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이 기업을 운영해 나가면서 전쟁터 같은 시장에서 기업을 생존시키고, 기업을 발전시켜 반석에 올려놓게 되면, 그 다음에 커다란 장벽 중 하나로 다가오는 것이 자신의 작품인 기업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승계시킬 것인가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애써 키운 기업은 사라지거나 또는 다른 기업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데, 특히 상속세나 증여세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창업 세대와 기업 수성(守成) 세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나라에서는 가업승계세제를 두고 있고,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현재의 가업승계세제의 개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가업상속에 있어서 공동상속도 인정해줄 뿐만 아니라, 기업을 상속받는 후계자의 상속인 요건도 폐지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가업을 상속받기 위해서 상속 직전 2년 동안 회사에서 근무하여야 한다는 요건이 있었는데, 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증여를 받는 경우에도 증여재산가액 30억원 한도 내에서 특별 세율 10%를 적용받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를 50억원 한도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개선 방향은 기업이 단순히 한 사람의 재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실체이기 때문이며, 기업을 일구어 가꾼 기업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는 기업의 밝은 미래와 사회에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변해 나가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어떠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고, 현재는 어떠한 수준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는 시계열적 판단이 가미되어 있는 제도이다. 그렇다보니 기업의 과거인 ‘업력’이나, 기업의 현재인 ‘기업의 규모’, 그리고 차후에 기업의 발전과 사회적인 기여 부분을 모두 고려하게 된다. 기존에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는 기업의 과거인 ‘업력’이나,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요건 등에 상당부분을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현재 가업승계세제도 역시 그러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는 기업의 현재인 ‘기업의 규모’ 측면에 초점을 두어 여전히 중소ㆍ중견기업(매출 3000억원 미만)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제 자체가 한 사람의 부를 정산하고, 무상이전되는 부에 대해서 과세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제 내에서도 다른 재산들과 달리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가업승계세제를 통해 상속세나 증여세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것은 기업이 기본적으로 다른 재산의 이전과는 다르게 기업 승계가 기업이 영속적으로 존속하고 발전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바탕이 된다고 보는 이유에 따른 것이다. 이는 가업승계세제 내에서 사후관리요건을 두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사후관리요건의 내용에는 기업을 향후 10년 간 존속시키고, 고용도 규정된 요건(중소기업 100%, 중견기업은 120%)을 지키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업승계세제의 본질적인 목표와 기능이 세수와 기업의 사회적인 기여를 등가물로 놓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굳이 가업승계세제의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의 규모를 제한하여 가업승계세제를 적용하여야 하는가의 의문이 생긴다. 즉 고용 등 기업의 사회적인 기여는 오히려 큰 규모의 기업일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 이야기 논리를 참고로 생각해 본다면, 결국 가업승계세제로 달성하고 싶은 사회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지, 그 기업의 규모가 어떠한지는 부차적인 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에 많은 영향을 준 독일의 경우에도 가업승계세제의 주요 초점은 기업을 승계 받은 사람이 기업을 존속ㆍ발전시키고, 지정되어 있는 고용요건을 잘 지키는가에 있다. 이에 따라서 기업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승계 이후 5년 간 가업승계세제의 요건을 준수하면 기업 상속ㆍ증여재산의 85%, 7년 간 가업승계세제의 요건을 준수하면 기업 상속ㆍ증여재산의 100%가 공제되는 혜택을 제공해준다. 이와 같이 가업승계세제를 구성해놓은 것은 궁극적으로 승계된 기업이 존속하고 성장하여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마련하는 주체로서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
세수 측면에서 볼 때에도 가업승계세제에 따라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하여 생기는 세수 일실이 기업이 정상적으로 존속하여 발전한다면 불과 3년 만에 법인세 또는 소득세 등을 통해서 회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가업승계세제의 목표와 기능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황금알을 잘 낳아서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로 진화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과감하게 가업승계세제의 적용 대상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모든 기업들이 가업승계세제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입법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urist14@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