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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변호사 합격률 논쟁에 대해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대학원 학생들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들 사이에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있었다. 곧 법률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시험 합격률을 최소 80%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법조계는 이를 50%로 크게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2012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결정함으로써 두 집단의 싸움을 일단 무마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합격률을 재론키로 해서 이번 미봉책에 반발하고 있는 두 당사자의 갈등은 재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과대학원 체제를 도입할 때 이미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되었던 법률시장 개선방안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새삼스럽게 다시 거론되고 있어 정책담당자의 일관성 없는 국정철학의 부재를 실감하게 한다. 차제에 이 체제를 도입할 때 충분히 논의되었던 법과전문대학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기존 사법시험 체제는 국가가 법률전문직 서비스시장을 통제하여 소수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 그 기본적인 취지가 있다. 이 전문대학원 제도는 일반 국민에 대한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크게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변호사의 공급 증가를 통한 경쟁 강화로 인해 국민들이 더 좋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래된 나쁜 관행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인 합의로 사법시험이라는 구태의연한 선발제도로부터 현대적 법률 교육제도인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체제는 선발시험이 아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졸업생은 합격하는 자격시험을 그 기본으로 한다. 이 기본이 사라지면 새 체제의 의미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상당한 시설과 인적자원의 투입을 필요로 하며 이는 높은 등록금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전가되는 등 기존 제도에 비해 고비용 제도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높은 고시의 관문을 통과한 입지전적인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은 빈곤층에게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후진적인 시험제도로 소수 법조인을 선발하는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대학교육과 전문적인 법률교육을 받은 많은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을 원하는 뜻있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는 장학금을 제공할 수 있는 강한 경제력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쌓은 획일화된 법조인이 아닌 다양한 배경과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갖춘 현대적인 법률가의 고품질 서비스를 적절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 요컨대 소수집단에 포획된 법률시장과 법률 서비스는 더 이상 선진 한국이 그리는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법과전문대학원은 현재 한 학년 정원이 40명에 불과한 법과전문대학원이 운영되고 있는 등 그 취지와 맞지 않게 소수정원으로 도입되었다. 나아가 이번에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선발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그 의도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등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득권자의 반발이 거세고 지속적이다. 이는 새 제도로 인한 변호사의 공급 증가가 가져올 미래소득의 감소를 생각할 때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이러한 집단이익의 추구가 일반 시민들의 이익과는 크게 상반되며, 이 경우 대부분 기득권자들이 승자가 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국가발전은 뒷걸음치기 십상이다. 기득권자의 이익은 집중되어 있으나 이에 반하는 소비자의 이익은 불특정 다수에게 흩어지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는 결집이 가능하나 소비자는 이를 대변할 집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기득권자에 비해 소비자에게 그런 동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이 확실한 이익과 시급성 및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로비력을 갖춘 기존 법조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기존 시장의 진입장벽을 지키려는 법조계의 확고한 의지만큼이나 이 시장에 진입해야만 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목표도 뚜렷했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이 이익의 일부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했다면 이 학생들은 미래와 꿈이 모두 사라지는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존 법률가들에게 강력한 재력이 있었다면 이에 맞선 학생들은 젊은 불굴의 투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우연히 일반 시민들의 이익이 학생들의 이익과 부합해 어느 정도 지켜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정책 갈등에서 이런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는 현명한 지도자와 청렴한 정책입안자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상호 (호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shkim@h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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