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정기국회에 처음 제출되었던 이슬람채권법(이하 수쿠크법)이 지난 2월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서 이슬람 자본의 국내 유입에 반대하면서 수쿠크법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의 낙선운동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4ㆍ27 재ㆍ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수쿠크(Sukuk)는 불로소득을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h)에 따라 이자를 받지 못하는 이슬람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금융상품이다. 상품 구조에 따라 현재 총 14종류의 수쿠크가 존재하는데 이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자라(Ijarah)와 무라바하(Murabahah)의 두 가지 수쿠크이다.1)
이자라 수쿠크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금을 얻으려는 채무자(정부나 기업)는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vehicle, 이하 SPV)를 설립하여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 SPV가 수쿠크를 발행하여 투자자와 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채무자는 돈이 확보된 SPV에게 자신의 대지나 빌딩과 같은 실물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고 SPV는 매입한 자산을 채무자에게 임대해 준다. 그러면 임차인이 된 채무자는 SPV에게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지불하고 SPV는 임대료 수입을 그대로 투자자에게 넘기는 형식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얻는 소득은 이자소득이 아니라 임대소득이 된다. 만기가 되면 채무자는 자신의 실물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실질자산의 가치변화와 무관하게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 실질적으로는 채권과 같지만 이슬람 자본의 투자자가 얻는 수익은 명목상 이자가 아닌 실질수익을 받는 차이가 있다. 즉 이슬람 율법을 비껴갈 수 있는 것이다.
무라바하 수쿠크의 경우는 투자자의 수입이 대지나 건물의 리스가 아니라 상품(금속, 오일 등)의 판매로부터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다. 먼저 SPV는 무라바하 수쿠크를 발행하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품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상품을 구매한 SPV는 채무자에게 마진을 더해 팔고 채무자는 SPV로부터 구입한 상품을 다시 상품시장에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때 채무자는 SPV가 더한 마진을 일정기간 나눠 지급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포함한 모든 금액을 갚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무라바하의 투자자는 상품의 판매대행을 통한 마진으로부터 수익을 얻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되는 것이고 이슬람 율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질자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양도세와 취득ㆍ등록세 등 부가적인 세금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임대 수입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까지 붙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수쿠크를 발행할 때 기존 외화표시채권에 비해 부가적인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쿠크 발행에 붙게 되는 각종 세금을 면제하여 기존 외화표시채권과 유사한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수쿠크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골자이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수쿠크법 반대 논리
수쿠크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논리이다. 이슬람 자본에 대한 자산거래에 붙는 양도세, 취ㆍ등록세 등의 세금 면제는 이슬람 자본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쿠크 거래는 외국자본의 국내 자산 매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대지나 건물 등의 유형자산의 매매가 포함된 이자라 수쿠크의 경우를 살펴보자. 채무자가 자신의 유형자산을 이슬람 자본의 투자자에게 판매를 하는 구조이지만 중요한 점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판매하고 만기가 되면 다시 정해진 가격에 구입한다는 것이다. 즉 만기가 될 때까지의 실물자산의 가치변화가 거래가격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또한 이자라 수쿠크 소유자는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서의 거래가 가능하지만 이는 임차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통시장 존재에 따른 채무자의 위험성도 없다. 다시 말해 수쿠크 투자자에겐 실물자산을 매매할 권리는 없고 자산소유로부터 얻는 소득에 대한 권리인 수익적 소유권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론스타와 같이 외국자본의 국내자본 소유로 인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쿠크 거래에서의 유형자산 매매는 기존의 외화표시채권과 같은 형태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형식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양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수쿠크법 도입에 대해 과세의 특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금을 이끌어오기 위한 환경 마련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달러나 유로의 외화표시채권 거래는 이자소득에 대해 면세를 해주고 있는데 수쿠크의 경우 양도세나 취ㆍ등록세로 인해 부가적인 세금이 붙게 된다. 따라서 이슬람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달러나 유로에 비해 많게는 4% 가까이 추가적인 세금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같은 영미법체계(common law) 국가의 경우 명목적 소유권이 아닌 수익적 소유권에 대한 과세가 없어 채무자와 SPV와 거래 시 발생하는 수익적 소유권 이전에 대한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수쿠크법은 오히려 영미법체계의 여러 국가와 이슬람 자본의 유치경쟁에 있어서 과세 형평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쿠크법 반대의 두 번째 논리는 한기총 등 개신교 측에서 반대하는 종교논리로 이슬람 자본이 들어왔을 때 종교적 이해관계 충돌에 의한 대량의 자금 유출 가능성을 꼽는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더욱이 자금 유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국가 간의 종교 갈등을 의미하는 것인데 너무 지나친 걱정이라 할 수 있겠다.
