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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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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의 영향과 그 후


이웃나라 일본이 대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친 9.0의 대지진은 1900년 이후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강한 규모이며, 이로 인해 발생한 괴멸적인 쓰나미는 4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야기된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공포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사상자는 이미 2만7,000명을 넘어섰으며, 전국적으로 21만 명이 언제 끝날지 모를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대재앙의 발생지인 동북부 지역은 물론 도쿄 등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피해가 확산되면서, 산업 활동은 물론 사람들의 일상적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 시설은 이미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0여 년 동안 장기 불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최근 일본경제의 회복 기조가 이번 대재앙으로 인해 무참히 짓밟히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일본인들의 경제회복에 대한 불안감과 비관론 확산추세


이번 대재앙의 여파는 일본경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본 동북부 지역에 집약되어 있는 일본의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류 등의 부품생산 거점의 붕괴는 상당기간 동안 일본 제조업의 생산 감소를 야기하여 자국은 물론 해외를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재앙 발생 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동북부 지역의 반도체 등 부품생산은 불과 2% 수준에 그치고 있어 도요타, 닛산, 혼다 등 8개 일본 자동차업체는 연평균 일본 내 생산 320만 대의 10% 수준인 30만 대를 감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1) 자동차산업이 핵심 기간산업으로서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역별 계획정전 실시로 인해 이들 자동차업체의 정상 가동 시점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생산기반 시설 파괴로 인한 악순환은 제조업 모든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동북부 지역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걸쳐 농수산물의 원전 방사능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며, 후쿠시마 원전의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이기에 일본경제의 핵심지역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만성적인 전력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리고 재정적자 규모 확대로 국채 발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에 더하여 3조 달러 규모의 해외자산 환수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엔화가치 상승압력이 고조되면서 엔고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과거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 메커니즘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경영 악화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기야는 대형 도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재 일본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복구 재원을 마련하는 등 긴급 양적완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최근 시중은행들의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생활기반 시설 파괴로 인한 일본인들의 허탈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점과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 마련의 어려움, 정치적 리더십 부재 역시 원활한 복구 추진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기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재앙으로 인해 1만8,000여 가옥과 건물이 파괴되었으며, 재방 등 항만시설은 약 129개소, 도로와 다리 그리고 선로는 각각 2,035개소, 56개소, 36개소가 붕괴되었다. 이에 따른 피해규모만 해도 16년 전 한신 대지진의 약 2.5배에 달하는 약 25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원전 방사능 유출에 따른 식품, 생활기반 파괴 등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규모는 추산하기조차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복구를 위한 재정지출 규모 또한 한신 대지진 당시의 3조2,000억 엔 수준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2)


일본경제 침체는 세계경제 회복기조에도 찬물


이상과 같이 지금 일본 전역은 제2의 쓰나미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른바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피해 등으로 야기된 경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본발 경제 쓰나미는 분명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론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등에서 대일 수출 증가와 농수산물 등의 수입 감소가 예상되고, 일부 부품소재 관련품목의 수입대체 효과 등으로 대일 무역불균형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 및 기업에 상당한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기계류, 화학제품, 철강금속 및 전기전자제품 등이 전체 대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2010년 기준)은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특히 부품소재 관련 품목에서 더욱 현저하다. 그 중 LCD 제조용 장비(80%), 반도체 제조용 장비(30%), 자동차부품(32%), 플라스틱(66%), 철강(40%) 및 비금속제품(60%) 등은 압도적인 대일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3)


이와 같은 한일 양국 간 산업 및 생산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하면 일본 산업 및 기업의 생산 감소와 경영 악화 그리고 도산 등의 사태는 우리 산업의 생산 감소와 기업의 경영악화 등으로 이어져 동반 침체를 초래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일본경제의 침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크다. 단적인 예로 일본이 미국의 국채를 매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미국의 경기회복은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인 중국과 ASEAN 등의 생산 및 분업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여 이들 산업 및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중국이 일본의 복구가 지연될 경우 자국의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을 내비친 것도 그만큼 아시아 역내에서 일본경제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욱이 세계 최대 채권국 일본의 글로벌 자금공급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면, 이는 곧 국제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위기 극복과정은 제3의 일본 탄생 서막으로 이어질 수도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견한 듯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일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본 또한 미증유의 재정지출을 수반한 대대적인 복구 작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지금 일본의 복구와 재건에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적확한 재정투입과 정책적 지원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히 붕괴된 생산기반 설비와 생활기반 시설의 신속한 복구이다. 사회적 인프라 시설 파괴로 인한 유통 및 물류 대란 확산과 이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의 장기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인 재정투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인은 물론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 모두가 불안감과 불신을 해소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경제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 법인세 인하, 도로통행요금 상한제 등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의 재정적 지원은 불충분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위시한 세계 각국 역시 이러한 점에 초점을 둔 정책적 대일 지원 및 협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일본은 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제2의 일본 탄생을 이룩했고, 관동 대지진과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급속한 경제 부흥으로 세계 강대국 대열에 진입했으며, 사상 유례없는 버블붕괴로부터 경기회복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번 대재앙은 일본인들의 전통적 단결과 협력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면서 제3의 일본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기술 강국으로서 제조업의 경쟁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계속되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꾸준히 연구개발투자를 증가시켜 왔으며, 그 결과의 하나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경제성장이 일본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경제관계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물론 재정적 어려움이 있지만, 아무리 국채를 발행한다 해도 과거 여타 국가에서처럼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리고 여전히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희생정신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다.


일본의 강력한 복구 의지와 일본인들의 꿋꿋한 믿음에 더하여, 우리나라의 적극적이고 진심어린 지원 노력은 머지않아 한일 양국 간 협력의 또 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홍배 (동의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hbleesoka@de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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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NHK 2011년 3월 25일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와 향후 전망” 전문가 토론 특집방송 참조

2) 일본 NHK, 일본 아시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및 요미우리신문 등의 주요 보도내용 및 기사 참조

3) 무역연구원(2011. 3),『일본 지진에 따른 對日 주요 수입품목 업체 실태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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