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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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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의 전제조건: 최고경영진의 혁신 지향적 리더십


솔개는 약 80년을 산다고 한다. 그러나 태어난 지 40년 정도 지나면 솔개의 예리했던 부리와 발톱은 무뎌지고 가벼웠던 깃털은 세파에 찌들고 때 묻어 사냥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진다고 한다. 과거 창공을 지배했던 솔개의 위상은 볼품없이 쪼그라들고 솔개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을 무력하게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태어나는 고통을 견뎌내고 새로운 40년을 살 것인지 결단의 순간에서 솔개는 약 4개월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선택한다고 한다.


먼저 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쪼아 예리한 부리가 새로 돋아나게 하고 지난 40년간 무뎌지고 무거워진 발톱과 깃털을 뽑아서 예리한 발톱과 가벼운 깃털을 갖기 위해 솔개는 약 130일에 걸친 처절한 자기 혁신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기간을 미래의 새로운 영광을 위해 과감히 선택하고 참아낸다는 솔개의 우화는 나이가 들며 안주하려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에게 주는 교훈이 매우 크다.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


흔히 기업가정신은 창업활동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8년 현재 39만8천여 개의 가동 중인 법인 중 약 25%에 달하는 9만9천여 개가 3년 이하의 신생기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약 50%에 달하는 20만 개의 법인이 3년에서 10년 이하의 업령(業齡)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로 태어난 기업들이 오랜 기간 존속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기업들이 설립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설립한 지 10년 이상 된 법인들은 전체 법인의 25% 정도이고 30년 이상 존속하며 성장해 온 기업들은 전체 법인의 2.5% 정도인 1만여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10년 이상 된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액은 전체의 73% 수준에 달하고 3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전체의 42% 수준이다. 또한 당기순이익 비중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법인세 신고현황은 설립한 지 오래된 기업일수록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더욱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업환경,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불확실성하에서 기존 기업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의 핵심 사업영역의 수익성 제고를 넘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부단히 탐색하고 실현하는 사내 기업가정신을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기업을 설립하는 것보다 특정한 사업영역에서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기존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핵심 사업영역의 수익성을 한계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실현하려는 체계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흔히 우리는 혁신이라고 일컫는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경영 전반의 혁신과정


일반적으로 기업의 혁신은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로 이해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내 기업가정신을 의미하는 혁신은 자산, 시장, 브랜드 이미지 등 기존 기업의 모든 경영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과정을 일컫는다. 이러한 혁신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고객 발굴, 고객 만족도 개선을 위한 노력, 유통구조 등 기업 경영활동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사내 기업가정신이다.


스타벅스의 성공사례는 기업의 혁신이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스타벅스의 커피 맛이 다른 커피 전문점의 맛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스타벅스는 고객들에게 4천 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데 뭔가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스타벅스의 비교우위는 새로운 커피 맛이나 특별히 개발한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독특하게 제공하고 있는 ‘제3의 장소’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집, 직장, 그리고 스타벅스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기업의 혁신을 새로운 상품이나 기술의 개발로 국한하여 생각한다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충분히 발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한 전제조건


사내 기업가정신의 성공적 발현 양상은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과 목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Wolcott and Lippitz(2007)는 사내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전담조직과 별도의 재원 배분 유무에 따라 크게 네 가지의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 양상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이 기업규모가 큰 경우에는 사내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전담조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조직에서 사용할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글과 같이 IT 서비스 기업들의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하는 업종의 특수성에 따라 거의 모든 조직구성원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전담 조직은 있지만 그 재원은 기존 사업부문에서 필요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내 기업가정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 끝으로 특별 조직이나 재원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1)


어떠한 형태로 사내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더라도 그 이면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최고경영진의 혁신 지향적 리더십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내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단순한 신제품과 신기술의 도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과감한 혁신과정(innovation process)이 기업 내부 조직에 뿌리를 내리는 것에 있으며 많은 CEO들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삼성그룹 신경영 선포에서 이건희 회장은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100년 지속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GE의 J. Immelt 회장은 과거 코넬대학의 강연에서 “혁신만이 기업성공의 핵심이며 미래에 투자할 유일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S. Ballmer는 “고객을 계속 행복하게 만족시키고 경쟁자를 물리치는 유일한 길이 혁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혁신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최고경영진이 혁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조직구성원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필요에 따라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무기력하고 타성에 젖은 기존 조직이 깨어나고 유기적 성장의 원동력인 사내 기업가정신이 제고될 수 있다. 항간에는 이건희 회장이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언급을 삼성 내부에서 수만 번 반복했다는 얘기도 있다. 기존 조직의 혁신에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skim67@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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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다 자세한 사항은 Wolcott and Lippitz(2007)나 김학수(2010)를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문헌>

국세청(2009), 『국세통계연보』

김학수(2010), 「기존문화와 융합하는 혁신조직 구축하라」, Dong-A Business Review No.68.

Wolcott, R. C. and M. J. Lippitz(2007), “The Four Models of Corporate Entrepreneurship,”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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