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1)가 정년퇴직 연령인 만 55세를 처음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2030년까지 향후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에 대량 은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의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환경 개선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2026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며, 2050년에는 38.2%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2(<표> 참조) 더욱이 우리나라가 최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26년밖에 걸리지 않아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일본 36년에 비해 상당히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 추이 및 전망
우리 사회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는 인구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개인 및 가계, 거시 및 재정, 그리고 금융측면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단지 생산 가능한 인구가 감소하는 공급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 가계의 소비수준이 감소함으로써 총수요 감소로 전이될 가능성 또한 크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인 및 가계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거시 및 재정 측면으로 파급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 공급뿐 아니라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개인 및 가계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를 대비한 보유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은퇴 이후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총자산 규모는 약 3억1천만 원으로 전체 가구의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부채비율이 높고 가구주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계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높다.3) 고령인구의 대다수가 부동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가계자산 감소로 이어져 노후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또한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한 경제적 수단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금도 은퇴 이후의 소득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연금소득 대체율4)은 42.1% 정도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68.4%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적정소득 대체율 또한 65.0~75.6% 수준에 머물러 있다.5) 이와 같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치 않으므로 소비감소를 통한 개별 주체의 후생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소득의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합리적인 경제주체의 소비는 생애에 걸친 효용극대화로 평활화되어 은퇴 후에도 은퇴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은퇴 직후 소비감소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6) 또한 소비는 은퇴를 미리 준비하는 자발적인 은퇴자의 경우와 같이 은퇴 이전에 충분히 예상된 요인뿐만 아니라 비자발적 은퇴와 같은 경기변동 등의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은퇴 후 소비수준의 변화는 개별 가구의 후생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의 재정건전성과 경제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던 일본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경제의 침체 원인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모색되어 왔으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내수부진이다.7) 이러한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의 저하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5년에 고령자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고령층의 증가는 전체 소비규모의 위축을 초래하였으며, 이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전체 일본 경제성장률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고령화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총수요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수요 중 소비감소는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전체 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고령화 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패턴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실버산업과 신성장 산업화ㆍ고연령대 상품의 개발 서둘러야
이러한 맥락에서 잠재적 수요를 견인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가계의 소비패턴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연령대와 성별 등 인구학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연금이나 자산규모 등 현재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 고연령대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이므로 고연령대에 맞는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 복지 등 고령화와 관련된 실버산업과 같은 신성장 산업화를 통하여 내수시장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나아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보유자산의 금융 측면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를 대비한 금융상품 개발과 육성이 필요하다. 주택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연금 상품과 건강보험 및 보장성 보험상품의 개발과 시장을 육성하고 고령화에 대비한 은퇴설계 등 금융 수요의 증가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위주의 가계 자산구조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주택연금자산과 같은 금융자산으로의 원활한 전환 또한 필요하다.
설 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eoly@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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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통상적으로 1955년에서 1963년까지 출생한 약 713만8천 명의 인구를 지칭하는 것으
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14.6%를 차지한다.
2)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3) 60세 이상 가구주인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5.2%로 조사되었다.(통계청, 「2006년 가계자산조사 결과」
를 참조)
4) 연금소득을 은퇴 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정의된다.
5) 보험연구원, 「은퇴 이후의 삶과 노후대책」, 보도자료, 2008. 6. 9를 인용
6) 실증분석 결과는 분석에 이용된 자료의 범위나 변수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은퇴 이전에 비해 5~20%
의 범위에서 소비수준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은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하였는데 내수 부진이 하나의
원인임을 지적하였으며, 이는 내수 기여도가 1980년대 4.0%포인트에서 1991~2008년에 0.6%포인트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