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법과 제도이슈
적대적 M&A의 방어수단으로서 테뉴어보팅
08.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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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록
방어수단의 입법 필요성
지난 3월 19일 법무부는 과천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시 ‘2008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포이즌필(poison pill) 및 차등의결권주식 등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 위하여 법무부 안에 태스크포스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소위 적대적 M&A가 시도되는 경우 대상기업이 적절한 방어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창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방어수단의 정도를 놓고 상당한 격론이 오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개방해 왔다. 특히 1998년 2월 증권거래법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폐지함과 동시에 그간 적대적 M&A에 대한 각종 규제를 지속적으로 철폐함으로써 현재 우리나라 기업법제는 자유로운 적대적 M&A는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반면에 그에 대한 방어수단은 어느 것 하나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매우 불평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있어 M&A는 지난 1997년 말 소위 IMF 경제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통하여 핵심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잘 활용되었고,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유입으로 인하여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권 위협이 크게 늘어 소위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의 입법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난 2006년 3월 상장회사협의회에서 주권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최대 60.9%의 상장기업이 경영권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경영권의 불안은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제도의 미흡 때문이라는 응답이 2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경영권 방어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는 이유로는 투기성 자본의 부당한 M&A 시도로 인한 기업가치의 훼손방지 및 주주보호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43.3%로 가장 많았다. 이로써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현실적인 경영권 불안을 해소해 준다는 측면에서도 적대적 M&A에 있어 대상회사가 다양한 방어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방어수단의 도입 필요
적대적 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포이즌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법무부에서 구성한다는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위원회’는 단순히 몇몇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끝낼 것이 아니라 그간 적대적 M&A에 있어 공격회사와 방어회사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는 기본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적대적 M&A에 있어 공격회사가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상회사에도 다양한 방어방법을 제공하고, 대상회사는 자신이 처해 있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어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포이즌필 이외의 다양한 방어방법의 도입도 충분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테뉴어보팅의 의의 및 장점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법무무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도입하겠다고 언급한 차등의결권주식(dual class stock)이다. 일반적으로 차등의결권주식은 정관에 여러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일부 다른 종류의 보통주에 대하여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 예를 들어 주당 10개 또는 100개의 의결권을 주어 주주총회 시 다른 종류의 보통주와는 달리 결의에 큰 영향력을 행사토록 함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차등의결권주식은 우리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반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따라서 주식의 종류가 아니라 보유기간에 따라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같은 종류의 주식이라도 보유한 지 일정기간(일반적으로 24개월 또는 36개월)이 경과한 경우라면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한다면 대부분의 적대적 M&A가 특정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집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수 있고, 물론 주식평등의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제도가 바로 미국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테뉴어보팅(tenure voting)’이다.
이러한 테뉴어보팅은 단순히 적대적 M&A에 있어 기업사냥꾼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장기보유주주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둘째, 기업의 단기사업보다는 장기사업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하며 셋째, 기업의 목적사업에 대한 장기투자 그리고 사업 참여 보호와 아울러 넷째,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에 대해서도 모든 주주들의 최대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공정하게 평가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이사회에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무부의 ‘경영권 방어법제 개선위원회’는 포이즌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만 여타의 방어방법, 즉 테뉴어보팅 등은 그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국내외 M&A 경향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M&A 시장규모는 지난 1995년 이후 2005년까지 31% 성장하였다. 특히 2004~2005년간 성장률은 무려 115%를 기록하였다. M&A 거래건수를 보면 2006년 747건에서 2007년 757건으로 10건이 증가했으나 거래금액으로는 2006년 414억 달러에서 2007년 738억 달러로 약 7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M&A시장 규모는 1995년 9,250억 달러였던 것이 2000년에 이르러 약 3조4천억 달러로 급격히 증가하다가 2003년까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2005년에는 2조7천억 달러, 2006년 3조7천억 달러, 2007년 4조5천억 달러로 증가하였고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도 다양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론
물론 M&A에 대한 방어수단은 그 남용을 방지하는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M&A도 자유로운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건전한 기업 활동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하여야 할 것은 그간 적대적 M&A에 있어 공격회사와 방어회사 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고 공격과 방어의 형평을 이루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테뉴어보팅과 같은 적절한 방어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공정한 M&A를 활성화하는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김광록 (충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laws@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