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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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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대학 필수 교과과정으로 개설돼야


최근 국내 일부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과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늦은 출발이지만, 우리의 젊은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물꼬가 터진 것은 늦게나마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기업가정신은 교육될 수 있는지, 그리고 국내 기업가정신 교육의 현주소와 시사점을 간략히 논의해 보고자 한다.


기업가정신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기업가(enrepreneur)라는 용어의 기원은 깡띠옹(R. Cantillon)이 죽은 후 21년이나 지난 1755년에 발간된 깡띠옹의 사후 저서(Essai sur la nature du commerce en general, 상업일반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깡띠옹은 기업가를 “위험을 부담하는 자”이며 “기업가의 소득은 토지임대료나 임금이 아닌 이윤으로 구성된다”고 정의하고 있다.1) 깡띠옹이 정의한 위험부담자로서의 기업가 이론은 나이트(F.H. Knight, 1921)에 의해 기업가정신으로 발전되었다.


기업가가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은 선험적으로 확률분포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보험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위험(risk)과 다르다는 점을 나이트는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와 경영자의 구분은 불확실성을 부담하는 기업가 고유의 정신에 있으며, 우월한 판단력과 예견력으로 현재의 생산과 미래의 수요사이의 시차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경영자가 기업가로 변화한다고 나이트는 지적하고 있다.


이후 1934년 슘페터(J. A. Schumpeter)에 의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에 의해 발현되는 창조적 파괴과정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일반대중들에게 기업가정신의 개념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슘페터는 기업가들이 경쟁적으로 수행하는 창조적 파괴과정(creative destruction) 또는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new combination)이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드는 경제발전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창조적 파괴로 성공한 기업가는 그의 새로운 결합을 모방하는 기업들이 출현할 때까지 임대료나 임금과 같은 생산요소의 용역에 대한 보상과는 다른 독점적 이윤을 누린다고 지적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이후 일반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신오스트리아학파의 미제스(L. v. Mises, 1949)와 커즈너(I. Kirzner, 1973)에 의해 기업가정신의 이론적 배경이 발전되었다. 미제스는 인간의 일반적 속성에서 기업가정신을 도출하려는 인간행동이론(praxeology)을 정립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커즈너에 의해 신오스트리학파의 기업가정신 이론이 체계화됐다. 커즈너의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기업가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대부해 주는 자본가에게 전가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궁극적 지식을 갖고 기민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있다.2)


앞에서 살펴본 기업가와 기업가정신의 정의에 관련된 주요 고전들의 핵심내용들은 대체로 기업가정신은 미래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부단히 탐색하며 ‘필요한 지식’을 이용하여 사업기회를 실현하는 기업가의 행동으로 요약된다. 이 정도로 정의되는 기업가정신은 경제학의 발전과 함께 오랜 기간 주류 경제학이론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과거 외생적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주도하던 시기에는 물적 자본의 축적과 노동의 확대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내생변수로 고려됐고 총요소생산성이라고 불리는 기술 변화 및 제도적 변화 등 전체적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보았다. 그러나 총요소생산성의 외생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로머(P. Romer, 1990) 등에 의해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발전되면서 연구개발투자, 창조적 파괴, 기술개발, 창의적 아이디어 등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지식’이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생산요소로 인식되었다.


내생적 성장이론에 의해 경제발전에 미치는 새로운 지식의 중요성은 강조되었으나 여전히 주류경제학에서 기업가정신의 역할과 중요성은 부각되지 못했다. Audretch and Thurik(1997), Audretch and Keilbach(2004) 등에 의해 기업가정신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독자적이고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새로운 내생적 생산요소로서 인식되고 있는 신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와 같은 새로운 지식은 기업가정신에 의해 활용되지 않으면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윤기회를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지식을 가지고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커즈너의 기업가정신의 본질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에 독자적이고 가치 있는 기여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이후 여러 이론 및 실증연구를 통해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지식과 함께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는 점이 명시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과 같은 혁신적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또는 지식’을 ‘경쟁’적으로 ‘사업화’함으로써 급성장하고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가정신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바로잡아야 할 사실은 일반대중들에게 요즘의 기업가정신은 창업활동으로만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활동은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윤기회를 사업화하는 기업가적 행동의 결과이지만 창업활동만이 기업가적 행동의 결과는 아니다. 새로운 지식을 이용하여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윤기회를 추구하는 모든 행동이 기업가적 행동이고 기업가정신의 발현인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교육될 수 있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부단히 탐색하고, 탐색된 사업기회를 실현할 수 있는 ‘궁극적 지식’을 활용하여 상업화하려는 기업가정신이 강한 경제일수록 경제의 성장은 촉진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장동력으로서 기업가정신은 교육될 수 있는지 아니면 일부의 우수한 사람들만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부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제 몫의 그릇이 있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교육으로 기업가정신이 길러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업가정신이 교육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은 미국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지속되고 있다.3) 그러나 미국의 기업가정신 교육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기업가정신 교육에 대한 우려나 회의적 시각은 쉽게 불식될 수 있다. 하나의 예가 기업가정신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카우프만 기업가적 리더십 센터에서 분석한 결과이다.4)


