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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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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해법은 국제화를 통한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근로자는 생산성을 높여 자기가 받는 소득보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의 총액이 전체적인 기업의 생산성보다 더 많다면 기업측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기업의 자금운용으로 이를 한동안 막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손실이 계속되면 결국 이 기업은 부도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영논리는 국가경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유럽 경제위기의 문제이다. 그 동안 유럽경제는 전반적으로 생산성에 비해 근로자의 소득이 많았다. 특히 정부의 복지정책으로 근로자의 실질 소득이 더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만큼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했다.


한편 경제의 소비측면을 보면 가계는 소비지출을 소득보다 적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이 거꾸로 되어 소비지출이 소득보다 많게 되면 가계는 결국파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이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이었다. 미국경제가 호황일 때 가계는 근로소득의 증가로 가계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자산의 가치증가를 통해 이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받아 가계소비를 늘렸었다. 미국정부와 금융기관은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고 가계대출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면서 이러한 방식의 소비지출을 더욱 부추겼다.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은 모두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유럽을 방문해 보면 경제에 활기가 없고 물가는 너무 비싸다. 서비스는 느리고 그 품질은 떨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는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과거 필자가 미국에 유학갔었을 때의 미국은 힘있고 착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었는데, 이제는 기력이 약해져 짜증을 잘 내는 이웃집 노인으로 비쳐진다. 미국 공항에 입국하면서부터 이러한 변화를 쉽게 느낄수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유럽이나 미국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 자체적으로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 중국이나 한국등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쟁력은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자기가 잘못한 것이 별로없어도 경쟁자들이 더욱 잘하면 자신은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문제를 해결한다고 정부지출을 늘이는 등 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족하다. 더욱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보호주의를 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재선을 준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2011년 2월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미국의 고용문제에 대해서 특히 관심을 갖고있던 오바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애플은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생산직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까?”” 이에 대해서 스티브 잡스는 단호하게 ““안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스티브 잡스는 왜 안 된다고 했을까? 예를 들어, 현재 애플의 아이폰은 삼성의 갤럭시폰과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만약 애플이 생산시설을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생산비가 높아져서 갤럭시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품질면에서 중국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애플은 철저한 디자인과 품질관리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아이폰의 뒷면을 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철저하게) 디자인되었고 (단지) 중국에서 생산되었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nd Made in China)””.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켜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철저하게) 디자인 되었고 (단지) 중국에서조립되었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nd Assembled in China)””라고 바꾸었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국내 근로자들의 고용창출만 염두에 두었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국제경쟁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생각과는 달리 국내고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 전체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더 중요하고,단순한 고용창출보다는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하고 소득을 더 높일 수 있는 ‘질이 높은 고용(quality employment)’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논리를 한국에 적용해 보자. 현재 한국에서는 경제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대기업 이윤의 일부를 중소기업 또는 사회로 돌리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은 국제경쟁 상황에서는 경쟁구도가 국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을 대표하는 다국적기업들끼리 발생한다. 즉, 삼성전자가 자사의 하청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나 노키아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애플 같은 경쟁자와 비교해서 핵심기술, 디자인, 그리고 세계경영전략 등에서 우위를 가져야 하고 삼성전자의 하청업체는 애플의 하청업체인 중국의 기업보다 더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혼자서 모든 부품을 다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자사의 하청업체들이 좋은 부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납품할 수 있게 기술개발이나 경영컨설팅 등 각종 지원을 해야 한다. 이는 단지 하청업체만을위한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는 또한 삼성전자 이익의 일부를 하청업체에게 건네주는 것이아니라 하청업체와 협력하여 함께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단지 기업의 의무가 아닌 사회전체의 기회로 확장한 ‘공동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의 핵심 개념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대선에 대비하여 경제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인기몰이용 경제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핵심은 제한된 자원으로 가치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경쟁의 범위를 국내에서 국제로 넓혀 이해할 때 국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파트너가 돼서 가치창출을 더욱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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