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회부되어 있다. 앞으로 법사위에서 특별한 변경이 가해지지 않는 한, 현재의 법안대로 법률이 확정될 것이다. 문제는 그 경우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프랜차이즈규제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가의 창의성과 개척정신의 산물인 프랜차이즈가 왜 대한민국에서만 유별나게 심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계약자유의 원칙이 제한되는가? 세계적 교역국인 우리나라의 이러한 법개정 조치가 과연 국제적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귤을 가져다 탱자를 만드는 이상한 나라’라고 비웃음을 사게 될까? 무엇보다도 이러한 법개정 과정이 차분한 법논리가 아니라 포퓰리즘이나 법률만능주의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랜차이즈는 보편화된 유통기법, 우리나라 가맹사업법은 이미 유럽, 미국 등 기타국가에 비해 엄격해
프랜차이즈는 마케팅 기법이다. 따라서 그 자체는 사업의 종류가 아니라 사업의 방식이다. 프랜차이즈는 세계 각국에서 그 이용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보편화된 유통기법이다. 그에 대한 각국의 법제는 아예 규제하지 않거나 단지 정보공개만을 요구하는 것이 대세이다. EU의 중심국가인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에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 이들 나라에서 프랜차이즈는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법으로 간섭하는 사항이 아니다. 가맹희망자도 자기 사업을 하려는 자이기 때문에 사업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과 판단력을 갖춘 것으로 전제한다. 그러한 자를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는 것은 논리모순이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가맹사업에 관한 정보를 미리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 나라에서 가맹본부에게 정보제공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허위 · 과장 정보로 가맹희망자를 속이는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여기까지가 세계적 프랜차이즈 규제의 보편적 현황이다. 따라서 정보공개서의 등록을 요구하고 가맹본부의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나 갱신거절을 제한하는 미국의 일부 주법은 극히 예외적 사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맹사업법은 그러한 예외적 법제보다도 더 엄격하다. 그들 주법에 규정된 각종 제도는 물론이고 주법에 없는 가맹금 반환제도, 가맹금 예치제도, 가맹계약 갱신의무, 가맹계약 해지시 2회 이상 통지의무까지 망라되어 있다.
경제민주화를 원한다면, 법개정을 통한 규제강화가 아니라 계약문화의 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해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우리 가맹사업법에 다시 규제를 추가하기 위해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하였다. 개정안에는 경쟁법의 법리에 어긋나거나 가맹사업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스런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조항은 제목과 내용에 오류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고 상식에 어긋나기도 한다. 대체로 (1)인근가맹점 현황문서 제공의무 (2)예상매출액산정서 제공의무 (3)과중한 위약금 부과 금지 (4)부당한 점포환경개선 요구 금지 (5)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금지 (6)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 (7)공정거래위원회의 업종별 거래기준 권고권 신설 (8)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협의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행히도 국회법은 법사위에 법안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단순한 자구수정 차원을 넘어 전체 법체계적 정합성과 비교법적 관점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명명하는 경향이 있다. 개정에 반대하는 자를 몰아 부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부질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 등록업체를 기준으로 할 때 약 3400여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를 넘는다. 이처럼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 규제를 가하려고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왜 독일에는 프랜차이즈규제법이 없어도 별 문제가 없을까? 왜 우리는 그토록 갑을문화가 만연되어 있을까? 경제를 일으키고 민주화를 이뤘다지만 아직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계약문화를 성숙시키지 못하였다. ‘체결된 계약은 반드시 지키고, 체결되지 않은 사항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계약개념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진정으로 권리의식 확대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원한다면 법개정을 통한 규제강화가 아니라 계약문화의 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과잉규제는 자율과 창의력을 억제하고 우리의 법제를 자꾸 변방으로 밀어낼 뿐이다.
최영홍 (고려대학교 교수 · 변호사 · 법학박사, yc47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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