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논평
경쟁력 갖춘 미국 쇠고기 산업
0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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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록
지난 몇 달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광우병과 관련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우병은 그 동안의 발병사례로 볼 때 충분히 통제할 수 있고, 위험부위만 제거된다면 식품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결국 숱한 논쟁 끝에 우리는 식탁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미국산 쇠고기 하면 광우병과 연관 지어 위험하다는 선입견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쇠고기 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쇠고기를 많이 수출하지만 더 많은 양의 값싼 쇠고기를 수입하기도 한다. 쇠고기는 수출입 통계에서 신선 냉장육과 냉동육으로 나누어 집계된다. 미국은 냉장육을 냉동육보다 많이 수출한다. 냉장육이 수출액으로 3.4배, 톤수로는 3.2배나 많다. 2007년 기준으로 냉장육은 15억 달러(34만 톤), 냉동육은 4억 달러(11만 톤)로 총 19억 달러(44만 톤)를 수출했다. 반면 냉장육은 12억 달러(33만 톤), 냉동육은 16억 달러(56만 톤)로 총 28억 달러(89만 톤)를 수입했다. 냉장육에서는 소폭의 흑자를 내고 있으나, 냉동육에서는 12억 달러(46만 톤)의 적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2007년 전체 쇠고기 수출입에서는 9억 달러(45만 톤) 적자를 내고 있다. 95년도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미국이 쇠고기 수입국임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 쇠고기 가운데 냉장육은 멕시코(48%), 캐나다(32%), 일본(11%), 대만(4%) 등 4개 나라에 94% 정도 수출되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인 멕시코에 거의 절반을 수출한다. 반면 냉동육은 주로 한국(23%), 일본(17%), 대만(13%), 베트남(6%) 등 4개 나라에 60% 가까이 수출한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냉동육 수출시장이다.
반면 미국의 쇠고기 수입은 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진다. 냉장육의 경우 캐나다로부터 65%(톤수 기준 78%), 호주로부터는 20%(11%)를 수입한다. 냉동육의 경우 호주로부터 47%(46%), 뉴질랜드로부터 31%(29%)을 수입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는 냉장육을, 먼 곳에서는 냉동육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쇠고기 수출입 가격을 보자. 수출가격(수출액수/수출중량)을 보면 냉장육은 ㎏당 4.4달러, 냉동육은 4.1달러이다. 반면 수입가격은 냉장육 3.8달러, 냉동육 2.8달러이다. 따라서 미국의 냉장육 수출가격은 수입가격보다 16.6%나 높다. 냉동육 수출가격은 무려 43.2%나 높다. 전체 쇠고기 수출가격은 ㎏당 4.3달러로 수입가격 3.2달러보다 35%나 높다. 미국산 쇠고기가 훨씬 값비싼 고급 쇠고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어떨까?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의 냉동육 수출액 4억 달러(11만 톤) 가운데 20% 정도인 1억 달러(2만톤)를 수입했다. 한국은 일본, 대만, 베트남과 더불어 미국의 주요 냉동육 수출시장이다. 전 세계에 수출하는 미국 냉동육 평균 수출가격은 ㎏당 4.1달러이나 한국에 수출하는 가격은 4.6달러이다. 일본, 대만에 대한 수출가격이 4.2달러인 것에 비하면 한국은 보다 높은 가격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미국은 값싼 저질 쇠고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다. 더욱이 한국은 미국산 저질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도 아니다. 미국은 고급 쇠고기를 수출하는 대신 값싼 냉동육을 보다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수출경쟁력에 비교한다면 고가의 제품을 수출하고 저가의 제품을 수입하는 경쟁력 있는 쇠고기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제품의 질과 안전성에 있어서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하지 않거나 제품에 대한 지속적 관리 없이 이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얻기 위한 점수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국은 2010년까지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얻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기준으로 한국산 쇠고기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면 미국산이 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란 점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이제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한우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 생산과정, 투명한 유통과정을 거쳐 일류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sr@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