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노동정책의 핵심을 ‘노사관계정책’에서 ‘고용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이러한 의지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만들 때도 볼 수 있었지만, 추진 주체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노동부의 ‘고용’ 명칭이 뭐 대수냐 생각하기 쉽지만 노동과 고용행정을 직접 다루는 공무원이나 관련 정책을 지켜봐 왔던 전문가들에게는 중요한 변화다. 노동문제가 노동조합의 투쟁이나 노사관계 불안문제로 좁혀져서 인식되는 반면, 고용문제는 말로만 중요하다고 할 뿐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어 일자리 상황만 악화되어 좌절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부의 명칭을 바꾸고 노동행정이 고용정책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 내부의 역학관계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용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경제, 교육, 복지 부처 등이 다 관련되어 있어 관련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는 예산을 틀어지고 있는 경제부처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업무 영역이 광범위하고 다루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고용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형편도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고용정책을 내놓아도 다른 부처들이 제대로 협력하지 않아 반쪽짜리 처방에 그치게 되어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고용문제가 중요하다고 각 부처가 앞 다투어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벌였지만 예산만 낭비하였고, 정작 정책수립과 평가에 꼭 필요한 고용통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랑거리가 못 된다.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이나 불완전한 취업을 한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평균 실업률과 청년층의 실업률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문제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나라에 속한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학력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까지 감안하면 인적자원의 낭비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고학력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지금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앞서는 상황이 되었는데 정작 직장을 구하려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서 훨씬 낮다.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 밖에 없는 나라가 인적자원 문제를 이렇게 소홀하게 다룰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면 고용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좋아지면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인적자원도 잘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수요 측면에서 볼 때 수출 및 제조업부문은 성장을 하더라도 일자리 창출효과는 점점 줄어들어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가 커지고 있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은 각종 규제 때문에 고용문제 해결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공급 측면에서 볼 때 소수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조합은 사용자에 대한 교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기득권을 보호하는 고용관행을 강화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고 이것은 고용의 경직성에서 나오는 부담이 절대 다수의 근로자들이 속하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부문에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힘의 논리가 지배해 기업 규모에 따른 고용안정과 임금 및 근로조건 등에서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고용문제는 물론 이에 따른 소득격차와 빈곤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수명이 길어져 일을 하고 싶은 고령자가 많아지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나지 못하다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빈곤의 문제가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국가의 재정 부담과 일반 국민들의 세 부담은 커져 경제사회 전반이 활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또한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가 악화되면서 직장과 소득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 문제를 출산장려정책으로 해결하다 보니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해법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고 이것은 미래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누적시켜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비관적인 고용전망을 타개하는 데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노동부 시절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일을 완수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국가발전과 전체 근로자의 행복이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며 문제 해결의 대안을 창출하기보다는 법제도를 관리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면이 있었다. 노동부는 노사관계 안정, 고용 안정 등을 강조하면서 기존 질서를 관리ㆍ유지하는 데 치우쳐 왔고, 근로감독, 산업안전 등을 이야기할 때마다 집행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그쳤으며, 또한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노사정 합의 등을 이유로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한 고용노동부가 고용문제 해결의 총괄조정 역할을 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정책 역량을 키우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관련 부처들과의 정책 협의를 하는 데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의욕만으로는 어렵다. 고용문제 해결에 필요한 과제를 찾아내고 그 원인을 정리하며 고용노동부와 관련 부처가 각자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정하는 방식으로 정책 협의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고용노동부는 고용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간 기업이니 만큼 그 역할을 존중하고 노동수요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의 기회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력 배분과 투입의 낭비요인을 찾아 인적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에 비해서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게 만드는 불공정 보상의 요인을 해결하는 등 노동시장 기능의 왜곡을 해소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withkim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