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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과 제도이슈

종합부동산세, 헌재 결정에 담긴 뜻

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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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초기부터 위헌 시비가 끊이질 않았던 종합부동산세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지난 11월 13일 결론을 내렸다. 세대별 합산과세는 위헌이고, 투기 목적이 없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에 불합치하며, 나머지 이중과세 부분 등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 이후, 종합부동산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정부, 여당과 야당 간에 극명하게 견해가 대립되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폐지론부터 개정 불가까지 갖가지 주장이 나오더니, 결국 세율을 낮추고 1주택자 등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싸고 국가적 혼란이 일어난 까닭은 이 문제가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세제의 정상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이념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간의 갈등구조로 사태를 몰고 갔기 때문이다. 더구나 종합부동산세는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세제를 만들겠다는 종전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태어난 것이기에 그 파장이 더욱 컸다.

세금의 본질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조달에 있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정책적 목적-부의 재분배, 특정 경제활동의 조장과 억제, 사회적 형평의 달성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본래의 기능을 떠나 조세제도를 이념적 수단으로 무리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종합부동산세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국세 형태의 보유세이다. 본디 보유세는 재산의 보유 사실에 기초하여 부과되는 지방세로서 잔여세 내지 보충적인 과세이다. 말하자면, 보유세는 소득세나 기타 세목의 과세가 이루어진 후에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제공에 상응하여 납부하는 최후의 조세로서 그 부담이 소득세 등 여타의 세목보다 훨씬 가벼워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부동산세는 그 부담이 지나치게 무겁다. 실현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과중한 세금을 내려면 무리가 따른다. 여윳돈이 충분하다면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납세자는 빚을 내거나 아니면 살던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부터 터져 나온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여러 면에서 무리한 세제인데, 헌재는 그 중 우선 세대별 합산 규정에 대하여, 이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하는 자를 독신자나 사실혼 관계의 부부, 세대원이 아닌 주택 등의 소유자 등과 비교해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세대별 합산 과세제도의 문제점은 결혼하기 전에는 과세대상이 아니던 남녀가 결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왜 갑자기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울러 부부 또는 부모와 자식 간에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증여한 행위에 대하여 보유세 단계에 가서 왜 이를 부인하고 여전히 한 사람이 재산을 모두 소유한 것처럼 하여 세금을 매기느냐 하는 것이다. 합헌론자들은 세대별 합산과세 규정이 없으면 명의 분산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상의 명의신탁 금지조항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증여추정 규정 등에 의해서도 조세회피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또 부동산가격 안정과 투기 방지는 한국 사회의 절대 절명의 과제이므로 헌법상의 혼인생활과 가족생활의 보장 규정을 희생하더라도 부득이하다는 합헌론자들의 주장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는 이번 헌재 결정은 정책적 목적이라는 공익을 앞세워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는 가치판단을 분명히 밝힌 점에서 실로 그 의미가 크다.

다음으로 헌재는 투기와 무관하게 장기간 1주택을 보유한 사람 또는 소득이나 수입원이 없어서 세금납부가 극히 어려운 사람에 대하여 아무런 예외나 고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무거운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였다. 굳이 어려운 조세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이다.

이에 대하여 과세론자들은 특정시점(매년 6월 1일)에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무조건 과세대상으로 해야지 세금을 납부할 소득이 있느냐 여부까지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든가, 종부세 대상자는 전 국민의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부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大)를 위해 그런 경우까지 일일이 고려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발상이고 부에 대한 증오와 포퓰리즘에 입각한 사고이다. 이런 생각이 만연하면 법치주의는 형식의 틀에 머물게 되고 자본주의는 실체 없는 장식품이 되어 버린다.

이번 헌재 결정의 의의는 국가가 편가르기식 여론에 기대어 부를 징벌하는 식의 조세제도를 운영해서는 안 되고, 특정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헌법 원리나 조세법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나 우리 사회가 헌재 결정의 뜻을 겸허하게 새기지 아니하고 오로지 정파적 입장에 따라 상대를 비난하기에 급급한 것은 유감이다. 헌재 결정이 나왔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등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사죄와 자성이었다. 그러나 정부·정치권·공직자·언론 어느 곳에서도 반성과 자책의 고백은 나오지 않았다.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지만 토지초과이득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불행한 사태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이다.

이전오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교수, upennj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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