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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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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바다, 안드로이드 그리고 퀀텀 점프


아이폰의 열풍


필자가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은 M450이라는 기기였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 모바일이라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기반 위에 개발한 모델이었다. PC 운영체제를 통신기기에서 구현하려다 보니 수시로 버그가 생기고, 통화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 이용이 어렵고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해서 결코 유쾌하지 않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했다. 원도 모바일은 그 이후에도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아이폰(i-phone)이라는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지 꽤 된 스마트폰이지만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 WIPI) 표준을 애플이 수용하지 않아서 국내에 판매되지 않다가 우리가 위피를 포기하면서 국내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이폰은 직관적인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매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은 애플의 아이팟(i-pod) 열풍과 같이 반응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이 경쟁사보다 훌륭한 것인데도 시장에서 몰라준다고 말하는 기업은 실패한다. 시장은 옳다. 시장이 필요한 것,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만 시장에서 성공한다.


삼성의 ‘바다’ 운영체제


삼성은 휴대폰시장에서 놀라운 추격자였고 이제 삼성은 노키아와 최고를 다투는 모바일폰 제조업체가 되었다. 그런데 삼성은 새로운 패러다임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등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 모바일 기반의 휴대폰은 시장에서 배울 것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의 PC 운영체제에서 최강자이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기존 성공의 복제를 원한다. 바로 이 점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연구개발비용을 들이면서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정체 내지 하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아날로그의 최강자였던 소니는 디지털 세상에서 고전하고 있다. 소니는 조금이라도 더 아날로그 세상을 연장하고 싶어 했고 내부의 자원도 아날로그에 집중했다. 구다라키 켄과 같은 인물이 소니의 혁신정신을 이어받으려고 했고, 플레이 스테이션(play station)과 같은 소니 제품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였지만 주류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었다. 성공은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삼성의 휴대폰이 최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찍 받아들였고 그에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는 Digitall이라는 어구가 있었다. Digital과 All을 합친 이 단어는 디지털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염원이었다. 삼성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패러다임 시프트의 시기에 준비된 플레이어로 그들의 Digitall 정신으로 최강자가 될 수 있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들어가는 정도의 기술적 컨버전스가 개선이라면 스마트폰은 개선의 임계점을 넘어 양자 세계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계단의 차이만큼 뛰어오르는 퀀텀 점프(quantum jump)에 해당한다. 이 점프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플랫폼인 운영체제에 있다. 삼성이 독자의 운영체제로 개발한 '바다'를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가와 무관하게 삼성은 '바다'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바다’에는 다음 세상의 Digitall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드로이드와 표준경쟁 시대의 정부 역할


안드로이드(Android)란 모습과 행동이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말한다. 그리스어의 ανήρ (anēr, man)의 파생 단어인 ανδρός가 어원이다. 일본 혼다의 '아시모'처럼 외형만 인간과 닮은 형태를 취하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 ‘바이센테니얼맨’은 SF 로봇 소설의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76년에 발표한 소설인데, 이를 1999년에 영화화한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에서 로빈 월리엄스가 열연한 로봇 ‘앤드류’나 터미네이터가 바로 안드로이드였다.


그러나 이제 검색엔진에서 안드로이드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가장 첫 번째 등장하는 것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 휴대폰이다. 향후 휴대폰 운영체제는 오픈 아키텍처로 가려고 하는 노키아의 심비안(Symbian),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아이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 모바일 등 복수의 운영체제가 표준경쟁을 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의 ‘바다’도 이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드웨어 업체의 기업문화와 소프트웨어 업체의 기업문화는 상당히 다르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창의력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안드로이드라는 구글의 작명은 그래서 시사적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인간과 대화하는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임을 말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도 신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규제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기업의 최대한의 창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기초기술의 개발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위피의 실패를 교훈삼아 표준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맞이한 일본 전자회사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기술고립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귀결된다. 필요한 것은 과거 ‘로봇산업육성법'과 같은 법의 제정이나 담당부서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관료 중에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테크노크라트의 존재가 필요하다. 황의 법칙을 주도한 황창규 삼성전자 전 사장을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장'에 임명한 것이 패러다임 전환기에 우리나라가 ‘퀀텀 점프'를 하기 위한 성공적인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변호사, lawntec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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