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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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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부문의 시장기반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CO2의 경우 1990년 3억5,400만t에서 2007년 6억2천만t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0년의 7.12t에서 2007년 12.79t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에너지 연소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살펴보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1억t으로 전체 에너지 연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이르고 있다. 1990년 이래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6%에 근접하고 있다. 이러한 배출 증가율은 전환부문의 증가율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저감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저감기술의 개발은 더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송부문의 저감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저감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두 가지 방향의 정책수단이 취해져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송부문 온실가스 저감정책 수단은 녹색성장기본법과 그 시행령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37조에 따르면 자동차에 대한 온실가스 저감정책 수단은 자동차의 평균 에너지소비효율 및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이라는 직접규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규제 혼선을 막기 위해 자동차 제작업체가 자동차 평균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및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을 선택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고시하고 있다.


평균 에너지소비효율이 되든지 아니면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이 되든지 또는 둘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든지,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자동차 온실가스 감축수단은 직접규제이다. 직접규제의 장점은 명시적인 규제 기준이 설정되고 이를 강제적으로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의 효과를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효율 기준이나 배출허용 기준이 규제되면 기술적으로 그 규제 기준 이상의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제작업체라 하더라도 더 이상의 기술개발이나 상용화를 진행할 유인을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소비효율 기준이나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하여 달성하는 기술이나 기술의 상용화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규제 기준만을 맞추어 자동차를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기술개발이나 상용화의 진행이 기업에겐 비용으로 작용하지만, 기술개발이나 상용화에 대한 혜택(이익)을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 제작업체는 동일한 규제 수준에만 맞추어 생산하게 될 뿐이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선 자동차에 대한 시행령의 직접규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 수준 이상으로 줄이거나 에너지소비효율을 규제 기준 이상으로 개선할 유인을 빼앗고 만다. 규제 기준 이상의 효율을 가지는 자동차를 선택할 유인이 사라지며,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 수준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차를 선택할 동기가 없어진다. 또한 자동차의 운행거리를 줄이고자 하는 유인도 없애며, 자동차의 연비를 개선할 수 있는 운전습관에 대한 인식도 사라지게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박탈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이러한 직접규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에 기반한 온실가스 저감수단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탄소세는 직접적으로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탄소세를 부과함으로써 탄소를 함유하는 연료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격상승은 소비자로 하여금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연료와 자동차를 선택하려는 유인을 제공하게 되며, 결국 온실가스 저배출 연료와 자동차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는 온실가스 저배출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다. 북유럽의 경우 수송연료에 대한 에너지세와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역시 탄소세와 마찬가지로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동일한 효과를 갖도록 할 것이다. 다만, 탄소세와 달리 어떻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수송부문에서도 배출권거래제는 가능하다. 수송부문에 감축목표가 설정되면 이 목표에 맞추어 총량을 정하고,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면 된다. 특이한 점은 유상할당을 한다는 점과 연료의 구매단계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 몇 가지를 제도적으로 규정하면 수송부문에서도 배출권거래제는 시행 가능한 형태를 취할 수 있게 된다.


탄소세든 배출권거래제든 현재 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에너지효율 기준이나 배출관리 기준이 제공하지 못하는 유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송부문 온실가스 저감수단만으로는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효율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시장에 기반한 온실가스 저감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반문해 보자면 수송부문에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기반 온실가스 저감수단을 사용한다면 기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 에너지효율 기준이나 배출관리 기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정책 시행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부수적으로 유용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기반 온실가스 저감정책만으로도 배출저감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데, 굳이 직접적인 규제를 시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 시장기반 온실가스 저감수단을 생각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볼 일이다.


김영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dki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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