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을 선언한 지 1년여 시간이 지났다. 많은 기업들이 에너지와 환경 등에서 녹색성장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열심히 찾고 있다. 조사도 해보고 직접 현장에 가보기도 한다. 폴리실리콘의 원리도 들어보고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회사에 대하여 알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아직 경제성이 없어서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는 사업에 불과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탐탁치가 않다. 겨우 보조금을 가지고 성장잠재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것도 또 다른 버블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녹색산업의 현주소와 과제
더욱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회사들도 모두 그린산업에서 미래를 찾는다고 야단들이다. 구글과 IBM도, GE와 도요다도 모두 그린에서 미래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은 더욱 고민이라는 것이다. 이 뜨거운 바람은 어디서 온 것이며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가?
돌이켜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첨단산업의 발전은 눈부신 것이었다. 컴퓨터와 통신ㆍ생명과학ㆍ첨단 무기ㆍ우주과학에서의 괄목할만한 변화는 문명의 전기(轉機)를 가져왔고 엄청난 성장산업이 되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많은 기업이 생겨났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경제를 융성하게 하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은 그렇지 못했다. 그 동안 석탄과 석유, 그리고 전력산업은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기술적으로는 거의 변한 게 없다. 도무지 변화가 없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응용하거나 산업의 골간이 바뀌는 혁신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혁신이 일어나기 위한 1차적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값싼 석유를 큰 탈 없이 쓸 수 있었다. 물론 두어 차례 석유 파동도 있었지만 대체로 배럴당 20달러 안팎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른바 석유기반 경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 어렵게 개발되더라도 석유를 당할 수가 없었다. 전기자동차도 신재생에너지도 값싼 석유 앞에서는 싹조차 틔우기 힘들었다. 석유라는 값싼 에너지가 있는데 기술이 개발되고 산업이 일어날 리가 만무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투자한 모험적인 기업은 석유와의 힘겨운 경쟁에서 모두 패자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근본을 뒤흔드는 변화가 있었다. 화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가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값싼 석유를 무한정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화석 에너지를 소비하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온실가스도 책임져야 한다. 값싼 석유를 돈만 있으면 무한정으로 사다가 온실가스를 내뿜으면서 소비해도 되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가 미래여는 열쇠
에너지 없이 움직이는 경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에너지가 값싸게 공급되는 동안에는 태평성대와 같다. 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산업에 혁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동안 축적된 첨단과학과 기초기술을 에너지에 응용하려는 적극적인 투자가 이미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적인 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기반 경제하에서 억눌려온 기술개발의 잠재성 때문에 가장 주목받을 산업은 에너지와 환경이다.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선 다른 첨단산업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값싼 석유 때문에 싹조차 틔우지 못했던 에너지 분야에 미래를 여는 열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 관련 산업의 근본이 바뀌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줄 수가 없다. 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는 다양한 수단 모두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나 실패를 겪으며 거듭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혼돈과 위험으로 가득한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구체화되고 가시적으로 나타나겠지만 그 때는 이미 늦다. 스마트그리드도 2차전지도 그리고 전기자동차도 모두 특허와 지적소유권으로 무장한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길게 남아 있지 않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yhsonn@inche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