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1)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연대와 책임 강화, 일하는 방식과 근로 시간 개혁, 핵심 인력의 고용가능성 제고 등이 제시되었는데, 이 중 두 개의 전략, 즉 일하는 방식과 근로시간 개혁, 그리고 핵심 인력의 고용가능성 제고가 여성고용률 제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로드맵의 성패는 여성고용률 제고 달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고용률 제고를 위한 세부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노동공급자(여성)를 위한 정책만 있고 노동수요자(기업)를 위한 정책은 없는 반쪽짜리 로드맵인 것이다. 이대로라면 설령 로드맵에서 내세운 정부의 전략이 그대로 실현되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하 경활율)이 제고된다 하더라도 여성경활율 제고가 여성고용률 제고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여성고용률 제고를 위해선 노동공급자 뿐만 아니라 노동사용자도 고려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여성고용률 제고정책을 시행하는 주요 정부부처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이다. 그 중 여성가족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여성인력개발 관련 정책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다음의 <표>는 그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위의 표에 따르면, 여성인력개발 관련 정책의 목표는 여성일자리 창출이다. 취업자는 종사상 지위별로 크게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나뉘는데 이 중 임금근로자가 72%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보면,2) 일자리 창출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 특히 기업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 중 기업에게 여성고용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세부 정책과제로 제시된 ‘일·가정 양립 지원 기반 구축’은 노동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여성노동력의 사용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다.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조성을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취업하기 원하는 직장을 만든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여성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되어 여성과 기업 모두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며 현실은 여성 고용의 장기적 편익보다는 단기적 비용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가정 양립 지원 기반 구축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 모성보호제도인데 바로 이 모성보호제도가 휴가 혹은 휴직 제도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모성보호제도가 지금껏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꿔 말해 여성의 기대근속연수가 남성보다 짧다는 것과 더불어 모성보호제도라는 여성 고용의 비용이 하나 더 추가된 것과 같다. 따라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과 ‘여성대표성 제고’를 통해 여성인력이 확충된다 하더라도 기업이 높은 비용으로 인해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다면, 로드맵에 제시된 정부정책은 여성실업률만 높이는 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여성고용률을 제고하려면 여성인력의 확충, 특히 기업이 고용하기 원하는 여성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여성인력의 확충은 노동의 공급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과제이다. 2012년 현재 여성경활율은 남성경활율에 비해 23%p나 낮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여성경활율을 높이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현 정부정책의 초점이 여기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여성고용률 제고 달성은 “기업이 고용하기 원하는” 여성인력의 확충, 즉 노동의 수요측면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과제이다. 따라서 여성 고용의 기회비용을 노동공급자에서 노동수요자에게 전가시키는 현 정책에서 정부가 기업과 함께 그 기회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직장어린이집의 운영 지원과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정부가 예전부터 그 비용을 분담하고는 있지만 여성경활율 및 고용률 침체 현상이 십 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정부정책의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과 더불어 기업 스스로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여성을 고용할 때의 장·단기적 편익과 비용을 보다 꼼꼼히 따져서 여성 고용의 편익보다 비용이 더 부각되고 있는 현 기업문화의 풍토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jiny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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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고용률 70% 로드맵 브로슈어 참조.
2)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24,681천 명, 임금근로자는 17,712천 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