세 번째로는 수쿠크 발행과 운영을 맡은 샤리아위원회는 수익금의 2.5%(자카트)를 기부하도록 하였는데, 이 돈이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수쿠크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 싱가포르와 최근의 일본, 미국까지 수쿠크 거래를 시작하였는데2) 이들은 누구보다 테러단체에 대한 감시가 높은 나라들이다. 앞으로 수쿠크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커진다고 보았을 때 자카트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제적 공조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자카트가 석유 수입을 비롯한 모든 이슬람권 경제 행위에 붙는다는 사실로 보면 한기총의 주장은 이슬람 경제권과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라는 말과 같다.
마지막으로는 민주당 등 야당의 정치논리로 수쿠크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의 자금 대출용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반대 논리는 수쿠크법이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쿠크법의 첫째 목적은 외화 다각화
처음 정부가 이 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외화자금의 다각화에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현재 외화자금이 주로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안전자산으로부터의 자금조달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외화의 집중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은 우리나라의 환율과 주식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고, 이러한 파동은 우리 경제를 힘들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에 오일머니로 무장한 이슬람 자본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크게 흔들리는 자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자본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안전한 자산이라는 것을 입증하듯이 전 세계 수쿠크 시장은 영국,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지난해 39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였고 이는 전년도에 비해 54% 증가한 규모이다.3)
더욱이 수쿠크법의 통과는 중동 진출을 꾀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겐 용이한 자금조달창구를 열어주게 된다. 중동 현지의 투자자들이 사업 성공 가능성을 객관적이고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이나 투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높은 신용을 부여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나 정유사 등 이미 이슬람권 경제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업들에게는 다양한 자금조달창구를 제공하여 경쟁을 통해 유리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중동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0년 3월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KOSCOM)은 말레이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이슬람 상품 거래시스템인 무라바하 시스템(Commodity Murabahah House, CMH) 개발에 성공하였다. 현재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전 세계 수쿠크 발행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코스콤의 IT시스템이 수쿠크 거래시스템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인지도가 높은 우리나라 IT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거래소의 원활한 중동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수쿠크법 통과되면 금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될 듯
무엇보다도 수쿠크 발행은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유동성 문제는 언제나 지적되어 왔던 문제이다. 유동성이 풍부해져야 2010년 11월에 있었던 옵션쇼크와 같이 외국자본에 의해 우리나라 시장이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며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건강한 금융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미국 및 유럽 자본과 연계도가 낮은 이슬람 자본이야말로 외화 다각화와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자본이라 할 수 있다.4) 특히 프랑스, 이집트, 홍콩, 일본 등 2011년에 새롭게 수쿠크 발행을 발표한 나라들이 크게 늘고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슬람 자본의 필요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5)
현재로서는 수쿠크법의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에서는 법안 처리 유예에서 더 나아가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수쿠크법의 처리 무산으로 인한 이슬람 금융시장에서의 한국 신뢰도에 추락이다. 이미 법통과를 예상하고 현지 투자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우리나라 은행이나 증권사들에겐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얼마 전 이슬람 금융 허브를 표방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산업은행의 채권 발행에 수쿠크를 포함하지 않으면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말한 점6)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뒤처져 있는 국제 경쟁에서도 후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합리적인 논의 자체가 사라진 수쿠크법에 대해 경제적으로 접근하여 수쿠크법 통과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얼마 전 이정배 교수(감리교신학대 신학과)가 “우리는 이슬람권에 가서 그렇게 선교하려고 기를 쓰면서 이슬람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그것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건 문제”라고 말한 점은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 여긴다.
임병화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bhl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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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가장 발행규모가 큰 두 가지 수쿠크로 2010년 3~4분기에 발행된 전 세계 수쿠크의 80%가 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상품의 거래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무라바하 수쿠크의 규모는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발행되는 형태이다.
2) 현재 일본에서 노무라홀딩스(Nomura Holdings Inc)가 2010년 7월 1억 달러를 비롯하여 올해 일본국제협력은
행(Japan Bank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에서 1억5천만~2억 달러 규모의 수쿠크 발행을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은 2006년 East Cameron Gas Company의 1.65달러를 시작으로 2009년 10월에는 제너럴일렉트릭
(GE)가 5억 달러의 수쿠크를 발행하였으며 올해에도 수쿠크 발행을 발표한 상황이다.
4) 멀리는 외국인의 채권투자 위험을 분산시켜 국내의 안정적인 통화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KDI 보고서
『외국인 채권투자의 국내 장ㆍ단기 금리 차에 대한 영향 분석』에 의하면 최근 증가한 외국인 채권투자가 국
내 장ㆍ단기 금리 사이의 연계성을 약화시켜 통화정책 결정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5) 영국은 2003년, 싱가포르와 아일랜드는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제도를 정비했으며 일본은 2010년에 은행법
을 개정하여 이자수익과 동일한 면세를 하고 있다.
6) 동아일보, 「‘이슬람 돈 창구’ 말聯, 한국에 대출 거부」, 2011. 3. 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