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연일 신고가를 속출하고 있다. 평당 1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출연했다고 떠들썩했던 것이 불과 작년인데, 현재는 5~6개 단지의 평당 가격이 1억 원을 이미 초과한 상태이며, 8억 원 수준을 형성해 오던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10억 원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급등세의 원인은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볼 수 있다.
2019년 말까지 주요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은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진정국면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2020년 5월 이후 가격과 거래량이 다시 폭등하였고 이를 배경으로 ‘2020년 6.17 대책’과 ‘7.10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발표 후 짧은 기간이나마 진정흐름을 보였던 과거의 양상과는 달리 공황구매 현상까지 나타하며 주택시장은 과열양상을 지속중이다. 이와 같이 주택가격이 서울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실효성 있는 주택공급 대책의 부재 속에서 인기지역 내 부동산은 불패라는 인식이 보편화·공고화된 가운데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정부대책에 대한 혼란 및 신뢰감 상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총 23회에 이른 잦은 대책이 주택시장에 혼란을 야기했고, 그 많은 대책들 중 단 한건도 성공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공황구매 현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패닉에 빠진 주택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고 주택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때이다. 먼저, 주택공급을 제한하는 제도적 규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완화해 나가야 한다. 공급효과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조합원의 분담금에 대한 부담증가로 전가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신속한 주택공급 증대를 위해 과감히 철회되어야 한다. 상기 규제는 재건축의 신속한 진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늘어난 부담금은 결국 매도시점에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보유는 물론 대출여력마저 부족한 가구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은 언제하도 환영할만한 공급대책이지만 이는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이나 유휴부지 중심으로 추진하여 이웃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불화를 만들지 않는 편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중·저가 주택에 대한 풍선효과와 현금부자들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왜곡된 주택시장 구도를 만든 정책 등은 과감히 철회하여, 무주택 실소유자의 주택보유에 대한 소박한 희망만은 회복시켜 줄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9억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 및 금지조치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해당 조치는 이미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을 초과하고 있다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해당 조치로 인해 중산층들의 주택보유에 대한 작은 소망마저 포기토록 만들었음은 물론, 이들을 전세수요로 몰아넣어 전세가격을 폭등시킨 근본적 원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주택가격 안정화에 있어서 결정적 요인은 177만호에 이르는 다주택자의 보유 매물이 얼마나 주택시장에 풀려 나오는가 여부이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신속히 주택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줄여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확실하게 열어주는 과감한 조치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부동산 정책의 사례에 비추어, 정부는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목표는 견지해 나가되, 시장의 혼란과 왜곡만을 초래시키는 반시장적 규제정책은 철회하는 한편, 초과수요 지역에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고 공감할만한 과감하고 구체적인 주택공급확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절실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현재 주택시장에는 전문가조차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진 겹겹이 규제와 열심히 노력하고 아껴 써도 이제 집은 살 수 없다는 허무함만 남았다. 이제는 주택시장을 어떻게 또 눌러서 주택수요자들을 겁먹게 만들 것인가 궁리하기 보다는 어디서부터 주택시장에 대한 정상화를 시작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쉽게 얘기해서, 이만큼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치는 노력이라도 시작해 보자는 얘기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seoung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