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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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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정책 기조는 유지되어야


다소 진정되는 듯 보였던 그리스에서 촉발된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스페인 저축은행의 국유화 소식으로 시장불안을 가중시키고 천안함 사건의 발표결과에 따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를 돌파하고 KOSPI지수는 1,600선이 무너지는 등 한국경제가 또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규모 면에서는 훨씬 작고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경제의 움직임은 마치 2008년 9월 이후의 양상을 재현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의 부동산ㆍ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때 2,000선에 접근하던 주가지수가 800선대로 곤두박질쳤고 그해 최저 900원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기 시작하여 2009년 3월에는 1,500원을 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1997년 외환ㆍ금융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어 갔다. 그 결과 2008년 4/4분기의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4.5%를 기록하였고 수출과 수입은 연속 2분기에 걸쳐 각각 35.3%와 41.2%씩 감소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의 세계적인 불황으로 이어지며 한국경제가 받았던 충격의 강도는 누구보다도 더 극심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충격의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한국은 반대로 누구보다도 더 빠른 회복세를 보였었다. 미국ㆍ일본ㆍEU 등 선진국들이 아직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2009년 1/4분기부터 한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플러스(+)로 전환되며 그 해 2/4분기와 3/4분기에 각각 2.4%와 3.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또 2009년 2/4분기부터는 수출도 회복세로 반전하여 2009년 4/4분기에는 위기 발생 이전인 2008년 3/4분기 수출실적의 90%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실적이 이어지면서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올해의 성장률 전망을 5.2%로 상향조정하여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세계 3대 신용조사기관의 하나인 무디스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등급으로 상향조정하였으며, 이로써 한국은 1997년 외환ㆍ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순항하던 한국경제가 유럽발 시장불안에 또 다시 출렁거리는 모습은 해외요인에 매우 민감한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보여준다. 1997년 외환ㆍ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시장개방정책을 추진하였으며 그 결과 글로벌 경제체제로의 편입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의 외부충격에 대한 한국경제의 저항력은 어쩔 수 없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한국경제의 단점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경기회복기에는 이러한 경제구조로 인해 남들보다 더 빠른 회복세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펼친 경기부양책 덕분에 일단 경기하락세가 멈추고 미약하나마 회복세가 감지되었을 때 한국경제는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었다. 물론 경기변동성이 매우 심한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해외부문의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부문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정책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2008년의 세계경제 위기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국가는 없었으며 약간의 정도 차이가 있었을 뿐 모두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즉 세계경제의 통합이 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해외부문의 의존도가 높고 낮은 것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설령 한국의 해외부문 의존도가 낮았을지라도 어차피 대규모의 경기악화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결국 해외의존도를 낮추었다고 해도 당시와 같은 대규모의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해외의존도가 낮았다면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그 만큼 내부의 성장요인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한국은 높은 해외의존도 덕분에 경기회복기에 있어서는 오히려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와 같은 한국 정부의 개방정책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점차 더 글로벌 경제체제에 통합되는 것은 그 만큼 시장규모가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기업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한 재화를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WTO 다자간 체제 참여나 FTA의 적극 추진과 같은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등 대내 개방을 확대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방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의 유한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확대하여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다. 고용이 증대되고 후생수준이 향상된다는 것은 그만큼 내수부문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방 확대정책은 결국 내수부문의 확대도 도모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대외충격으로부터의 내성을 키우는 방편이 될 것이다.


요즈음의 한국경제 움직임은 다시금 해외부문의 악재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모습들이 그 동안 추진되어 온 개방정책 기조를 누그러뜨리는 빌미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황기에 좀 더 공격적인 투자가 향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그 동안의 시장개방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 추진되어온 한ㆍ미 FTA, 한ㆍEU FTA의 공식 발효를 앞당기고 중단된 상태인 DDA 협상의 재개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권영민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y_kwo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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