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소말리아 앞바다에 파견된 이후 해적 퇴치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혁혁한 공헌을 해 왔던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2011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뿌듯하게 하는 통쾌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의 특수전 부대는 1월 21일 ‘아덴만 여명작전’이라는 작전을 감행, 해적에 납치되었던 삼호 주얼리호와 선원 21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현지 시간 새벽 4시 58분 작전을 전개, 아침 9시 56분 작전이 완료되기까지 4시간 58분 동안 대한민국 국군은 세계를 향해 ‘해적에 납치된 선박과 인질을 구출해 내는 특공작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국군 용사들은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지만 우리 측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가히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 없는 이 같은 작전을 기획하고 실천한 대한민국 국군과 정부 관계자 모두는 이 성공적인 쾌거에 대해 최대의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 해군의 특공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도록 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역시 대한민국 국군과 더불어 우리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해적들의 무차별 소총 사격을 받아 지금도 치료중인 석선장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쾌거(快擧)라 부르고 기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완벽히 성공적인 군사작전이었기 때문이다. 납치된 인질을 전원 구출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이 그동안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하여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받았는지를 증명해 준다. 이제 대한민국 국군과 해군 특공대는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만약 작전 중 인질이나 특공대원 중 몇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은, 특히 대한민국을 헐뜯는 데 열중인 일부 국민들과 정치가들은, 지금과 같은 찬사를 보냈을까? 군사작전은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항상 완벽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승일부(一勝一負),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이기고 지는 것은 군사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쾌거인 보다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지난 10여 년 동안, 문민정권 그리고 좌파정권의 시대를 거쳐 오며 우리나라는 문약(文弱)의 허약한 나라, 도저히 전쟁을 결단 할 수 없는 나라처럼 행동했고 우리나라의 대외적 이미지도 그렇게 고착돼 갔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정말 우습게 알았다. 그리고 최근 중국도 한국을 우습게보고 능멸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부에노 드 메스키타(Bruce Bueno de Mesquita) 교수는 한국을 공격한 적은 한국을 “군함이 공격당해 침몰하고, 수십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어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천안함 사건을 분석했다. 한국인으로서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분석이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북한은 11월 23일 아예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해 왔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보았기에 벌건 대낮에 포사격을 가해 왔던 것일까.
아덴만의 여명 작전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건드리지 마라. 국가란 이런 것이다’를 다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쾌거다. 단 한 명 국민의 생명이라도 반드시 구해낼 것이라는 의도를 적들에게 보여주고 행동하는 나라가 진정한 현대 국가다. 그런 과정에서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라도 국가는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은 군사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은 물론, 대한민국이 오래간만에 국가답게 행동했다는 점에서 쾌거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불의에 무릎 꿇거나 협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아덴만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용기는 대한민국 국민, 주권, 영토를 향한 일체의 도전에 공히 적용되어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50명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도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가지는 의미를 십분 이해하기 바란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ck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