이어서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정부의 투자규모를 늘리기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도 2003년 법률을 제정하여 5년 단위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여 이를 예산 조정 및 배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가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국책사업의 평가를 체계적으로 하더라도 그러한 성과가 경제의 생산성 증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잘 알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국책사업은 국방산업처럼 명백한 필요에 의하여 불가피하게 투자되어야 할 분야나 민간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는 기초연구 분야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연구개발 투자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GDP에서 연구개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이러한 투자가 대부분 민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바도 높다. 또한 일본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아주 적은 편이다. 이는 정부 투자가 기초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정부 투자와 민간 투자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2007년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 지출에서 기초연구는 25.4%만을 차지하고 있어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
결국 연구개발 투자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산권, 특히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필요하다. 사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외부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하여 투자수익이 회수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2009년의 EU의 보고서에서도 지적재산의 보호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 수익이 불확실한 연구개발 투자의 경우 그러한 위험에 대한 대가를 잘 보장해 주어야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