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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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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미스매치 해결방안, 교육시스템에서 찾아야


올해 1월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그동안 3%대에 머물던 실업률이 5.0%까지 증가하였다. 청년 실업률도 9.3%를 기록하였다. 쉬는 사람, 취업준비자, 구직포기자 등을 포함해 일자리 없이 놀고 있는 사실상의 실업자는 40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한 바이오 벤처기업은 최근 8억 원의 구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생산인력 부족으로 2억 원가량의 물량밖에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1) 또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부족률이 3%에 달하며 부족 인력이 2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2) 올해는 이보다 인력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실업정책이 희망근로사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취업장려 보조금 등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어 있고, 민간부문에서의 고용 창출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의 미스매치(mismatch) 문제만 해결하더라도 실업난 해소에 상당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는 노동시장의 초기 진입인력과 관련이 많다.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를 거론할 때 청년실업이 동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고용의 미스매치는 만성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구직난은 어제 오늘 생겨난 문제가 아니며, 평균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3) 현 고용의 미스매치 문제는 단편적인 정책지원으로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문제해결의 단초를 교육시스템의 재정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고용 미스매치의 주된 원인은 청년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노동인력 질적 수준의 수요ㆍ공급 불일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에서 2009년에는 82%로 크게 증가하여 세계 최고수준이다. 2009학년도 대학입학 정원은 이미 고등학교 졸업자 수를 추월했다. 1997년 대학 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신생 대학이 많아 진학이 수월해진 반면,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대부분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중소기업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월 150만 원을 주는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100만 원을 주는 대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우선 과감한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학만을 남겨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타의에 의한 진학이 아니라, 대학에 꼭 가야 할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학력 인플레이션’을 걷어내야 할 것이다. 취업을 원한다면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여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기반을 둔 취업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계 고등학생들은 직업능력을 발전시켜 졸업 후 취업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습 결손에 의한 부득이한 사정이거나 대학진학을 위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계 고등학교의 취지를 재정비하고, 청소년기부터 중소기업과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중소기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직접 일할 수 있는 현장체험의 기회를 가지게 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인적교류를 정례화하게 된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나아가 졸업 후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표면처리약품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2002년 명문대에서 신소재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처음엔 외환위기가 끝나가던 무렵이라 대기업에서는 병역특례를 뽑는 곳을 찾기 어려워 택한 궁여지책이었으나 2004년 대기업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몸을 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5) 이처럼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부터 학생들과 중소기업 사이의 교류의 문을 열어두면, 그 만큼 중소기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점차 사회에 만연했던 중소기업 경시 풍조도 극복되고, 노동인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으로 유도하여 고용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재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학과개편 심의회에서 산업계 참여비율이 8.2%에 불과하며6) 실제로 학교와 기업 간 협력도 미미하다. 독일 실업교육의 경우 14~17세의 학생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으로서의 실업학교 학업과 기업체 현장교육 실습생으로서의 현장실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산학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7) 덴마크와 핀란드도 전문 직업학교에서 철저한 현장실습 교육 및 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졸업생들의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8)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 마이스터고를 설립ㆍ운영하고 있는 만큼 전문계 고교에서 중소기업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체 현장교육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교과목을 선정하고, 기업들의 의견이 교과내용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노동인력 질적 수준의 수요ㆍ공급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협력관계는 전문대학 및 일반대학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부의 역할은 학교와 기업 간 협력을 위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실질적으로는 학교와 기업에게 자율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적합하다. 너무 많은 규제와 지시는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의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중요한 모맨텀을 제공하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노동시장을 점검하고 선진국 수준의 고용 직무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기회에 고용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대안도 보다 근원적인 시각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등 임시방편적 정책보다는 대학 구조조정, 중ㆍ고등교육 직업훈련 재정비, 산학협력 등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시스템 분야에서의 정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위기가 주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jsyo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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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경제신문, 2010년 2월 16일자

3) 통계청,『경제활동인구조사』의 성ㆍ연령별 실업률 가운데 2000년 1월~2010년 1월 월별 실업률 평균

(전체: 3.6%, 청년: 7.8%)

4) 김선동,『고등교육 선진화를 위한 사립대학 구조조정 토론회』, 2009. 7. 27.

5) 한국경제신문, 2010년 2월 18일자 A12면

6) 박동열,『고교단계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 공청회』, 2009. 11. 19.

7) LG경제연구원,『청년 일자리 창출의 베스트 프랙티스』,『LG Business Insight』, 2010. 1. 20.

8) 중앙일보, 2010년 2월 26일자 24면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0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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