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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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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 시대와 비정규직보호법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외에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국정 목표는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것’이다. 사실 행복만큼 주관적인 것은 없다.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지만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고 산다면 그것은 불행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분명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나 행복이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 누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물질이 풍부하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물질을 경시한 채 정신적인 것만 강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종교인과 수도자를 제외한 평범한 일반 사람들은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행복해진다. 물질만을 강조하는 인간 생활은 사막처럼 척박하고, 물질적인 바탕이 없는 정신적인 행복추구는 공허하며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행복의 문제를 사회 전체 이슈로 삼을 경우에는 우리가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어떠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외부의 힘에 의해 지속적으로 방해받을 때 행복해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도시로 또는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하여 살고 싶은데 그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환경에 산다면 불만을 갖게 된다. 어느 한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환경에 산다면 행복해 하지 않는다. 어느 직원을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환경에 처해있다면 불만을 갖는다. 이러한 사회는 사람들의 행복을 빼앗아가는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빼앗아 가는 제도가 있다. 그것이 바로 2006년에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이다. ‘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법이 아니라 고통을 안기고 불행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 법 때문에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계속 근무하고 싶은 직장에서 떠나야 하는 근로자들이 부지기수다. 이 법 때문에 계속 고용하고 싶지만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 없어 내보내야 하는 기업들이 매우 많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노동시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고용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와 계약에 맡겨야


혹자는 법에 따라 2년 후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주면 될 것 아니냐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물론 비정규직보호법 때문에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례도 많다. 그렇다고 이것이 성공한 법은 아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없다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다. 고용자 입장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는 어렵지만, 계약직이라면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비정규직으로 계속 고용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비정규직보호법은 이러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박탈하여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장자는 ‘지락편’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옛 성인은 사람의 능력이란 한 가지가 아니며 일도 같지 않다고 여겨, 실질에 알맞은 명성에 머물게 하고 본성에 합당하게 따라가는 길을 마련했다. 이것이야말로 조리가 잘 통해서 행복을 내내 간직하는 길이다.” 개인의 일은 개인 각자에 맡겨야 행복하다는 의미다.

정치인들이 정말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위하고 싶다면, 왜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그렇게 만연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많게 된 이유는 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격렬한 노조활동과 정규직에 대한 강력한 보호로 인해 정규직 사용 비용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바로 이러한 노동시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다.


사실 비정규직보호법은 위헌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법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것이야말로 ‘국민행복’을 위한 정부다. 이제 많은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비정규직보호법을 폐지하자. 그리고 고용의 선택을 개인의 자유와 계약에 맡기자. 그것이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는 첫걸음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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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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