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2호를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결의 제1695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안의 주요내용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금지시키기 위한 조치로 ‘미사일 관련물자, 상품, 기술, 재원의 이전을 금지’하는 것으로,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규제는 미사일이 핵무기로 돌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만류와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을 무시하고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국제사회는 보편적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행동에 대해 유엔안보리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1월23일 대북제재결의 제2087호를 채택했다.
유엔결의 제2087호는 기존결의 위반사항에 대해 규탄하고 새로운 제제를 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제재는 북한이 무기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품목에 대해 유엔 회원국들이 수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전면적(catch-all) 제제와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행태도 목록에 포함됐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유엔안보리로부터 13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국제규범을 가장 무시한 국가 중의 하나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유엔결의 2087호가 채택된 직후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벼랑 끝 카드를 내밀었다. 외무성은 23일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質量)적으로 강화하는 대응조치”라는 성명을 통해 3차 핵실험을 예고했고, 국방위원회는 24일 “높은 수준의 핵실험”과 노동신문은 26일 “핵실험은 민심의 요구”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이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면서 3차 핵실험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선택만 남았다는 점을 노골화했다. 그리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5일 한국이 유엔제재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협박도 잊지 않았다.
핵무기 개발은 김일성-김정일 유언,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
김일성은 핵무기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유일한 무기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196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구소련으로부터 핵기술을 도입하는데 노력하였지만 구소련의 반대로 기술도입에 실패했다. 1980년대 중반 구소련이 개혁개방의 혼돈의 시기에 구소련의 지도부를 설득하여 1985년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때 원자로 도입조건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NPT의 규약을 준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생계가 곤란해진 핵과 미사일 과학자들을 대거 유치하여 관련기술을 향상시켰다.
북한은 NPT 규정을 무시하고 핵개발 의혹이 1991년 감지되자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통해 핵개발 의혹을 은폐했다. 그러나 핵개발 의혹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자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 후, 북한은 ‘NPT 탈퇴 선언’이라는 카드를 들고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경제적 이권을 얻고 핵무기 개발능력을 구비한 뒤 2003년 NPT를 탈퇴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핵개발 능력을 과시하면서 ‘9.19 공동성명’에 응하는 척 했다. ‘9.19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체제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NPT체제로의 복귀는 보편적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는 국제약속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9.19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2009년 4월 제2차 핵실험도 감행했다. 이는 핵확산을 금지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바램에 역행하는 행동이 분명하다. 또한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9.19 공동성명’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3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되어도, 핵개발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져도, 주변국의 만류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일관된 계획에 따라 핵개발을 추진해 왔다. 특히 두 차례의 핵실험 이후 핵개발 능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더니 2012년 헌법 개정 시 서문에 ‘핵 보유국’을 명기하고 나섰다. 또한 김정일이 죽기 두달 전에 밝혔다는 유서(類書)는 “핵,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김일성 김정일로 이어지면서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산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북한 핵무기는 서울을 향하고 있어
북한의 선전선동은 매우 기만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북한은 그들의 핵개발 목적은 미국과의 협상력과 자위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종북세력들은 이런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전파하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다. 과연 북한의 핵무기가 서울을 겨냥하지 않고 협상력과 자위력을 위한 수단일까? 분명히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북한 핵은 워싱턴보다는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북한 핵보유로 인해 우리의 자위력이 그만큼 손상되었다는 점을 우리 모두는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면 한국은 어떤 자위력을 갖추어야만 하는가가 핵심적 문제이다. 우선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칙을 준수하는 정상국가(normal state)화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여야 한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개혁개방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는 북한 핵에 대비한 새로운 자위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강(自强)전략과 동맹전략을 강구하여야 한다.
조영기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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