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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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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서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야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이는 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정치가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거쳐 오면서 지나치게 경직되었다. 캐나다의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가 이를 말해 준다.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58위였고 2002년에는 78위로 낮아졌다가 그 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노무현 정부의 2006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07위로 뚝 떨어졌는데,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정규직 고용보호가 가장 심한 포르투갈 103위보다 더 낮은 순위다.1)


한국은 특히 정규직 고용보호가 매우 심한 나라다. OECD의 ‘고용보호’ 순위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먼저 고용보호 종합순위를 보자. 종합순위는 정규직 고용보호, 임시직(비정규직) 고용보호, 집단해고의 어려움 등 세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의 1998년에 OECD 국가 가운데 종합순위에서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7위였다. 정규직 고용보호만을 보면 한국은 1998년 정규직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포르투갈 27위에 이어 26위였다. 바꿔 말하면 한국은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였다.


그러면 우리 노동시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왜 경직되었는가? 두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이 답을 준다. 김대중 정부는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IMF 요구에 따라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노동개혁이었다. 노동개혁의 핵심내용은 정리해고법과 근로자파견법 도입이었다. 그런데 정리해고법 도입으로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집단해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기존 판례를 명문화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는 정리해고 요건과 절차를 더욱 강화시킨 결과만 가져왔다.


정리해고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31-33조). 첫째, 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둘째, 해고에 앞서 사용자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는 해고 60일 전에 당해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넷째, 사용자는 노동부로부터 해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섯째, 해고 때는 고충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정리해고법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에서 해고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느낌도 든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정리해고법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고용보호만 강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때 “한국노조는 사용자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말해 노조 편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 노조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국을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노사분규 발생건수ㆍ참가자수ㆍ근로손실일수를 보면 김대중 정부에서 빠르게 증가하다가 노무현 정부 2006년에 이르러서는 김영삼 정부에 비해 무려 3~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은 ‘지나친 비정규직 고용보호’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대선 전략으로 내세웠고, 당선 직후에 가진 대국민 첫 TV회견에서 “국내 노동인력 중 비정규직 비율이 56%나 된다”고 지적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반드시 철폐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비정규직 비율 ‘56%’는 2배 정도나 부풀려진 엉터리 자료였다.2) 노조는 노무현 정부 집권 기간 내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내세워 한국을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이에 뒤질세라, 노무현 정부도 2007년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2006년 11월 30일 드디어 ‘비정규직보호법’을 도입했다. 비정규직보호법의 핵심내용은 비정규직이 2년 고용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해고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 2009년 7월에 이르자 예상했던 대로 비정규직 해고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김대중 정부는 정규직 고용보호를 강화했고,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보호를 강화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친노 정책으로 한국은 노조천국ㆍ파업공화국이 되었다. 이 결과 한국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선진국 가운데서 가장 낮은 독일만큼이나 낮아지고 말았다.


한국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도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한반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 아일랜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해외직접투자를 2006년의 경우 305억9천만 달러나 유치하여(같은 해 한국은 겨우 26억3천만 달러 유치)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여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여기서 그동안 정부와 재계가 제안해 온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방안을 소개한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로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가자 2003년 8월 산자부가 나서서 소위 ‘사용자 대항권’으로 알려진 ‘노동관계법ㆍ제도 선진화 과제’ 12가지를 발표하였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현행 정리해고 요건은 지나치게 까다롭고 해고 때 통보기간이 길어 구조조정이 어렵고, 거액의 고충수당 지급 때문에 해고비용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었다. 당시 노동부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재계 또한 해마다 해고 요건에서 ‘긴박한’을 빼고, 해고 때 통보기간을 30일로 줄이고, 고충수당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줄여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 왔다.


정부와 재계의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방안을 정리하면 첫째,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해고요건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긴박한’을 뺀 ‘경영상의 필요’로 완화하여 해고를 쉽게 해야 한다. 둘째, 해고 때 통보기간을 산자부, 노동부, 재계가 제시한 대로 60일에서 30일로 줄여 구조조정을 쉽게 해야 한다. 셋째, 해고 때 지급하는 고충수당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줄여 해고비용을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비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방안을 추가한다. 노무현 정부처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정책과제로 내세운 나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 비정규직은 왜 생기는가? 첫째, 비정규직은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일본은 장기불황 때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이 현재의 한국처럼 6대 4를 기록했지만 2003년부터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자 비정규직이 빠르게 감소했고, 2007년 구인배율(求人倍率: 근로자 1명을 놓고 벌이는 기업의 유치 경쟁비율)이 2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구인배율은 노무현 정부의 저성장 탓에 0.25에 불과했다. 둘째, 비정규직은 정규직 고용보호가 지나치게 심하기 때문에 생긴다. 정규직 고용보호가 심하면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2003년 한 자동차 회사는 생산직의 경우 58세까지 전원 고용을 보장하기로 노사 간에 협약을 맺었는데 이런 회사에서는 비정규직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 보호법의 확실한 대안은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기간을 유예할 것이 아니라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법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법 개정은 정치권의 몫이므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정치가들은 말로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진실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하려는 정치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으로 기대한다. 그가 누구일까?


박동운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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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용ㆍ노동ㆍ기업규제’ 순위는 2000년부터 발표되었음.

2)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001년 비정규직 비율이 56.7%라고 추계하여 2002년 말 노무현 대선 후보에게 제공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 비율을 임기 내내 활용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고 노동부 산

하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사용한 것과 똑같은 자료를 사용하여

비정규직 비율을 추계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율은 2001년의 경우 56.7%가 아니라 27.3%라고 밝혀졌다.

그 후 노동부는 비정규직 비율을 1년에 두 차례씩 발표해 오고 있다. 한편 노동계도 비정규직 수와 비율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그 수치는 노동부 수치에 비해 해마다 1.5~2배 정도 부풀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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