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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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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식의결권이 이익집단에 이용된다면…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이 낸 돈으로 운용되는 만큼 기업경영에 개입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 주주권1)의 실질적 수단인 주식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것은 특수이익집단(special interest group)의 사적편익을 추구할 유인을 강화하여 오히려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훼손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특수이익집단 사적편익에 이용될 유인이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매우 크다.2) 그런데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어 소수 특수이익집단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해관계와 상황에 따라 정치인, 정부 관료, 일부 시민ㆍ사회단체 등이 국민연금을 둘러싼 특수이익집단으로 형성될 수 있다.3) 더욱이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경영에 개입할 명분이 있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의결권 행사가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여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과 수익률을 높이기보다는 특수이익집단의 사적편익에 이용될 유인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은퇴 후에 안정적인 연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느냐는 것에 관심이 높을 것이다. 이는 최근 공적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래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염려와 불안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불안이 더해 가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반면 소득대비 국민연금 수급액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공단이 연금보험료를 징수해서 축적한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여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국민연금 의결권을 행사해서 투자한 주식의 기업 가치를 제고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였는지 아니면 하락하였는지를 명시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4) 오히려 정치권 및 관료, 그리고 각 외부단체의 정치적 영향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운용수익률의 극대화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특수이익집단의 활동 목적은 국민연금의 안정적 수익성 확보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특수이익집단은 사적편익을 위해 국민연금을 이용할 유인이 강하다. 특히 의결권 행사지침에 ‘환경ㆍ사회ㆍ기업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Issue, Governance; ESG)’ 등 사회적 책임투자에 대한 강조가 허점(loophole)을 마련해 주어서 특수이익집단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세부기준의 재량적인 조항들은 찬성 또는 반대의 기준이 모호해서 주식의결권 행사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


지대추구비용이 가입자 손실로 귀착될 수 있어


개별 특수이익집단의 합리적인 행동의 결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비합리적,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수이익집단의 정치적 압력과 로비의 영향으로 의결권 행사가 이루어질 경우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은 관련 소수 특수이익집단에게 직접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비용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귀착된다. 이때 특수이익집단의 구성원이 누리는 개별적 이익은 큰 반면, 개별 국민연금 가입자가 느끼는 손실은 매우 작기 때문에 특수이익집단의 정치적 압력을 통한 지대추구의 유인이 존재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은 국민연금 가입자이다. 그런데 특수이익집단이 이러한 기금을 이용해서 사적편익을 추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각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수이익집단의 지대추구활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은 국민연금 주식의결권에 정치적 영향을 통한 자원배분의 왜곡이다. 또한 특수이익집단의 지대추구에 소요되는 자원의 낭비와 특수이익집단 간의 경쟁 및 상호 견제에 소모되는 사중적 손실(deadweight loss)이다. 예를 들어, 사적 목적을 위해 로비를 하거나 공청회를 연다거나 신문광고 등의 홍보활동을 함으로써 발생되는 비용이다. 게다가 특수이익집단의 정치적 압력이나 로비와 같은 지대추구활동에 대응하기 위하여 관련 기업이 투입해야 하는 자원과 노력의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시어스(Sears)사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와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추진된 전문 활동가(shareholder activist)의 이사회 진출을 막고자 250만 달러의 비용과 수십 명의 인력을 소모하였다.5) 이러한 지대추구활동과 이를 상쇄시키기 위한 활동에 쏟은 자원과 노력이 사회에 생산적인 곳에 사용되지 못하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6)


미래기획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및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면 관치 논쟁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금 운용주체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라 하더라도 주식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한 정치적 압력이나 지대추구활동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의결권 행사 위탁 전문기관의 대리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위탁기관이 지대추구활동을 할 수 있다.7)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 예를 들면 사회적 투자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때 특수이익집단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다.8) 이는 외부 위탁기관을 선정하는 주관기구가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결권 행사 위탁기관은 비록 겉으로는 독립적이라 하더라도 기관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수이익집단의 의도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특수이익집단이 개입할 유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즉 국민연금 주식의결권 행사 시 중립투표(shadow voting)9)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y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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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주권에는 주식의결권 행사, 증권집단소송, 주주대표소송, 위임장 대결, 이사 및 감사후보 추천, 주주 제안

등이 있다. 주식의결권 행사는 비록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방안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보편

화되어 있고 현실적인 주주권 행사의 수단이다.

2) 1988년 첫해 약 5,282억 원이었던 국민연금기금은 2010년 약 383조 원으로 약 72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GDP 대비 국민연금기금 비중은 0.004에서 0.276으로 약 73배 증가했다. 이 같은 규모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이고, 곧 세계 최대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3) 특수이익집단은 사적편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화하거나 로비 또는 압력을 행사해 정책결정과정에 직ㆍ간접적

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룹을 지칭한다. 실무를 담당하며 관련 정보를 만들어내는 우월한 위치에 따라 특

수이익집단은 크게 내부이익집단과 외부이익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지

배구조에 영향을 주고 싶거나 기업들로 하여금 특정목적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관심 세력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인, 일부 시민ㆍ사회단체 등이 관심세력으로 형성될 수 있고, 이들이 보건복지가족부, 국민연금공단, 기

금운용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등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로비 등 지대추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미국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따른 기업의 가치에 대한 연구논문들은 분석방법이나 분석기간에 따라 그

결과가 상이하기 때문에 특정한 결론에 도달하기 힘들다. [Karpoff, Jonathan M.(2001), “The Impact of Sh-

areholder Activism on Target Companies: A Survey of Empirical Findings.”(working paper)]

5) Hebb, Tessa(2006), “The Economic Inefficiency of Secrecy: Pnesion Fund Investor's Corporate Transp-

arency Concerns.” The Journal of Business Ethics. 63(4). pp.385-405.

6) Tullock, G.(1980). "Efficient Rent-Seeking,” Toward a Theory of the Rent-Seeking Society. Buchanan,

James M., Robert D. Tollison, and Gordon Tullock, eds. College Station: Texas A&M University Press,

pp.97-112.

7) RiskMetrics Group의 ISS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CPPIB)가 추

구하는 가치를 고려하여 의결권 행사 지침을 작성해 주고, 동시에 기업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8) Romano, R.(1993), "Public Pension Fund Activism in Corporate Governance Reconsidered.” Faculty

Scholarship Series. Paper 1958./ Romano, R.(1995), “The Politics of Public Pension Funds.” The Public

Interest, 119. pp.42-53.

9) 중립투표는 투표에 참여하되 투표의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주주의 의결 내용에

비례하여 자기의 의결권을 분리하여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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