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인세율 체계 개편: 20% 단일세율
2015년 4월 1일자로 영국의 법인세율 체계는 20%의 단일세율로 개편됐다. 이러한 개편은 2011년부터 5년에 걸친 단계적 개편 과정을 거쳤다. 2010년까지 영국의 법인세율 체계는 3단계의 누진구조의 형태라 할 수 있었다. 2010년 150만 파운드를 초과하는 법인의 과세소득에 대해서는 28%의 최고세율로 과세하고 30만 파운드에 미달하는 과세소득에 대해서는 2010년 기준 21%의 세율을 적용했다. 30만~150만 파운드 구간의 과세소득에 대해서는 한계공제(marginal relief) 방식에 의해 최고세율 28%보다 조금씩 낮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2011년부터 영국은 단계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반면 최저세율은 20%에 묶어두는 개편을 단행해 왔다. 5년에 걸친 영국 법인세율 체계 개편 작업은 바로 20%의 단일세율 구조에서 일단락 지어졌다.
법인세율 체계 개편에 대한 영국 정부의 설명1)
이러한 법인세율 체계 개편에 대한 영국 정부의 설명은 매우 간략하고 확신에 차있다. 영국의 법인세제가 과거 영국의 자산이었듯이, 영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법인세제로 개편함으로써 다시 영국의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997년 EU 국가들 중 열 번째로 낮은 수준 이던 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다른 국가들의 보다 빠른 법인세율 인하경쟁으로 인해 2010년 스무 번째로 추락하며 여러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며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영국 정부는 전 세계에 사업하기 좋은 국가라는 신호를 크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국제적 법인세율 인하경쟁 속에서 잃어버린 영국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해 보다 도약하기 위해 5년에 걸쳐 최고세율을 8%포인트나 인하하는 방안을 보수당과 진보당이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다.
영국의 법인세수 추이는 어떨까?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의 법인세수는 1970년 이후 2013년까지 연평균 7.8%씩 증가해 왔다. 경상 GDP 증가율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1970년대 이후 법인세수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둔화되어왔고 2007년 이후에는 연평균 -1.5%의 감소세로 전환된 상태이다. 이러한 법인세수 추이는 둔화되는 경상GDP 증가세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영국의 법인세수 탄성치는 1980년대에 1.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며 2000년 이후에는 법인세수 증가율이 경상GDP 증가율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 국제금융위기 기간이 포함된 2007년 이후 영국의 경상GDP 증가율은 플러스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법인세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도 영국 정부는 추가적인 세수 감소를 감내하고 미래의 번영을 위해 8%포인트의 세율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더욱이 기존의 누진구조를 과감히 버리고 단일세율로 개편했다.
시사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법인세율을 인하한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는 법인세율 인상 여부이다. 영국과 같은 자본수출국도 미래의 성장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단일세율로 개편한 것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상 영국처럼 과감하게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지는 못할지라도, 1980년대 이후 OECD 평균 최고세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유지해왔던 법인세율 정책기조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 최고세율은 25.3%이고 우리나라의 최고세율은 지방세분 포함 24.2%로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OECD 평균에 근접했거나 소폭 초과한 시점에서 인하됐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법인세 부담 완화 국가에 포함되기 어렵다. OECD 국가들 중 2009년 대비 2014년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9개 국가인 반면 인하한 국가는 13개 국가이며 평균 OECD 최고세율은 25.7%에서 25.3%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명목 세율의 변화는 없지만, 최저한세율 인상, 지방세분 계산 방식 변경, 각종 투자세액공제율 축소 등의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 계산 방식 변경 등의 보완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의 효과를 살피기도 전에, 정치권은 법인세율 인상을 공무원 연금개혁과 연계하기까지 한다.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지도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인세율이 인상될지도 모르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겠는가. 진정 우리나라의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도록 만들기를 원한다면, 영국의 과감하고 확신에 찬 중장기 법인세 정책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영국의 총선과정에서 영국의 보수당은 미래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 과감한 감세조치를 시행하면서도 복지확대는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법인세제가 우리의 자산이었고 미래의 자산이 되도록 경쟁력 있는 법인세제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경제주체들이 2009년 이후 갖고 있을 법인세율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법인세제는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대응하겠다는 또렷한 여야의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희망한다. 또한 더 이상의 복지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참고 문헌
HM Treasury(2013), “2010 to 2015 government policy: Business Tax Reform”,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2010-to-2015-government-policy-business-tax-reform
2. OECD webstie, https://www.oecd.org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hagskim@kipf.re.kr)
1) 세율 이외에 과세소득의 범위, 해외소득에 대한 과세방식, R&D 세액공제제도 등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개편 사항은 HM Treasury(2013)을 참조하기 바람.
2) 2007년 이후 34개 OECD 국가들 중에서 19개 국가들의 법인세수 연평균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최근 우리나라의 법인세수가 2012년을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여 여전히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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