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건설산업, 활력 모색이 절실하다



GDP의 230% 가량 되는 국가부채 수준. 이것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오던 일본이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는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일본이 받은 깊은 상처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일본의 장기불황 진입과정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논의가 여러 차례 제기되어온 작금의 상황에서, 올 4월 “지금의 한국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1)며 한국경제의 추락을 경고한 맥킨지에 이어 심지어 6월에는 OECD마저 한국경제에 경고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대로라면 2031∼2060년 사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55%까지 떨어져 성장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2)는 것이다. 빠른 속도의 공기업 부채 증가, 지방정부 세입(歲入) 부족, 지방정부 무상보육 예산 고갈 등 국가 재정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국가재정 상태가 급속도록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듯하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닫혀가는 성장판을 열고 약해진 체력을 다져 성장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선 건설산업의 견인차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건설산업


지금까지 이뤄온 한국경제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건설산업의 공로에 대해 큰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놓여있고, 이러한 처지에 처해있는 건설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의 결실은 충분히 나타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1990년대에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지속적인 감소를 거듭하며 2012년에는 15%대까지 내려왔다. 1990년대의 주택 200만호 건설

및 SOC 투자 확대 정책 등 20%를 상회하는 높은 건설투자 비중을 초래했던 동력 요인도 더 이상 없고, 참여정부 시절 주택규제 영향으로 하락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산업의 성장여건이 녹록치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건설산업이 장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을 법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의 건설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을 때, 우리나라의 건설산업도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으로 살펴본 산업의 수명주기 상 성숙기3) 단계에 진입했으며 조만간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선진국들처럼 10% 내외로까지 더 낮아질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4) 2012년 기준,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시현하며 10.15%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전망은 국가의 경제성장 수준(1인당 GDP)에 따라 해당 국가의 건설 활동(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역U자’ 형의 변동 특성을 보인다고 주장한 Kuznets(1972), Burns and Grebler(1977), Bon and Minami(1986), Bon and Crosthwaite(2000) 등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소득수준별 건설투자 비중을 비교해 보면, OECD 국가들과 비슷하게 우리나라 역시 건설투자 비중뿐만 아니라 세부항목인 주택투자 비중, 비주택 및 토목투자 비중에서 소득수준 상승과 동시에 투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역U자’ 형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소득수준 증가에 따라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건설투자 비중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의 지속적인 감소 전망이 유효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1인당 GDP(실질 PPP기준)5)가 약 2만5천 달러로 예상되는 2015년에 건설투자 비중이 12% 수준을 기록하고, 3만 달러를 소폭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에는 약 11%에 그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4대강 사업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종료되어 토목투자 증가세의 둔화 강화가 예상되고, 2기 신도시 및 보금자리주택 완공 등 2010년 중반 이후 주택투자 증가세 역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건설투자 확대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워


앞서 잠시 언급됐듯이 건설투자를 확대하기에는 현재 우리 정부의 재정여력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2012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443조 원 규모로 GDP 대비 35% 수준에 달하며 이는 5년 전보다 4%p 이상 급등한 것으로 빠른 속도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주택 공급과잉 등 국내 건설시장의 신규사업 여건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2011년에만 보금자리주택 약 21만 가구, 2기 신도시 주택 약 12.5만 가구가 공급되는 등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주택 투자매력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신규사업 국비지원 축소 및 SOC 투자 축소 계획으로 인해 향후 최소 3~4년간의 토목부문 신규사업 투자여력 또한 감소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 때마다 늘 그래왔듯이 정부의 국내 건설투자를 인위적으로 증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일본 정부가 건설업의 고용창출 효과에 기대어 경기 부양을 꾀하고자 건설투자 비중을 늘렸으나, 결과적으로 정부 재정에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였던 사례도 분명 정부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6)


민간이 활력 모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현재 건설산업은 활력 증진을 통해 건강한 성숙기를 보내느냐 그렇지 않고 침체의 늪에 더욱 깊게 빠져드느냐라는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이러한 기로에서 민간부문의 활력 모색 노력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었다. 현재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들은 유지관리 분야의 프로젝트와 친환경·기술선도 건설 프로젝트들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 민간 건설부문도 향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 기본적인 SOC 시설 확충 등의 프로젝트는 줄이고, 대신 도심재생, 주택 리모델링, SOC 시설 유지보수 등과 같은 유지관리 분야의 프로젝트들을 보다 빠르게 증가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7) 아울러 녹색 빌딩, 초고층 빌딩, 대심도 도로/철도, 스마트 하이웨이, 초장대교량 등과 같은 신기술을 앞세운 첨단 건설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미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기술개발 전략에 기초한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wonjea.huh@keri.org)

--------------------------------------------------------------------------------------------------------------------

1) 맥킨지 제2차 한국 보고서 – 신 성장공식, 2013년 4월

2) OECD 경제전망 보고서, 2013년 6월

3) 산업주기(Industry Life Cycle): 『개발기(Development stage)-도입기(Introduction stage)-성장기(Growth stage)-성숙기

(Maturity stage)-쇠퇴기(Decline stage)』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성숙기는 ‘이윤이 최고조에 이르러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준에 머무르거나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정의된다.

4) 이홍일(2011), 「향후 건설시장 전망 및 시사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5) IMF 및 한국장기재정모형상의 전망치 : (‘15년) $25,610, (’20년) $31,224

6) 199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전국 각지의 마을마다 제대로 된 이용도 보장되지 않는 음악당, 박물관, 체육관, 민예관 등의 시설물

을 신축하는 등 낭비성 SOC 건설투자를 추진(최광(2002), 『일본의 경제정책과 재정정책』). 일본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적

SOC 건설투자 등으로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면서, 2000년 이후부터는 정부의 건설

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기 시작하였다.

7) 이홍일(2011), 「향후 건설시장 전망 및 시사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