이 분석은 애리조나대 경영대학의 버저 기업가정신 프로그램(Berger Entrepreneurship Program)을 이수한 졸업생과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경영대학 졸업생들의 졸업 후 고용상태, 재산규모, 회사기여도 등을 비교하고 있다. 이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마디로 놀라울 정도로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들의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졸업생들의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들이 이수하지 않은 졸업생들보다 25% 정도 더 많이 새로운 벤처를 형성하는 데 관계했고 11% 정도 더 많이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들이 그렇지 않은 졸업생들보다 62% 이상의 재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연봉도 27%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들이 소유한 고용인 100인 미만의 신생기업이나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들을 고용한 소규모 기업의 매출성장 속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다섯 배나 빠른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기업가정신 교육 이수자들이 보다 신제품 개발에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놀라운 결과는 미국의 한 대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한 결과이므로 모든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결과는 여전히 매우 매력적인 평가 결과임에 틀림없고 기업가정신은 교육될 수 있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교육의 현주소와 시사점


1945년 하버드대에서 최초로 기업가정신 과정을 개설한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해서 현재는 1,500개 이상의 칼리지와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거나 전공과정을 학부 및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5) 이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재 기업가정신 교육은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들었다. KAISTㆍ동국대ㆍ한양대ㆍ중앙대ㆍ숭실대 등이 현재 기업가정신 또는 창업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최고경영자 과정과 경희대 등이 하나의 강좌로 창업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이제 시작된 기업가정신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대학으로 확산시키고 대학원 중심뿐만 아니라 학부과정으로 잘 구성해서 시작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업가정신 개론과 같은 기초과목을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과목으로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과 창업에 관련된 기초적인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대학 교과과정의 변화는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 개선에 매우 긍정적일 것이며,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skim67@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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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yek, F. A., “Richard Cantillon,” The Journal of Libertarian Studies Vol.VII, No.2, 1985.

2) 미제스와 커즈너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김이석(1985)을 참조하기 바란다.

3) Adcroft et al.(2004), Curran and Stanworth(1989), Garavan and O'cinneide(1994) 등이 기업가정신은 교육

될 수 없거나 비용대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4) Charney and Libecap(2000)을 참조하기 바란다.

5) Potter, J., 2008, Entrepreneurship and Higher Education, OECD.


<참고문헌>

김이석, “新오스트리아學派의 競爭理論 - 市場過程接近法에 대한 硏究,” 영남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85.

Audretsch, D.B., and Keilbach, M., 2004, “Entrepreneurship Capital and Economic Performance,” Regional Studies 38(8), pp.949-959.

Audretsch, D. B. and Thurik, R., 2001, “Linking Entrepreneurship to Growth,” OECD STI Working papers 2001(2).

_________, 1997, “Sources of Growth: The Entrepreneurial Versus Managed Economy,” Tinbergen Institute working paper.

Charney, A. and Libecap, G., 2000, Impact of Entrepreneurship Education. Insight: A Kauffman Research Series, Kauffman Center for Entrepreneurial Leadership.

Curran, J. and Stanworth, J., 1989, “Education and training for enterprise: Problems of classification, evaluation, policy and research,” International Small Business Journal 7(2), pp. 26-31.

Garavan, T.N. and O'Cinneide, B., 1994, “Entrepreneurship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mes: A review and evaluation - part 1,” Journal of European Industrial Training 18(8), pp.3-12.

Hayek, F. A., 1985, “Richard Cantillon,” The Journal of Libertarian Studies 7(2), pp.219-247.

Kirzner, I. M., 1973, Competition and Entrepreneurship,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Knight, F. H., 1921, Risk, Uncertainty and Profit, Boston, Houghton and Miffin.

Mises, L., 1949, Human Action: A Treatise on Economics, Yale University Press.

Potter, J., 2008, Entrepreneurship and Higher Education, OECD.

Romer, P. M., 1990,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98(1), pp.71-102.

Schumpeter, J. A., 1934, The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Adcroft, A. et. al., 2004, “Missing the point? Managemnet Education and entrepreneurship,” Management Decision 42(3-4), pp.51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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