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의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제 도입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비판을 가하면서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초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프로핏 셰어링’에 대한 번역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난 11일 정 위원장이 이 회장의 발언에 반박자료를 내면서 초과이익공유제로 번역함으로써 번역상 혼란은 사라진 듯하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념적 이론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는 이 회장도 언급했듯이 “듣도 보도 못한 용어”임은 사실이다. 즉 정 위원장은 “대기업 등이 원가절감 등을 통해 초과이익을 냈을 때 협력사와 일부를 나누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결국 정 위원장의 말은 대기업이 원가절감하여 얻은 이익 중 일부를 해당 중소기업들에게 돌려주지 않아 정부가 나서서 돌려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언뜻 보면 생산수단의 공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주의적 색채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익공유를 통해 점차적으로 생산수단을 사유(私有)에서 사회적 소유로 변경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적 사회주의에 가까운 이념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정 위원장의 발언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위원장은 지난 10일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자신이 공부한 책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면서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발언이 타당한 듯하다. 즉 사유재산에 해당하는 기업의 이익을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들에게 분배하도록 강요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에 가까운 이념적 발언이 분명하다. 그리고 할 걸음 더 나아가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를 성과배분제와 동일하다고 보고 기업들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스톡옵션이나 종업원 지주제 등과 같은 프로핏 셰어링의 대상을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로 넓히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라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또한 언뜻 보면 유럽식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념과 같아 보이나 사실은 본질이 다르다는 점에서 특이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유럽식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이익분배의 주체가 주주로 한정되지 않고, 근로자ㆍ채권자ㆍ사회 모두가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주주와 근로자, 임원 및 중소 협력업체로 한정하여 이익분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어 초과이익공유제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 위원장이 말하는 초과이익공유제란 사실상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념적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학자 출신인 정 위원장이 이러한 새로운 성과배분제를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근거 없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회장을 상대로 감성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 위원장이 국내 최고대학의 총장이었던 점은 인정하나 본인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식의 입장 표명은 분명 너무 앞서갔다고 볼 수 있다.
정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 이후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마치 중소협력업체들을 착취하여 과대이윤을 챙기고, 그 이익을 주주들과 직원들만 향유하는 비윤리적 집단으로 치부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 위원장은 마치 이러한 악의 세력으로부터 불쌍한 중소 협력업체들을 보호하는 정의의 사자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한 경향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할 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고 단지 이 회장의 발언만 대서특필되어 정치권과 대기업 간의 힘겨루기로 변모하고 있다. 알 만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듯이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한 어느 나라가 기업이 창출한 이익 중 일부를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들에게 배분하여 주는 국가가 어디에 있는가? 물론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면 이들로부터 받은 세금을 가지고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펴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을 통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이 기본적인 제도이며, 우리나라 또한 이를 시행해 오고 있다.
포퓰리즘적 발언으로 더 이상 국론 분열시키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굳이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면서 이를 쟁점화하는 것은 포퓰리즘 때문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지금까지의 논쟁이 인기영합주의의 일환으로 의도된 정치적 행보였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노동대중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페론 정권이 어떻게 아르헨티나를 몰락시켜 왔는가를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이 자유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제23조 제1항이 법률 이외의 방법으로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정 정치인에 의한 포퓰리즘적 발언이 불필요한 논쟁과 갈등을 초래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