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상당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아직도 그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사상되는 불행한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 사이에는 상당한 이념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주장하는 집단과 대화를 강조하는 집단 간에 간극이 있지만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 강한 대응이 다소 우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해병대를 지원하는 입대 예정자가 증가해 상당한 경쟁률을 보였다는 소식에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을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하고 있다.
군대는 사실 평화 시에는 다소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가적 안보상황에 직면함으로써 군대의 필요성은 다시 한 번 더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부의 대통령이 “군대 가면 썩는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부정적 가치를 확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무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입대는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군대의 사회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는 입대기간이 개인의 발전에 다소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부정적 선입견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결국 군 생활이 한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해 군을 관할하는 입장에서는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세를 전후해 입대하게 되는 군대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하는 인생의 중대한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의 품에서 고이 자라 어려움 없이 생활하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집단생활을 하게 함으로써 많은 것을 학습하고 경험하게 해준다.
이러한 군 생활이 한 개인에게 어떤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까? 첫째, 군 생활은 위기관리능력을 키워준다. 군대는 전시상황 또는 비상상황에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학습과 경험은 결국 제대 후 수차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개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둘째, 군 생활은 비우호적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워준다. 신병훈련 후 배치되는 자대에는 보통 소수로, 내무반에서도 가장 낮은 계급의 병사로 가게 된다. 이는 한 개인이 겪는 가장 비우호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아무도 모르고, 또한 자신에게 별로 호의적이지도 않은 상황에 처음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함으로써 한 개인은 큰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셋째, 군 생활은 사회통합기능을 하게 된다. 군대에서는 다양한 계층이 함께 생활(social mix)함으로써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회계층과 함께 호흡하며 생활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러한 사회계층 간 상호이해의 기회는 사회갈등의 소지를 줄여줌으로써 군 제대 후에도 폭넓은 시각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넷째, 군 생활은 리더십(leadership)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신병에서 차츰 진급하면서 계급이 높아지고 부하를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모든 군인에게 부여해 주고 있다. 이것은 모든 군인에게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의 학력, 경제ㆍ사회적 지위, 직업 등과 관계없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생활은 긍정적 가치만을 주지 않는다. 군 생활이 주는 부정적 가치는 첫째, 부패학습을 하게 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이 부패를 처음 경험하게 되는 조직이 군대라고 한다. 이것은 부패에 대한 관찰자 또는 참여자적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군대가 사실상 조직생활을 하는 첫 집단이라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군대가 다양한 부패환경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흡연학습이다. 과거에 비해 흡연연령이 낮아져서 군대에서 흡연을 하게 되는 비율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군대에서 처음 흡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군대에서 낮은 가격에 담배(면세 담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군 입대자 개인의 긍정적 가치를 높이고 부정적 가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군의 관리자 입장에서 군이 갖고 있는 부정적 선입견을 최대한 없애고, 긍정적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군 생활이 한 개인의 경력발전에 결코 장애가 되지 않고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군 입대자들이 점점 고학력화하고 있다. 이들의 전공이나 적성에 맞는 적절한 보직을 부여함으로써 군대가 한 개인에게 좋은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군대의 우수한 교육훈련 시스템을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좋은 학습의 장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가안보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권해수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hskwon@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