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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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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11조 달러가 갖는 의미


세계 금융의 심장인 미국 뉴욕의 맨해턴 6번가에는 옥외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당초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세이무어 더스트(Seymour Durst)가 미국 국채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이른바 ‘국채시계(National debt clock)’라고 불린다.1) 그런데 지난 6월 30일 이 시계 전광판에는 11,516,607,746,898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었는데, 이는 이때까지 누적된 미국 국채의 총액으로 마침내 미국의 부채가 11조 달러를 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다.2) 이 11조 달러라는 액수는 미국 GDP의 80%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미국인 가구당 부담하고 있는 미국 국채가 9만7,594달러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9월을 세 달 앞둔 6월말에 국채가 이미 1조860억 달러에 이르러 2008 회계연도 전체의 4,548억 달러를 2배 이상 넘겼다고 한다.

미국 국채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1940~2009년 2월 27일3)


위 그래프는 1940년부터 2009년 2월 27일까지 기간 중 미국 국채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이후 이 비중이 증가한 기간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대 중반에 미국 국채는 미국 GDP를 초과하기도 하였다. 전쟁 중에 막대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했던 당시를 제외하면 미국 국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은 80년대부터 90년대 초 부시와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과 최근 부시 대통령4)과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0년대 이후뿐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 기간 중 미국의 GDP 대비 국채 비중의 증가는 레이건 대통령 재임 중 확대된 소위 쌍둥이 적자, 즉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 국채 증가는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고 본다. 먼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골자로 한 세계경제의 불균형(global imbalance) 현상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값싼 중국산 제조업 제품의 수입이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90년대 초 한때 균형수준을 회복했던 미국의 경상수지는 2000년대 들어 다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여 2005년에 8,09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GDP의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5)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경상수지 적자가 재정적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바로 미국의 최대 교역국가인 중국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흑자이며, 중국은 대규모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였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 현상이다. 즉 미국은 수입대금으로 외국에 지불한 달러를 미국 국채 발행을 통해 다시 빌려오고, 이 돈으로 또 다시 물건을 수입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과 같이 끊임없이 국채를 사주는 나라들이 있기에 내부에서 필요한 재정지출을 위해 국채를 계속해서 발행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엄청난 국채 규모를 기록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채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더 이상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문제라고 할 수 있다.6)


또 다른 요인으로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비 지출 증가를 꼽을 수 있겠다. 실제로 그래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에도 이미 미국 GDP 대비 국채 비중은 증가하고 있었다.


끝으로 최근 미국 국채 증가의 결정적 요인은 2008년 이후 불거진 세계적 금융위기이다. 2007년 6월 14일 베어스턴스 자산운용 산하의 헤지펀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것을 시작으로 하여 2007년 7월 10일 무디스와 S&P 등의 신용평가기관은 모기지 담보증권에 부정적 등급을 부여하였고, 10월 15일 시티그룹은 3분기 기간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부채담보부증권(CB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등의 손실로 인해 22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급기야 이후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순위 4위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였다.7) 이처럼 금융위기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한 달 동안 미국 정부가 제시한 구제금융 지원액은 미국의 연평균 국방 예산을 초과하는 규모였으며, 실제로 이미 미국 의회가 승인한 구제금융 7,000억 달러, 경기부양 패키지 7,870억 달러 등도 일부는 이미 집행되었거나 혹은 집행을 앞두고 있다.8) 그 외에도 미국 자동차회사 회생을 위한 미국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구상하던 신뉴딜정책은 막대한 재정지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지출의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서는 세금보다 국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위기에 이은 경제난 타개를 위한 미국의 재정지출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 국채규모 증가 예상 속에 미국경제의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먼저 낙관적 전망은 그간의 국채 확대에 따른 재정지출에 의한 미국경제 회복이 일정기간 내에 가시화됨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생산이 활발해지고 소득이 증가하여 세수 증대로 이어지고 따라서 그간 악화된 재정지출 부담이 감소할 것이다. 반면 다음과 같은 비관적 전망 또한 가능하다. 미국경제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미국 국채 규모가 계속 확대된다면 중국 등 미국 채권 보유국들은 미국 채권 보유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금리상승은 투자 등에 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는 그만큼 회복이 늦어질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말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7,635억 달러로 3월에 비해 44억 달러 감소한 수준이었다.9) 감소폭은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중국이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이며,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감소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확산 방지를 위해 엄청난 재정지출을 실행했지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2008년 이후 급증한 미국 국채로 재원을 조달하여 이루어진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지난 7월 21일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며 출구조치10)를 통한 유동성 조절 필요성을 시사하였는데, 이와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겨냥한 것이다.11) 그러면서도 현재의 제로금리 정책 중단은 당분간 없을 것이란 언급을 덧붙혔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나 실업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암시한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대로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 뿌려진 막대한 물량의 미국 국채는 금리인상의 요인이며 이는 투자 저해요인으로 미국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일 수 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금융위기 대응방안으로 불가피하게 확대된 미국 국채는 미국 경제회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미국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 규모 확대가 한국이나 세계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지금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향후 더욱 심화될 경우 미국 증시와 나아가 세계증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미국 채권 가치에 대한 불안감은 또 하나의 금융위기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채권을 보유한 각국 중앙은행이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다. 한편 지속적인 미국 국채 확대로 인한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이 현실화된다면,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에 부정적일 소지가 있다. 그동안 똑같은 환율하락 요인에 대해 유독 원화가 여타 통화에 비해 민감하게 반응한 점을 떠올릴 때 장기적인 달러화 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최근의 미국 국채 확대는 한국 경제의 실물 및 금융 부문 모두에 잠재적 위협 요인임을 인지해야 할 때이다.


송정석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jsso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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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백과사전 Wikipedia 인용

2) 미국 국채와 미국 재정적자는 많은 매체 등에서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본 칼럼에서는 미국 국채로 통일

하여 명명하기로 한다.

3) www.zfact.com 인용

4) George Walker Bush 43대 미국 대통령으로 41대 George H. W. Bush 대통령의 아들

5) 2006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 지속여부와 향후 전망’ KERI 보고서 인용

6) 미국의 국채는 다양한 형태로 미국 내 경제주체들이 보유하는 것이 사실이나, 2000년대 이후 미국 국채의

보유 주체로 중국 등 외국의 비중이 예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7) 2008년 KERI 경제이슈 논평 ‘미국발 금융위기의 교훈과 향후 전망’ 인용

8) 세계일보 2008년 9월 21일자 인터넷 기사 인용

9) 온라인 중국정도 2009년 6월 16일자 인터넷 기사 인용

10) 시중의 유동성이 과다하게 풀려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다시 흡수하는 조치를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11) 조선일보 2009년 7월 15일자 인터넷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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