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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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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개혁의 시련과 한계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오바마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 일색인 의회의 일방적 지원을 업고 밀어붙인 경기부양법(America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2009. 2 통과), 의료개혁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Health Care Act, 2010. 4 통과), 금융규제개혁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2010. 6 통과)과 같은 개혁입법이 속속 이루어졌고, 근로자 자유선택권법(Employee Free Choice Act)은 현재 심의 중이다.1) 이들 법안은 모두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입법을 주도한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 상원 원내 총무 헤리 리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리버럴한 이념성향을 가진 정치인들에 속한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이를 미국 사회의 획기적인 개혁의 시발로 보려 하지만,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법안 처리는 모두 야당인 공화당의 전면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되었고, 결과적으로 국내 여론의 첨예한 분열을 초래하였다. 취임 초기에 80%대를 웃돌던 지지율은 절반 이하, 정책에 대한 지지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상ㆍ하원 모두 다수당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럴 경우 오바마 개혁정책의 수행은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가?

2년 전 오바마 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은 부시 정권의 이념 편향과 경제불황이었다. 이라크 전쟁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데 식상하고, 금융위기로 대량실업과 경제공황에 대한 우려로 불안해진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오바마를 당선시켰을 뿐 아니라, 민주당이 의회를 석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선거구호로서 “변화(Change)”와 “할 수 있어(Yes, we can)”가 크게 어필했었지만, 경제와 사회 전반에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려는 오바마식 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점이 오바마 개혁을 루즈벨트의 뉴딜정책, 존슨의 위대한 사회정책의 경우와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사회는 사회주의 경제나 복지국가 모형의 실패와 부작용을 되풀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엄청난 수준으로 불어나 있는 국가부채 때문에 오바마 개혁이 필요로 하는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2) 티파티 운동(Tea-party movement)이 큰 호응을 얻고, 최근 워싱턴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보수층의 항의집회와 같은 일련의 사태는 그러한 사정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 개혁입법들은 모두 반시장적이며, “세금 거둬 써버리는(Tax and Spend)” 전형적인 민주당 이념으로 회귀하는 정책들이다.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재분배 정책이며, 케인즈 경제정책의 특징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금융규제 정책이나 의료개혁법은 정책의 목표와 범위가 복잡하고, 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겠지만,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난 경기부양정책을 들여다보면 이런 문제점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오바마 경기부양정책, 즉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America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따른 경기부양책은 세금감면과 보조금, 그리고 연방정부 지출로 이루어진 7,870억 달러 패키지3)로 시행되었다.4) 이 엄청난 금액은 지엠과 크라이슬러에 제공된 구제금융 600억 달러와 부시정권 말기에 투입된 은행 구제금융 7,000억 달러에 추가된 지출로 GDP 대비 정부부채를 83%선까지 끌어올렸다.

집권하자마자 경기부양법을 밀어붙인 것은 금융위기로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였고, 그런 면에서 성공을 거둔 데서 오바마 정권이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정책이 재분배방식에 의존하여 단기간에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이루겠다는 목표에 치중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판 ‘경제 살리기’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정책 내역인 오바마 경기진작 패키지(Obama Stimulus Package)5)는 저소득층 소득보조와 세금감면(tax credit and tax deduction for low income family), 실업수당 지급연장, 고물차 폐기와 신차 구입금 보조(cash for clunkers), 의료비 및 대학등록금 보조, 생애최초 주택구입 시 저리융자 지원(loan for first-time home buyers), 중소기업 저리융자 지원, 모기지 상환 보조 및 주택압류 구제(mortgage payment and foreclosure relief program), 지방정부 교육예산 지원6)과 같은 재분배 성격의 프로그램이 전체 예산의 92%를 차지한다. 현 이명박 정권이 친서민 정책으로 포장하여 시행하는 프로그램들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한편, 장기적으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는 교통인프라 개선과 대체에너지 개발에는 고작 650억 달러가 배정되었을 뿐이다.

