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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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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논평

세계은행의 국가관리지수(WGI)로 본 한국의 위상

08.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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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각종 경제지표의 홍수 속에서도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함축한 지수(index)나 순위(rank)의 형태는 큰 인기를 끈다. 예를 들어 국가브랜드 가치 순위, IMD의 국가경쟁력 순위 등은 언론에 앞을 다투어 보도된다. 자의적 기준, 상대적 비교 등 주관적이고 애매한 면도 있지만 숫자 혹은 순위로 한 나라의 가치와 경쟁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게 당연하다. 한때 정부 부처에서 국제지수 산출에 제공되는 국내 정보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서서 눈총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백면서생(白面書生)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지표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여전히 특정 경제실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정확한 지표가 없다고 불평한다.

WGI 내용과 특징

그런데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제법 잘 만들어진 지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은행의 전문가들이 공을 들여 개발한 국가관리지수(WGI, 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s)라는 것이다. 20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6개 분야에 대한 지수를 1996년 이후 연속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지수를 개발한 경제학자 Daniel Kaufmann과 Aart Kraay의 이름을 따서 ‘KK지수’라고도 한다. 국가·기업의 지배 및 관리구조 등의 의미를 갖는 governance가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의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이다. 당시 위기를 맞은 국가·기업의 지배 및 관리구조에 문제가 많아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governance 상황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문제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한다면 사전적 개선노력도 가능할 것이라는 발상이다. 이런 시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시시비비가 많지만 여기에서는 간과하기로 한다.

WGI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지수산출에 투입되는 기초자료가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1개의 국제적인 민·관기관이 생산해 내는 33개의 방대한 자료가 모집단이 된다. 이들 민·관 기관들은 대상국의 다양한 개인, 기업, 그리고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발표한다. 앞서 언급했던 IMD지수도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인데 WGI가 사용하는 33개 자료 모집단에 포함되어 있다.

<표 1> WGI 이용되는 자료 원천

둘째, 국가별 현황을 다음과 같이 6개 분야로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다. 1) 국민의 정치적 권리, 민의 반영 정도 및 언론의 자유를 측정하는 민의 반영도(Voice and Accountability), 2) 평화적 정권교체 가능성의 척도가 되는 정치적 안정성(Political Stability and Absence of Violence), 3) 정부 및 공무원의 자질·서비스·정치적 중립성 등이 측정되는 정부의 효율성(Government Effectiveness), 4) 규제가 민간부문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다루는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5) 계약이행·치안·사법 등의 분야에서 법의 준수정도를 측정하는 법치(Rule of Law), 그리고 6) 다양한 종류의 공공부문의 부정행위 내지 비리 방지 척도 등을 보여주는 부패통제(Control of Corruption) 등이다. 예를 들어 ‘불공정 거래가 많은지’, 그리고 ‘창업이 쉬운지’ 등의 질문은 ‘규제의 질’ 지수 값을 결정한다. ‘사법 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한지’, 그리고 ‘사법부가 정치적인 간섭을 받는지’ 등은 ‘법치’ 지수 값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한 WGI

대개 유사 지수들이 서베이 결과를 가공하여 순위를 산출하기 때문에 지수의 정확성, 순위변화 등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확실치 않다. 예를 들어 2007년 한국의 순위가 전년도에 비해 2단계 하락했다고 발표되었는데 과연 한국의 순위가 비슷한 나라들의 지수 값의 차이가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정확한 판단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해 대선당시 후보의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될 때마다 오차범위가 항상 같이 공개되었던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지지도 차이가 통상 오차범위를 벗어났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하고, 그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을 때에는 ‘박빙’, 혹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WGI지수의 경우 산출방식이 체계적이어서 앞서 설명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처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해석을 가능케 해준다.

다시 말해 여러 나라들의 지수의 직접 비교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정국가의 지수 값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 것이 유의미한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특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런 특징은 통상 널리 알려진 지수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 지수는 경제성과와 매우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에 걸쳐 지수가 동지수의 표준편차만큼 더 높은 나라의 소득이 낮은 나라에 비해 소득이 약 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의 성적은?

자연스럽게 다음 관심사는 우리나라의 성적이다. 세계은행은 2006년까지의 결과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http://www.govindicators.org). 우선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성적은 6개 분야 모두에서 지수 값이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순위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특히 눈에 띄게 저조한 분야는 ‘규제의 질’과 ‘부패통제’ 분야이다.

앞의 경우는 우리보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들과의 비교이므로 현실감이 조금 떨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다시 비교해 보자. 이를 위해서 매년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1인당 국민순소득(GNI)을 사용했다. 세계은행은 두 종류의 소득자료를 발표하는데 하나는 공식 환율을 사용하여 미 달러화로 계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국의 물가수준의 차이에 따른 구매력 차이를 감안한 PPP(Purchasing Power Parity)달러로 계산한 수치이다. 2006년의 경우 전자에 따른 우리의 1인당 GNI는 U$17,690으로 순위가 51위였으나 후자의 경우 PPP$22,990으로 50위를 기록했다. 여기서는 실질 구매력이 반영된 PPP 수치를 사용하였으며 국제비교를 위해 2006년 한국 GNI를 기준으로 차상위 10개국과 차하위 9개국을 표본으로 삼았다(구체적인 국가와 금액은 <표 2> 참조).

<표 2> 구매력이 반영된 2006년 국가별 GNI 순위


한국을 포함하여 전체 표본 크기가 20개이고, 소득순위 상 우리나라가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수의 순위도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사전적으로 무리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6개 분야에서 한국이 중위권(10위)에 속한 경우는 ‘정부의 효율성’ 하나이다. 나머지 분야에서는 ’민의 반영도’는 16위, ’정치적 안정성’은 15위, ’법치’는 13위, ’규제의 질’은 19위(<그림 1> 참조), ’부패통제’는 17위(<그림 2> 참조)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효율성’을 제외한 5개 분야의 지수 값은 전체 조사대상인 200여 개 국가의 지수를 1~25%, 26~50%, 51~75%, 76~100% 구간으로 등분했을 때 모두 51~75% 등급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순위가 저조한 분야의 경우 우수 국가 5~10개에 비해 표준편차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가 조사대상이 되는 광범위한 조사기관들의 결과에 널리 포착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림 1> 규제의 질 WGI 비교

특히 ’규제의 질‘에서 매우 저조한 결과가 나옴으로써 그동안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더 한층 강조하게 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효율성‘이 높게 나온 동시에 ’규제의 질‘과 ’부패통제‘ 분야의 성적이 저조한 것은 역설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규제의 질‘, ’부패통제‘, ’정부의 효율성‘ 등 세 분야에서 비슷하게 저조한 기록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똑똑한 정부가 열심히 일했는데 오히려 민간부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규제에 매진했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WGI 비교를 통해서 본 우리나라의 위상은 실망스럽다. 잘 하고 있는데 홍보가 미흡하다는 소위 ’참여정부‘식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사회·정치·경제 등 다방면에서 진정한 선진화가 절실하다는 인식이 더 생산적인 해석이라 생각한다. 5~10년 후 WGI 6개 분야에서 우리의 순위가 소득의 상대적 순위보다 더 높아지도록 진정한 선진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림 2> 부패통제 WGI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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