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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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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지난해 11월 17일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BAU(Business as Usual)하의 배출량 대비 30%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중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였다.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본전제는 21세기 말까지 지구의 온도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고 이를 위하여 2050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450ppm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 IPCC 제4차 보고서, 그리고 유럽연합이 비부속서 I 국가들에게 권고 또는 요구하고 있는 수준 중 최대치이다.


이제 국가감축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성공적인 정책구조는 어떤 것일까?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배출에 따른 사회적 한계손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온실가스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온실가스의 가격이 높을수록 배출집약적인 재화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유인이 제공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채택할 유인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둘째, 온실가스 저감정책은 모든 부문에 걸쳐 최저의 비용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셋째, 형평성과 분배 정의를 위해서 기업 간ㆍ세대 간ㆍ소득계층 간 분배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저감정책은 유연해야 하고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해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정보에 대해서도 확고해야 한다. 정책의 결과가 변동성이 심하다면 정책의 경제적 비용은 상승하게 되며, 정치적인 지원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저감정책은 집행 가능해야 하며 동태적 일관성(dynamic consistency)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1)


이러한 원칙을 고려하여 다양한 정책수단들이 사용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는 탄소세(emission taxes), 배출권거래제(tradable emission permits), 성능표준(performance standards), 에너지 절약기술 적용 시 유인 제공, 배출 감축에 대한 보조금, 청정기술 도입에 대한 보조금 등이 있다. 탄소세(또는 배출세)나 배출권거래제 같은 시장기반(market-based) 정책은 배출에 대하여 공통의 가격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성능표준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공통의 가격이 설정되면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에 배출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배출권거래제나 탄소세의 경우에는 다른 정책수단보다는 경제학적으로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2) 탄소세의 경우에는 배출에 대한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배출권거래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배출권거래제의 경우에는 가격의 변동성을 허용하는 반면에 배출량을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배출에 대한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저탄소배출 기술투자와 혁신에 대한 기업의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탄소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해 유연한 제도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기가 좋지 않은 기간 동안에 기업으로 하여금 배출을 더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수요가 많이 증가하는 기간 동안에는 배출량을 적게 줄이게 하는 제도이다. 또 탄소세는 효율성이나 형평성을 개선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재정수입을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감배출량이 불확실하며, 정치적으로 탄소세를 시행하기 어려운 단점도 가지고 있다.


반면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수요 변화에 따라 배출가격이 변동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이러한 단점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면, 예를 들어 배출권거래제에서 가격의 변동성이 존재하므로 배출권가격이 일정한 가격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배출권을 팔 수 있는 안전판(safety valve)을 마련하거나, 정부가 배출권에 대하여 중앙은행의 역할을 담당(market maker)한다든지 아니면 배출권의 저축(banking)과 대부(borrowing)를 허용함에 따라 가격안정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배출권거래제의 정책 혼합은 단일정책수단에 비하여 우월한 수단일 수도 있다.3)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다면 초기할당 방법, 참여대상, 거래기간, 예치와 대부 여부, 안전장치, 조기감축 인정 등 많은 하부 제도들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초기할당만 하더라도 크게 무상할당과 유상할당으로 나눌 수 있다. 무상할당의 방법도 과거 배출실적 기준, 집약도 기준 등 많은 방안들이 존재하며, 유상할당의 경우에도 유상할당의 방법(경매를 포함)과 유상할당으로부터의 수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등 많은 방안들에 대하여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선택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회적ㆍ정치적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어떤 하나의 제도 선택은 다른 제도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배출권거래제의 초기할당 방식은 조기감축 유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완전경매이든 부분경매이든 상관없이 경매를 통한 할당이 조기행동에 대해 가장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 조기에 배출을 감축한 사업체는 경매에서 많은 배출권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매를 통한 할당이 이루어지는 경우 제도적으로 조기감축을 인정할 유인은 작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단적인 예이지만, 제도 간 연계성과 효율성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러한 면에서 제도와 제도간의 연계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


올해 4월 13일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여러 온실가스 저감정책수단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2012년에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시행까지는 아직 2년 정도의 기간이 있으나 제도적으로 정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2006년에 『Assembly Bill 32, the Global Warming Solution Act』를 통과시키고,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자 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년간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라 2012년에는 배출권거래제도 시행할 계획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고 할 일은 태산 같다. ‘빨리빨리’가 국제적인 용어가 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이번엔 완성도가 높은 제도적 장치가 수립되었으면 한다. 한번 만들어진 시장을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dki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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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서 동태적 일관성이란 필요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하여 정책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유인을 정부가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여기서의 배출권거래제는 총량규제(cap-and-trade)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를 의미한다.

3) 이러한 정책 혼합의 우월성은 Pizer(2002)에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Pizer, W.A., "Combining Price and

Quantity Controls to Mitigate Global Climate Change," Journal of Public Economics, 85, 2002, p.40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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