오바마 정권은 이들 정책이 경기회복 정책이라기보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에 대해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소비 확대와 고용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하였다.7) 그러나 시행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기업은 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며, 실업률은 10%에 근접해 간다. 화려한 약속에 비해 성과는 우울하다. 오바마는 비난 여론이 일자 2,000억 달러가 넘는 추가적인 경기진작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나섰다.

소비심리의 회복이 더딘 것은 소비자들이 채무 감소와 저축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경향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소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폭적인 세금 증가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경기회복의 관건은 주택시장의 회복과 증세 억제이다. 오바마 지지자들이 개혁입법의 성공을 자축하는 것을 여론이 싸늘하게 보는 이유는 이들이 필연적으로 세금부담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티파티 운동이 호응을 얻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점쳐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기회복의 지연과 증세는 국가채무의 증가로 이어진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방정부 채무가 올해 말 1조5천억 달러에 이르고, 2020년까지 1조 달러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나마도 오바마 행정부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기초로 한 추정치이다. 이는 정부지출 1달러당 42센트를 차입해야 하고, 그만큼 후세대에게 짐을 넘기게 됨을 의미한다. 오바마 개혁정책이 지속되면 국가채무는 CBO 예상치의 3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8)

이와 같은 세금부담과 국가채무의 증대는 결국 개인의 경제적 선택의 영역을 줄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암울한 미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 의하면 지수작성이 도입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경제적으로 “자유(Free)” 등급에서 한 단계 떨어진 “대체로 자유로운(Mostly Free)” 등급으로 내려갔다고 한다.9)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과반수가 미국의 국력이 쇠퇴할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10)

출구는 없는가? 이미 시행된 구제금융과 경기진작 정책은 비싼 부작용을 치르겠지만,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금융시스템은 안정을 회복하고, 소비심리의 위축도 멈추었으며, 기업의 이익과 투자여력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추가적인 경기진작 노력을 멈추고, 개혁정책을 재조정하여 증세를 억제해야 한다. 미국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정부 개입을 자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거 구호에서 주장한 “변화(Change)”와 “할 수 있어(Yes, we can)”가 역설적으로 오바마 정책이 변해야 하고, 민간 영역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을 위해서, 전 세계를 위해서 다행한 일이다.

장대홍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교수, dtjaang@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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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 케네디 상원의원이 발의하여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의 골자는 노조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데 맞추

어져 있다.

2) 프랭클린 루즈벨트 정권과 존슨정권에서 국가채무는 각각 43%, 53% 수준이었음에 비해 2009년 말 현재 채무

비율은 84% 수준이다.

3) 구체적으로 보면 세금감면 2,880억 달러, 실업수당 연장과 교육비 및 의료비 보조금 2,240억 달러, 투자ㆍ융자

금 및 양여금과 같은 연방정부 지출 2,750억 달러로 되어 있다.

4) 오바마 정부는 현재 추가로 500억 달러의 교통인프라 구축과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세액 공제를 제안하고

있다.

5) 미 의회예산국(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 자료에서 인용하였으며, 일부 명칭은 필자가 의역 또는

편집하였음.

6) 교육여건 개선 명목으로 지원된 총 1,170억 원으로 지방학군(school district)의 예산증액, 학자금 융자(Pell

Grant) 한도 증액, 학교시설 개선 등에 사용되었다.

7) 실제로 오바마 경제참모의 수장격인 크리스 로머는 9%에 근접한 집권 초기의 실업률이 2010년 말에는 8~

8.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로머는 최근 사임하였다.

8) Foundry Blog, Heritage Foundation, February, 2010.

9) Foundry Blog, Heritage Foundation, 2010. 5. 14. 참조. 한국의 지수는 세 번째 등급인 “그런대로 자유(Mode

-rately Free)”에 속한다.

10) Gallup-NBC Poll, 201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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