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의료법인 도입이 표류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의료산업 선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이래 심층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대통령 인수위원회도 규제완화 대상으로 고려하였다.1) 그러나 2010년 현재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부작용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어, 장점에 대한 관심이 자리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의료비가 상승하고, 진료의 질이 떨어지며,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가 심화된다는 우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영리의료법인의 장점에 대한 주장은 접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부작용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는 취약하며, 설령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해도 적절한 정책적 보완을 통해서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적인 영리의료법인 논의를 위해서는 보다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반대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영리법인은 투자자가 순수익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비영리법인과 구분된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은 서비스 제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영리법인은 서비스 제공을 통한 순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이 된다면 순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가격을 높일 수 있는 비보험 진료에 집중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진료의 질을 낮추고, 수요자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할 유인이 강하다. 따라서 고가인 비보험 진료의 비중이 증대하여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진료의 질은 하락하고,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우려는 과연 현실적인가?
첫째,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더라도 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우선 비영리의료법인에는 다양한 세제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영리의료법인이 지배적인 형태의 의료기관이 되기는 어렵다. 비영리의료법인은 법인세의 50%를 면제받을 수 있으며,2) 의료서비스 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각종 지방세3)가 면제된다. 실제로 영리의료법인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에도 비영리의료법인에 제공되는 각종 세제혜택으로 인해서 영리병원은 전체 병원의 19.6%(2008년)에 지나지 않으며, 의료 인력의 9.9%만을 고용하고 있다.4) 그리고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 진료가 개인 의료비 지출의 61.3%5)에 달할 정도로 건강보험 진료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따라서 영리의료법인이라도 비보험 진료에 집중해서는 영리 추구 자체가 어렵다.
둘째, 영리의료법인은 비영리의료법인과 환자유치를 위한 경쟁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의 질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같은 지역 내에서는 영리의료법인과 비영리의료법인은 환자의 사망률 및 회복 수준이 유사하다.6) 특히 한국은 전술한 바와 같이 건강보험 진료의 비중이 높은데, 건강보험 진료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므로 가격경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료의 질을 높여야만 환자 유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질을 저하시킬 유인이 약화된다.
셋째,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 문제는 영리의료법인 진입을 억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료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만 소비가 가능하며, 따라서 입지 선택은 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인구 밀집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는 실증적인 증거들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7)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개인사업자8)인 의원9)이 주도하고 있어서, 이미 지역적인 편재가 심각하다. 2009년 현재 병ㆍ의원의 95.2%를 의원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의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도(道) 소재 병ㆍ의원은 인구 10만 명당 98.7개로 특별ㆍ광역시 소재 인구 10만 명당 병ㆍ의원 132.5개의 74.5%인 반면, 도 소재 의원은 인구 10만 명당 92.9개로 특별ㆍ광역시 소재 인구 10만 명당 의원 127.2개의 73.1%에 그쳐 지역별 편재를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의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는 지역적 편재 해소가 어렵다.
그리고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부작용은 소비자의 선택을 강화하고, 공공 의료기관을 확충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진료가격 및 진료의 질에 대해서 적절히 평가할 수 있다면, 비보험 진료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거나 진료의 질이 지나치게 낮은 의료기관은 소비자 선택에 의해서 퇴출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진료가격 및 진료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상시 전달하는 ‘국가 의료정보망’을 운영하면, 소비자 선택을 강화하여 의료비 급증 및 진료의 질 저하에 대처할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홈페이지10)를 통해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대ㆍ개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는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여 해소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병원의 22.1%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공병원으로서 소득이 낮은 지역의 의료서비스 공급에 공헌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는 전체 의료기관11)의 5.9%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영리의료기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인 근거가 약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통해서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영리의료기관이 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공헌할 수 있는 이익은 현실적이다. 영리의료기관은 자본 조달에 유리하므로 최소효율 규모(minium efficiency scale)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인력 및 장비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경영 분야의 전문 인력을 고용하여 소비자들의 선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개인사업자에 주로 의존하는 현재의 의료서비스 공급을 보다 생산성이 높은 방향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 영리의료법인의 부작용으로 흔히 언급되는 의료비 급증, 진료의 질 저하,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 심화는 실증적인 근거가 빈약하며, 의료기관 정보 전달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공의료기관 공급을 확대하면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영리의료법인이 도입되면 최소효율 규모를 달성하기 용이해져서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영리의료법인은 도입하되,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을 병행하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강성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ungwonk@keri.org)
---------------------------------------------------------------------------------------------------
1)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윈회,『성공, 그리고 나눔: 이명박정부의 국정철학과 핵심정책과제』, 1994.
2) 부동산 취득, 의료기기 및 의료 정보 시스템 투자에 사용한 비용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분류하여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인세법 29조의 1; 법인세법 시행령 56조의 6; 동법 시행규칙 29조의 2)
3)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일부), 같은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
산에 대해서는 재산세ㆍ도시계획세ㆍ공동시설세가 면제된다. (지방세법 287조의 2)
4) 비영리의료법인에서 영리의료법인으로 의료 인력이 급격하게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하나 미국의 경우
를 보면 그 근거가 희박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영리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치과의 포함)는 모든 병원 근무 의사
의 2.2%에 지나지 않는다.(American Hospital Association, AHA Hospital Statistics: 2010 Edition, 2010)
5) 개인 의료비 지출 중 사회보장기금 부담과 법정 본인 부담의 합(보건복지부ㆍ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2008
년 국민의료비 및 국민보건계정』, 2010.)
6) Sloan, F.A., and D.H. Taylor, "Does ownership affect the cost of Medicare?", in: A.J. Rettenmaier and
T.R. Saving, (eds.) Medicare Reform: Issues and Answer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1999.
7) Norton, Edward C. and Douglas O. Staiger., "How Hospital Ownership Affects Access to Care for the
Uninsured". The Rand Journal of Economics 25(1), 1994. pp.171-185.
8) 개인사업자는 영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의료법인과는 달리 개인소득세 세제혜택은 받지 않는다.
9) 병상 30개 미만인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10) www.hira.or.kr
11) 약국을 제외한 요양기관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