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치권 분위기로는 곧 다가올 대선에서 여와 야를 불문하고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을 정책으로 채택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교 무상교육과 대학 반값 등록금과 같은 교육 정책이 현재 우리 교육계가 직면하고 있는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 인력자원의 낭비와 실태
OECD가 발표한 2008년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별 취업률 현황은 다음과 같다. 중학교 이하 졸업자의 취업률은 66.1%, 고등학교 졸업자는 70.7%, 대학 이상 졸업자는 77.1%이다. OECD의 평균 취업률은 중학교 이하 졸업자 58.7%, 고등학교 졸업자 76.1%, 대학 이상 졸업자 84.5%이다. OECD의 평균 취업률에 비해 우리나라의 취업률은 고학력일수록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취업률 수치에는 임금 또는 이윤을 위해 최소 1시간 이상 노동한 자들과 일시적인 이유로 일을 하지 않으나 직장에 공식적으로 소속된 노동자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즉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상태를 취업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보면 취업률 통계치는 과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그 정도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대학생의 재학기간은 1999년을 기준으로 2009년 남학생 9.6개월, 여학생 4개월로 기존 재학기간보다 더 길어졌다. 취업의 어려움, 학비 마련, 어학연수 등이 재학기간이 길어진 이유로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일 것으로 짐작된다. 주지하듯이, 재학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사실상의 실업 상태에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학년도 재수생의 수는 약 15만 명이고 1996학년도에는 그 수가 약 30만 명이었다. 당해 학년도 졸업자 수가 약 52-54만인 점을 감안하면 재수생의 수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록 1996학년도에 비해 2011학년도에 그 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실상 실업자인 재수생이 없어지고 대학생이 정상적으로 졸업하면 노동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우리는 매년 그만큼의 인력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우리나라 유학생의 수는 약 10 여만 명이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교육기관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학생들이다. 국내 학비와 비교하면 외국 유학에 드는 비용은 훨씬 많기 때문에 국내 학비 기준으로 평가한 유학생의 수는 실제 유학생의 수보다 훨씬 많다. 2007년 GDP 대비 총교육비(민간 교육비 지출과 정부 교육비 지출을 합한 것)의 비율은 7.5%로서 같은 해 미국의 6.4%, 일본의 4.3%보다 높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 교육비는 해외 유학생에게는 지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낮게 계산된 것이다. 이렇게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우리나라 교육산업의 경쟁력에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제시된 수량화가 가능한 사례들을 제외하고도, 수량화가 어렵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먼저 학교 폭력의 범위는 광범위하여 그 실태조차 파악이 어렵다. 고질적인 폭력 서클까지 존재한다는 소식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거의 매년 자살하거나 구타로 살해당하는 학생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자살이나 살해 되는 경우에 책임지는 교육자가 없다는 점이다. 한 동안 기러기 부부들의 이혼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지만, 최근에는 그 마저도 다른 뉴스 때문에 관심에서 벗어난 것 같다. 또한 눈치 보기 지원을 부추기는 대입 제도, 입시 이후 놀고 있는 학교와 학생, 대학 교수들의 논문 표절, 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 대학의 입시 부정, 대학 교육에 대한 기업의 불만 등도 쉽게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한 때 좋은 학군을 찾아 위장 전입을 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보도도 없다. 이것이 과연 위장전입이 없기 때문인지 기사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고위 관리의 인사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여부가 여전히 논란이 되는 데도 말이다. 공교육의 부실화와 그에 따른 사교육비 이중 지출, 교육비 과다 지출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어려움, 학생들의 이중 교육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체력의 저하, 최장의 학습시간, 인성교육의 부재, 학력의 하향평준화, 교사의 과다한 행정 업무, 도전 받는 교권과 교사들의 사기 저하, 성폭력 등과 같은 학생의 인권 유린, 신도시 조성 시 학교 용지의 강제 몰수, 날로 증가하는 각종 교육 보조금과 보조금을 따기 위한 학교의 부정과 부패 등도 우리나라 교육계의 문제점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자유주의적 정책과 제도가 필요
앞에서 나열한 문제들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교육계에 상당 부분 고착된 것 또는 고착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그런 문제들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제도적 관점에서 그것들을 한 마디로 종합한다면 사회주의와 정부의 간섭주의이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은 국공립 고교의 경우에는 사회주의를 강화하는 것이고 사립 고교의 경우에는 간섭주의를 강화한다. 대학 반값 등록금의 경우도 같다. 바로 그 점에서 두 가지 교육 정책은 장기에서는 앞에서 열거한 문제들의 일부를 악화시키면 악화시켰지 해결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 비록 단기에서는 두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일부 덜어주겠지만 말이다. 사회주의 또는 간섭주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반사회주의적이거나 반간섭적인 정책 또는 자유주의적인 제도이다. 교육 분야에서의 자원 낭비와 자원의 잘못된 배분만 해결해도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경제도 활력을 크게 회복할 것이다. 정치권은 고교 무상 교육과 반값 등록금 등과 같은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