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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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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상법상 준법지원인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개정 작업 착수 후 6년만인 2011년 4월 14일 상법 회사편(속칭 회사법)의 개정 법률이 드디어 공포되었다. 회사법 개정안은 2005년 법무부에서 회사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이래 약 2년간 심도 있는 작업을 거쳐 2007년 9월 제17대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정치 일정상의 이유로 심의가 종결되지 못하던 중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가 2008년 10월 18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었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어 일부 상장회사 특례조항을 중심으로 2009년 일부 개정된 적이 있었으나 회사법의 전반적인 내용은 올 3월 11일에 이르러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 공포 후 1년이 경과되는 2012년 4월 15일부터 시행케 되었다.


주요 개정내용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자금 및 회계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주식ㆍ사채의 전자등록제를 도입하며, 유한책임회사(LLC)ㆍ합자조합(LP) 등 다양한 기업 형태를 도입함으로써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법제로 재편하는 한편,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대상범위를 확대하고 이사의 회사기회유용 금지조항을 신설하여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활발한 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나아가 준법지원인제도를 신설하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업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상기 내용 중 신설될 준법지원인제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준법지원인제도의 문제점


첫째, 준법지원인 채용 의무규정은 규제의 신설이다. 신설된 상법 제542조의13에 따르면 자산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 업무를 담당할 임기 3년의 상근자인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준법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상장회사로 하여금 업무적 부담을 넘어 민간기업의 인사에 간여하여 매년 수천만 원 내지 억대의 인건비 부담(임직원의 지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업무결과를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고 임면을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집행임원급으로 해석됨)을 지우는 규제의 신설로서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이다. 기업이 필요에 의해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의 채용을 늘리고 있는 자율성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둘째, 타국에 입법례가 없다. 기존의 금융회사에 두고 있는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이 아니라 일반 회사에 준법통제를 위해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는 입법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것은 준법지원인제도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최근 연구보고서 『상장회사 준법지원인제도 입법화에 대한 연구』(2009)에서 그 입법례로서 일반적인 내부통제제도(internal control system)에 관한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주요국의 사례만 제시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이 위법행위를 세계적으로 유별나게 많이 한다는 실증적 자료도 물론 없다.


셋째, 기존의 내부통제 기능과 중복된다. 대학의 회계감사과목에서 강의되고 있는 내부통제의 정의로써 유명한 미국의 COSO 보고서(1992, 2004, 2009)에 따르면 내부통제는 사업운영의 효과성과 효율성, 재무보고의 신뢰성, 관련 법규의 준수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통제 시스템으로서 여기에는 업무통제, 회계통제, 준법통제의 3대통제기능이 포함되는데, 준법통제는 그 일부이다. 현재 각종 회사의 내부통제업무는 경영자의 보편적 임무로서 이를 위해 회사별로 감사(또는 감사위원회), 내부 회계관리자, 법무팀 또는 기획팀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은행, 보험회사, 금융투자업(구 증권회사) 등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점검하여 감사(또는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준법감시인까지 두고 있어 신설된 준법지원인에 의한 준법통제는 이들 기능과의 중복을 초래하게 된다. 더 나아가 현행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에 의하면 자산규모가 1천억 원 넘어 외부감사를 받는 주식회사의 경우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운용과 자체평가에 대하여 외부감사인의 검토까지 받도록 되어 있다.


넷째, 기업의 윤리경영을 위해 관련 자격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상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의 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또 입법 배경에 의하면 “준법윤리경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선 준법지원인의 업무범위를 적법성 외에 경영의 적정성(타당성)까지 검토대상으로 한다는 것으로 과연 가능할까 하는 문제와 준법지원인의 자격을 변호사와 5년 이상 근무한 법학교수 등에 국한하고 있는데, 윤리경영의 주된 내용인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등의 방지를 위해서는 윤리전문가, 공인회계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다섯째, 무리한 변호사의 일자리 창출은 국민에게 저렴한 법률서비스 제공 정책에 역행한다. 준법지원인의 자격을 변호사 등에 국한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얼마 전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향후 양산될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절대 안 될 말이다. 당초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로스쿨(law school)제도는 선진국에 비하여 적은 변호사 숫자로 인해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비용이 과다하고 인권보호를 받는 문턱이 높은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당초 취지대로 변호사들의 공급 증가로 소송 수임료가 반감되어 국민의 법률사무소 이용 문턱을 낮추어 주어야 할 것이다.


시행 준비과정서 보완될지는 의문


요컨대 이번 개정상법이 정부 제출안 이외에 의원입법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조항이 추가된 준법지원인제도 등 일부 규제로 인해 많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음은 유감이다. 국회통과 후 한때 법사위의 지역이기주의적 입법권 남용 시비 등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필요성까지 논의되다가 청와대 내부 변수로 인해 뒤늦게 일단 공포한 후 시행령 마련 등 1년의 시행 준비과정에서 보완키로 했다는데, 이 제도는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광윤 (아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kimkyn@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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